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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RTh on view May 06. 2024

종로

artdrunk SEOUL Spring 2024

매해 가을이면, 경복궁 담장을 에워싼 은행나무 잎사귀가 샛노랗게 물든 경치를 만끽하려는 이들로 북촌은 유난히 북적인다. 하지만 은행나무 가지가지마다 싱그러운 연둣빛 아기 손 같은 새싹이 돋아 무럭무럭 자라는 봄이야말로 고즈넉한 이 동네를 산책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계절이다. 이 같은 변화를 매일 마주하는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조각가 김윤신에게도 나무는 각별하다. 구순의 나이를 목전에 두고도 여전히 나무를 구해 톱질하고, 망치, 끌로 작품 활동을 펼치는 작가의 베니스 비엔날레 참여와 맞물린 전시라 더욱 기대가 모인다.


리움에서 버드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꾀꼬리의 움직임과 풍경의 소리를 씨실과 날실로 엮은 듯한 작업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강서경 작가의 개인전도 같은 시기 국제갤러리에서 진행된다.


바라캇 서울 옆으로 이전한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는 태국 출신의 현대미술가 프랏차야 핀통(Pratchaya Phinthong) 개인전이 열린다. 주로 여행을 통해 오브제, 재료, 이야기들을 수집하여 서로 다른 형태와 이슈를 시적으로 연계하는 작가가 이번에 소개할 신작은 1960-70년대 라오스에 미군의 집중 폭격으로 남은 수천만 발의 불발탄(UXOs)을 이용한 작업의 연장선이다.


갤러리 기체에서는 한때 사람들의 신념과 기원을 반영했으나, 어느덧 쓸모를 잃은 공간이나 오브제를 대상으로 삼아 회화에 담아 온 이동혁 개인전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전시 관람 후 정독도서관을 지나 걸어가다 보면 나오는 프루(fru)의 고동색 나무 바 테이블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거나 안국역 부근까지 내려와 산들바람: 소요카제의 심심한 가정식과 술 한잔을 곁들여도 좋겠다. 이태리재의 한옥 서까래 아래 편안한 분위기에서 즐기는 이탈리아 음식이나 결 고운 편백나무 테이블 위로 정성스럽게 나오는 스기모토 오마카세도 훌륭한 선택이다. 자리가 한정적이니 필히 예약하고 방문하시길.


artdrunk SEOUL 2024 Spring Issue Exhibitions 기고를 위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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