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공공 예술기금 Public Art Fund
뉴욕은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세계 미술의 중심으로 부상하였으며 상업 갤러리의 성장과 더불어 90년대의 아트신을 주도하였고 오늘날 세계 어느 곳보다도 많은 예술작품 거래가 이뤄지는 도시다. 예술의 상업화가 지나치게 진전됨을 우려하는 일부 예술가들로부터 적지 않은 비난을 받아온 뉴욕 미술계이지만, 머무는 동안 뉴욕 현대미술관(MoMA)과 구겐하임 미술관(Solomon R. Guggenheim Museum),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과 같이 대중에게 잘 알려진 미술관들뿐만 아니라 개성 넘치는 소규모 대안공간과 최신 현대미술의 동향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첼시(Chelsea) 지역에 위치한 갤러리 이곳저곳에 새로운 전시를 찾아 나서는 경험은 실로 즐거운 것이었다.
명실상부한 현대미술시장의 중심인 이 도시에서는 예술가에 대한 지원체제 또한 상당히 다각화되어있어 미술관, 갤러리, 대안공간 등과 같은 유관기관 은 물론 뉴욕에 근거지를 둔 세계적 유수기업들과 비영리단체 및 민간재단 그리고 정부 차원에서의 기여가 매우 활발하다. 이러한 예술교육 및 예술가 지원을 밑거름으로 뉴요커의 일상 속에는 늘 예술과 대중 간의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오늘 소개할 공공예술기금(Public Art Fund)은 예술지원의 파급력이 예술가를 넘어서 지역공동체 일원에게까지 미치도록 하여 현대미술의 관객층을 넓히고자 하는 사명을 띤 비영리단체로 뉴욕시 문화사업국을 비롯한 공공기관의 지원과 개인(멤버십 $35부터)의 기부 그리고 기업의 후원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Public Art Fund는 뉴욕 초대 문화사업국장을 역임하였던 공공미술의 대가 도리스 C. 프리드만(Doris C. Freedman)에 의해 1977년 설립된 이래로 지난 3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대중과 예술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가교 역할을 해오며 대중에게 보다 쉽게 다가가는 공공미술의 개념을 정착시킨 장본인이다.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타카쉬 무라카미(Takashi Murakami), 올라푸 엘리아슨(Olafur Eliasson)과 같은 대가뿐 아니라 신진작가들을 발굴하여 함께 뉴욕 시내 도처에 획기적인 현대미술 전시를 기획하는 데 전념하고 있는 Public Art Fund의 활약상은 예술지원이 위축되는 경제위기에 더욱 빛을 발한다.
Public Art Fund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크게 다음의 세 가지 부류로 나눠진다. 그 첫 번째는 인지도 높은 작가에게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탁하여 뉴욕시에서 아직 선보인적 없는 작품전시를 기획하는 것(Major Initiatives)으로, 때로는 이러한 대가들의 전시를 위하여 뉴욕시 저명한 미술관들과 공동으로 주관하기도 하는데, 2002년 뉴욕시의 허파로 불리는 센트럴 파크에서 진행된 휘트니 비엔날레(Whitney Biennial in Central Park, 2002)가 그 좋은 예이다. 두 번째는 In the Public Realm(공공의 영역에서)로 불리는 신진작가를 위한 프로그램이다. 뉴욕주(州)에 거주하고 있는 모든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공개모집하고 그중 매해 열 명의 작가를 선정하여 함께 예술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개발하며 이 중 뛰어난 세 프로젝트는 다음 해에 소개하는 형태로 재능 있는 신진작가의 발굴에 힘쓰고 있다. 공개모집 기간에는 약 4,000명의 작가가 지원을 한다고 하니, Public Art Fund의 뉴욕 미술계에서의 영향력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세 번째 프로그램은 지역사회에 보다 널리 예술을 알리고자 하는 활동(Additional Outreach)이다. 저명한 예술가와 현대미술을 전공하는 학생, 예술계에 종사하는 전문가와 일반 대중 간의 만남과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강연 시리즈가 매해 봄과 가을에 열려 예술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이 이루어지도록 자리를 마련하고 대중에게는 현대미술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렇듯 Public Art Fund는 전통적 맥락의 갤러리 전시를 대변하는 백색의 입방체 공간을 벗어나 뉴요커들이 오가는 길목 혹은 보다 많은 대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트인 광장 등지에 일정 기간 동안 작품을 설치하여 동시대 미술과 대중과의 만남을 주선하며 예술에 대한 앎의 가치와 즐거움을 선사한다. 더 이상 작품은 감상의 객체가 아니며 주변 공동체를 투영하고 지역주민의 삶에 예술이 녹아들 수 있도록 하여 보다 여유로운 도시의 풍경을 빚어내는 주체로 거듭나곤 한다. ‘Contemporary Art(현대 예술)’라는 커다란 줄기 안에 다양한, 어찌 보면 서로 다른 작품들이 서로 다른 시간, 서로 다른 공간 속에 스며들어 지역주민들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고 다문화시대에 서로를 이해하는 너그러움을 갖도록 하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하는 것이다.
공공미술은 공공의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는 힘을 지니며, 우리의 생각을 자극하고, 우리가 살아가고 일하며 즐기는 그 장소들을 예술작품과의 소통을 통한 친근하고도 아름다운 환경으로 탈바꿈시켜놓는다. 이방인들로 하여금 서로 대화를 건넬 수 있는 여유를 허락하며, 어린이들로 하여금 호기심 어린 질문을 던지게 하며,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을 쉬이 진정시키기도 한다. 시각뿐만 아니라 오감(五感)에 자극을 주는 이러한 공공미술이 지역 커뮤니티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은 값을 매길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창의성이 중요시되는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공공미술을 통한 예술가 지원에만 국한하지 않고 나아가 삶의 질을 향상하고 대중의 안목을 길러주는 면에서 Public Art Fund는 진정한 의미의 예술지원을 실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작품 그대로를 가까이 흡수하며 근본적으로 예술의 참의미에 대해 성찰토록 하고 스스로에게 생각의 빌미를 주는 이러한 공공미술이 정부와 대중의 관심으로 한국에서도 보다 활성화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 홈페이지 www.publicartfund.org
LIG 아트홀 계간지 인터뷰 2010 Spring vol. 13, 도시를 품은 예술, 공공미술을 통한 예술가 지원의 사례 (p.48-51) Special Focus 기고를 위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