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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KTUP Sep 10. 2023

상사의 출제의도를 파악해 봤는가?

열심히 일하지 말고 '잘'해야 한다. 그게 직장인의 덕목이다.

코끝까지 내려오는 다크써클에 집게핀으로 힘겹게 고정한 긴 생머리 어느각도에서 봐도 평균이상으로 말린 어깨... 옆팀 김대리는 그날도 야근이였다. 오랜만에 늦은 퇴근을 했던 나는 그녀에게 빠른 퇴근을 종용하며 인사를 나누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녀의 넋두리를 듣게 되었다. 퇴근 인사로 시작했던 대화는 어느새 길게 이어져 꽤 진지하게 그녀와 대화를 나누었는데, 아마도 그때의 나는 그녀를 통해 나의 사회 초년생의 모습이 떠올라 안쓰러웠던거 같다. 


그녀는 정말 열심히 일한다고 했다. 누구보다 먼저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고 주어진 업무는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있는데 정작 업무 성과는 다른 사람에게 간다는게 그녀의 가장 큰 고민이였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열심히 하는거 말고 혹시 스스로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냐고... 약 10초의 정적... 그리고 그녀가 이렇게 말했다. '잘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리고 잘 한다는게 어떤건지 그것도 모르겠어요...' 그녀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중간고사를 준비하는 고등학생을 상상해보자. 시험이 코앞이라 책을 펼쳤는데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못해 중요한 부분은 잘 모르겠고 일단 책을 펼쳐 한페이지씩 읽어본다. 그렇게 꾸역꾸역 힘들게 시험범위를 다 보았고 나름 뿌듯 했을 테지만 결국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또 다른 친구는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거 같지는 않지만 수업 시간 만큼은 집중한다. 덕분에 매번 성적이 좋다. 너무 뻔한 애기지만 결국 후자 학생은 선생님의 출제 의도를 정확히 파악했기 때문에 항상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직장인도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매순간 평가를 받아야 하는 직장인으로서, 평가자인 매니져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핵심 업무를 파악하는게 가장 먼저인데, 정작 많은 직장인들이 이 부분을 간과한다. 출근해서 그날의 주어진 업무를 습관처럼 할뿐, 내 상사의 의도 등을 고려해 업무 우선순위를 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 의도에 적합하지 않은 업무들만 보고하니 좋은 평가를 받을리 만무하다. 더 솔직히 말하면 위에 언급한 김대리는 앞뒤는 모르겠고 열심히 했으니 무조건 100점 달라는 학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하는건 나의 상사도 직장인으로서 본인 또한 상사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사 또한 누군가에게 보고해야 하는, 우리 모두는 피마리드 구조의 일원인 것이다. 그래서 정말 일 잘하는 직원은 회사의 전반적인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저 위 꼭대기에서 시작된 회사의 흐름을 인지하고, 이 흐름이 내가 소속된 팀에 그리고 매니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파악하며 하루의 업무를 시작하고 마무리 한다. 그래서 이런 친구들인 당연하게도 거의 야근을 하지 않는다.


혹시 오늘도 습관처럼 야근을 하며 주어진 to do list를 모두 끝내야 하루가 마무리 된다고 생각한다면, 1분만 시간을 내어 상사의 출제의도를 파악해 보기를 바란다. 주어진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하루가 끝나는게 아니라 중요한 핵심 업무를 처리해야 하루가 마무리 되는 것이다. 그래야 일 잘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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