동성애자임을 당당히 밝힌 H상
새로운 학생에게 수업 신청이 들어왔다.
새로운 학생을 만나면 가볍게 자기 소개를 하게 해서 한국어 수준을 살피고
어떤 쪽으로 관심이 있는지 확인하고 수업을 하게 된다.
H상 한국어 수준이 꽤 높다.
대학교 때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공부했었다고 한다.
"저는 가족과 둘이 삽니다. 아이는 없습니다."라고 소개한 40 중반 정도로 보이는 여자분.
가족과 둘이 산다고 하면 어머니나 아버지일수도 있고, 형제나 자매일수도 있지만
굳이 아이는 없습니다라고 말해서 부부 관계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남편이라는 단어를 모르나 해서
"남편과 같이 사시는 건가요?"라고 묻자
"저는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남편이 아닙니다. 그래서 가족이라고 말했습니다."
"아, 제가 편견이 있었네요. 편견이라는 말 아시나요? 偏見へんけん."
"괜찮습니다."
지금은 도쿄에서 프라이드 하우스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프라이드 하우스는 올림픽을 할 때 설치되는 성소수자들을 위한 시설이라고 한다.
나중에 찾아보니 평창 올림픽 때도 있었던 모양인데 처음 들었다.
수업을 하면서 오히려 배우는 것들이 있다.
"원래 영어 통역 일을 했었지만, 특이한 기회라서 같이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특이하다보다는 특별하다는 표현이 좀더 좋을 거 같아요."
특이하다, 특별하다 사전적으로는 비슷하지만 용례적으로 특이하다는 다르다는 점에 초점이 있고, 특별하다는 소중하다는 느낌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이런 것들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네, 한국어 공부 열심히 해서 자유스럽게 말하고 싶어요."
"자유스럽게는 자기 의견을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말할 수 있을 때 써요. 지금은 자유스럽게보다 자연스럽게라고 하는 것이 더 좋아요. 자유스럽게는 자유롭게라는 말로 더 많이 써요."
자유스럽게 말해요. : 마음대로 자기 의견을 말하다.
무서운 부장님 앞에서는 자유스럽게 말할 수 없어요
자연스럽게 말해요. : 어색하지 않게 알맞게 말하다.
한국어를 오래 공부해서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