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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실 Jun 24. 2024

치매...라는 섬에 떠돌게 되면

목적지가 어딘지 모르지만 계속항해 중

내가 살고 있는 섬마을에는 병원이 없다.

약국도 없다.

보건소는 한 곳이 있다.

그래서 어르신들에게 병이 찾아오면 섬을 떠나 자녀들에게 혹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가신다.

그래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안타깝기도 하다.



최근에 주말에 한 번씩 놀러가는(?), 들여다보는(?) 홀로 계신 할머니의 댁이 있다.

밝고 쾌활하신 분인데 이었는데, 언젠가부터 다리가 아프셔서 거의 집에만 계신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요양보호사가 두 시간씩 방문하지만 주말에는 거의 혼자 계신다.

언제부터인지 사람을 못 알아보고 옛날 기억에 자주 젖어 계신다.

치매...라는 섬에 떠돌고 계신다.


치매에 걸리셔서 나를 잘 못 알아보시지만,

누군지는 몰라도 찾아와 주시니 고맙다는 말씀을 늘 하신다.

치매에 걸리면 사람도 못 알아보고 화를 내거나 타인을 괴롭힐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나의 선입견이었나 보다.

본래의 성품이 너그럽고 쾌활하신 할머니는 잘 웃으시고, 당신이 기억을 못 하고 있음을 늘 인지하셨다.

" 내가 기억을 못 하니까 그러겄지~" " 또 잊어버릴꺼요~" 하시면서 껄껄껄 웃으신다.

그러면 나도 함께 따라 웃는다.

자꾸자꾸 똑같은 이야기를 할때도 있지만, 그때도 또 함께 웃는다.


치매라는 섬에 떠돌게 되면 목적지가 어디인지 모르고 하염없이 떠돌게 되는 것 같다.


목적지가 어디인지 모르고 하염없이 떠돌게 되면 나는 어떻게 할까?

무척 조급해지겠지?

엄청 짜증을 내겠지?

누군가를 원망할지도 모르겠지?


혹시나 나중에 치매에 걸리더라도 짜증 내는 할머니가 되기보다 껄껄껄 웃는 할머니가 되었으면 좋겠다.


마음에 여유를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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