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려다 보고 가는 길은 험난하다
인간관계는 바로 앞에서 주고받아야 하는 업무적인 것과 서로 끌어당기는 힘으로 좋아하는 관계로 연결된다. 한때는 이런 관계가 구별이 안되어 모두가 나의 마음 같은 듯 생각되기도 한다. 이런 인연도 시간의 흐름 속에 정리되고 다시 이어지는 순환의 과정을 거친다. 직장인으로서는 그 자리를 떠났을 때이고, 인간적으로는 힘들 때 옆에서 지켜봐 주는 사람이다.
사무적으로 다가오는 사람과 곁에서 끝까지 지켜주는 사람의 모습에서 때론 실망과 배신감을 가지기도 하고 상술이었구나 하는 허탈함을 가지기도 한다. 그 가운에 한두 명은 남아있을 것 같은 인간관계를 생각하지만 어쩌면 내가 꿈꾸는 인간관계는 아무도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저장된 전화번호가 일만 개가 될지라도 그 속에 내가 필요할 때 도움을 받거나 의지할 수 있는 있는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학창 시절의 친구도 형제도 자주 만나지 않으면 끊어지고 이어지면서 서로의 안부만 확인하는 필요관계의 인연일 뿐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직장에 묶이어 지내면서 각인된 인간관계에 의해 내 인간관계의 거품이 진실인 것처럼 느껴지지기도 하지만 봄바람에 날리고 장맛비에 씻기고 나면 그런 관계도 모두 정리가 될 것이다. 빗속에 알몸으로 서있으면서도 자신만 모르는 상황이 아닐까.
직장생활 말년에 본 업무와 멀어지자 찾는 이가 사라졌다. 그것을 느끼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인사라는 발표가 나는 순간 전화가 끊기고 메시지가 끊기고 명절날 인사 안부 전화가 사라지는 것이 보인다. 세상이 이렇게 매정했던가 생각하면서도 이것이 현실임을 받아들일 때 마음이 편안해진다. 동아줄 같이 보이던 관계의 줄도 어느 순간에는 썩은 새끼줄이 될 수밖에 없다. 어차피 서로의 이익을 위해 맺어져야 했던 생존의 관계였기 때문일 것이다. 허술한 관계를 나만 그물처럼 촘촘히 맺혀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살아온 것이다. 인간관계란 바람이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가는 것보다 더 허술하다.
조직에서 살아남고자 충실했고 관리자에 오르기까지 모든 것을 희생해야 했다. 그러나 남는 것이 무엇일까. 지나고 나면 그 모든 것이 허무하다는 것을 깨닫지만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생각하게 된다. 이제는 그런 자리조차 싫어진다. 나를 찾는 시간이 필요하다. 평생 일하면서 관계형성이라는 것에 얽매여 살았는데 그 시간의 헛수고로움을 느끼는 것은 몇 시간도 안 되는 것이다. 스스로 자각하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혼자 남았다는 외로움을 느낄 그 여유가 필요한 시간이다. 나 스스로 몸부림 칠 것도 없이 스스로 떨어져 나가는 인간관계는 어쩌면 자연의 생성과 소멸처럼 순환하는 과정이다. 2024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