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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순간 후회가 남지않게 살았다 생각했는데도 후회가 된다

지금은 새벽 3시 30분...

by 봉봉

나는 스무 살이 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훗날 뒤돌아보았을 때 후회하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남의 시선을 거두고, 내 안의 충동과 방향을 따라 최대한 성실히 살아왔다고 믿었다.


그러나 어느덧 이십대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지금,

그때의 확신조차 불완전한 믿음이었음을 깨달으며 문득문득 지난 날을 반추하게 된다. 모든 순간이 선명히 남아 있지는 않고, 오직 강렬했던 파편들만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스무 살의 나는 그렇고, 스물한 살과 스물두 살의 나는 흩어진 기억으로만 존재한다.

그 시절 나는 진로의 혼란과 대학 입시의 실패 속에서 매 순간을 지옥처럼 버텼다. 그래서 언젠가 이 시간을 돌아보더라도, 절대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자부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요즘 재수학원에서 열아홉, 스무 살 아이들을 마주할 때마다 그들의 나이가 어쩐지 부럽다. 나에게는 늘 모든 것이 늦었다는 조바심이 앞섰지만, 정작 그 나이는 결코 늦지 않은, 기회의 나이였다는 사실을 이제야 절감한다.

그토록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다고 믿어온 스무 살로 문득 돌아가고 싶어졌다. 만약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나는 무엇을 해봤을것인가.


우선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났을 것이다. 경계심을 내려놓고, 관계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저 부딪히며 살았을 것이다. 당시의 나는 사람을 피하고, 고독 속에서도 후회는 없으리라 확신했으나, 지금은 그 순간조차 아쉽고 후회된다.

나는 어릴 적부터 술을 경멸했고, 성인이 되어서도 유흥을 철저히 멀리하며 그것이 옳은 길이라 믿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20대 초반의 술자리, 그 거친 경험조차 해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다.

그렇다면 인생의 정답은 무엇일까. 이렇게 살아도 후회, 저렇게 살아도 후회라면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철학과 고집을 따라 살았던 그 순간조차 지금은 후회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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