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직장에 얽매여 살다가 퇴직이 다가오니
곧 백수가 된다고 한다.
백수는 직업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일만 없으면 모두 백수 하나로 돌아가는가 보다.
일이라는 것은 죽을 때까지 지닐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사회가 만든 정년까지 일을 했으면 그다음은 백수가 아니라 그 백수 자체가 직업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백수로 즐기기 위한 준비도 필요하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디서 살 것인가.
무엇을 하며 보낼 것인가
경제적인 문제는
인간관계는 어떻게 할 것인가.
유유자적 悠悠自適하는 삶을 실천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사람도 낡아 고장이 많은데
살고 있는 집도 물건도 시간이 흐르니 모두가 잔고장이 심하다.
대대적으로 보수할 것인가.
순차적으로 할 것인가.
빈둥빈둥하는 백수가 아닌
한운야학 閑雲野鶴(한가로이 떠도는 구름과 들에 노니는 학)하는 삶을 만들어볼까.
화사하게 꽃을 피운 후 떨어지는 꽃잎을 보고 아름다움과 아쉬움을 느끼지만
조금만 지나면 열매를 맺어 더 큰 기쁨을 주는 나무처럼
퇴직이라는 것을 꽃처럼 활짝 피워 일하던 시절을 지나
열매를 맺는 결실의 순간으로 받아들이면 되지 않을까.
어느 순간 새싹이 움트는 것이 보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