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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독성 Oct 27. 2024

마지막 출산은 단팥빵과 함께



2020년 10월, 코로나 바이러스가 온 세계를 망가뜨리던 때라 어떻게든 세 번째 출산은 혼자 해결해보려 했다. 출산을 하는 동안 누군가는 첫째, 둘째를 돌봐야 한다. 시어머니는 연세가 많아 아이를 돌보지 못하고, 친정 부모님은 멀리 사시는 데다 특히, 친정 엄마는 코로나를 무서워하고 육아를 두려워한다. 서울로 엄마를 불러 서로 스트레스를 받느니 내 자식은 내가 책임지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출산은 내가, 남편은 첫째, 둘째를 돌보는 걸로 합의를 봤다. 병원에서 보호자가 없이 출산을 할 수 있다는 말을 재차 확인했기에 용기를 내 홀로 응급실을 찾았다. 싸르르 아픈 배를 잡고 병원으로 갈까 말까 망설였다. 세 번째 출산임에도 진통이 온 건지 안온건지 헷갈렸다. 여차하면 길에서 애를 낳을지도 모르지 미리 병원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비장한 각오로 들어선 병실에서 내진을 했지만 진통은 가짜였다.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하고 출입 통제 구역인 분만실로 들어섰고, 의사는 예정일이 임박한 셋째 출산이라 진통이 바로 올지도 모른다며 집으로 다시 보내주지 않았다. 진통실에 누워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언제 올지 모를 고통의 시간을 기다렸다.


하루를 꼬박 기다려도 출산의 기미는 없었다. 금식을 하며 하염없이 기다리다 결국, 저녁밥을 받아먹었다. 오랜만에 가져보는 혼자만의 시간이 썩 나쁘지 않았다. 조만간 신생아를 먹이고 재우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시간들을 위해 충전의 시간이 주어진 것 같아서 좋았다.


다음날도 의사는 집으로 보내주지는 않았다. 마냥 아이가 나올 신호를 기다릴 뿐이었다. 얼른 이 사태를 해결하고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순산을 위한 운동을 시작했다. 오리걸음을 걷고 스트레칭을 했다. 간호사는 무통 주사 바늘을 등에 꽂고 복도를 어슬렁거리자 얼른 병실 침대에 누우라고 한다. 눈치 보며 움직이던 몸에 반응이 있을 법도 한데 여전히 진통은 찾아오지 않았다. 의사는 유도분만을 제시했고, 다음 날 약을 투입하자고 했다. 결국, 또 하루 종일 금식을 하다 저녁밥을 받아먹었다. 슬슬 휴가 같던 혼자만의 시간은 불안의 시간으로 바뀌고 있었다.




마지막 만찬일 줄 알았지.



다음 날, 아침에 약을 주입했다. 또 그냥 기다려야 한다. 진통실에 함께 있던 제왕절개 산모는 아이를 낳고 돌아왔고, 나는 아직도 진통이 오질 않았다. 오늘도 그냥 저녁밥을 받아먹게 생겼다. 그런데 아뿔싸. 의사 선생님의 저녁밥 승낙을 늦게 받는 바람에 배식 신청을 하지 못했다. 코로나 시국 철통 보완 덕분에 분만실 밖으로는 나갈 수 조차 없다. 보호자가 음식을 전해주는 것만 가능한데, 남편은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중이다. 출산 전 만찬을 해도 모자랄 판에 굶게 생겼다. 먹고 싶은 음식만 수만 가지가 생각나는 중에 간호사는 진통실에 신규 환자가 들어와서 코로나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 옆 방에 있어 달라 부탁했다.


옆 방에는 세 명의 산모가 누워있었다. 모두 고위험군 산모들이다. 언제 유산을 할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서 아이가 출산을 해도 괜찮을 때까지 어떻게든 뱃속에서 잘 자랄 수 있게 기다리는 산모들이다. 그들은 자연 분만 하는 산모가 극히 드문 종합 병원에서 남산만 한 배로 뒤뚱거리며 걸어 다니는 나를 신기하게 바라봤다. 막 저녁 식사를 하려던 참이었다.


출산 전, 마지막 식사를 굶게 생긴 나의 목구멍은 산모 한 명이 식판을 전달받을 때마다 꼴깍꼴깍 침을 삼켰다. 입맛만 다시고 있던 그때, 한분이 단팥빵 하나를 건넸다. 옆 사람이 슈크림 빵 하나를 또 주신다. 그리고 또 다른 분이 두유 하나를 주셨다. 애는 어떻게든 병원에서 알아서 받아주겠지 싶어 일단 당장의 배고픔부터 달랬다. 평소엔 먹지도 않던 단팥빵을 게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출산의 아픔 따위는 걱정되지 않는 밤이었다.








대문 사진 : 만 4세 생일 케이크를 고르는 막내는 오늘 생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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