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캘리그라피를 바라보는 시선
손 글씨, 시각문화콘텐츠로 대중과 소통하다.
캘리그라피라는 이름으로 손글씨가 유행한지 어느새 20여년이 흘렀다. 청년기를 지나고 있는 캘리그라피는 이제 대중들에게 모르는 사람이 없는 ‘용어’가 되었다. 단순히 번역하자면 캘리그라피는 ‘손으로 쓴 글씨’를 의미한다. 국립국어원이 운영하는 우리말 샘에서 이야기 하는 캘리그라피는 손글씨를 이용하여 구현하는 시각예술이라고 정의되어있다. 또한 간다 기이치로에 따르면, 캘리그라피라는 말은 희랍어로서 미를 의미하는 Kallos와 사물을 그린다는 것을 의미하는 Graphein의 두 단어를 연결한 Kalligraphia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고 종국엔 서예술을 의미한다. 그래서 서예에 대한 번역 역시 캘리그라피로 사용되고 있다. 즉, 서양의 캘리그라피가 ‘아름답게 쓴 글씨’를 의미하고 우리말로는 ‘서예’로 번역한다는 말이다.
사실 손 글씨는 인쇄술의 발달로 활자가 전개되기 이전부터 내려온 유구한 문자예술의 역사다. 문자를 단순히 정보의 기록과 소통, 전달로서만 보지않고 문자예술로서 인간이 손, 즉 육체를 이용해 창작에 대한 예술욕구를 표출한 역사와 함께 한 것이 캘리그라피다.
대중들은 ‘서예’라는 말과 ‘캘리그라피’를 달리 보는데, 이는 서예를 전통의 영역으로 생각하고 캘리그라피는 현대의 영역에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또한 1990년대 이후 전통서예가 디자인과의 소통과 협업을 통해 콘텐츠가 되며 캘리그라피는 ‘서예’라는 전통의 영역에서 현대로 유영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그리고 유구한 역사를 가진 전통의 손 글씨가 콘텐츠가 되었다는 의미로서 캘리그라피라는 말에 ‘현대’라는 말을 수식하려한다.
현대 캘리그라피는 전통 서예와는 분명 공통점과 차이점이 자리한다. 문자와 이미지를 모두 포섭하는 심상의 예술임에는 동일한 점이 있다. 그러나 전통서예는 도구에 있어 문방사우, 즉 지필묵에 제한되어 서법을 체득해왔다면 캘리그라피는 도구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통해 문자를 표현한다. 또한 전통서예는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문화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한자를 기본으로 전제하여 지식이 높은 특권층들의 전유물로 인식되어 왔으며 다소 고급예술의 취미와 심신수양 교육의 영역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대의 캘리그라피는 대중들과의 소통과 가장 밀접한 디자인과의 협업을 통해 저변을 확대해왔고, 한글이라는 한국의 독자적인 문자를 최대한 활용해 성장해왔기 때문에 보다 넓은 향유층을 대상으로 한다. 또한 전통서예는 내적 수련, 즉 개인의 심신수양이 중심으로 예술성을 추구했다면 현대 캘리그라피는 산업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해 창작된다는 프로세스를 취한다. 즉 현대 캘리그라피는 전통서예와는 달리 대중예술의 영역에 수렴된다는 특징을 가지는 것이다.
이처럼 1990년대는 문화예술의 부가가치에 조명하며 문화가 산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아래 팽창된 문화콘텐츠라는 신조어도 등장했으며, 예술이 산업적으로 대중과 소통할 수 있게 된 사회적 배경이 자리한다.
점과 획을 통해 심상을 담아냈던 서예는 문자와 이미지의 융합예술이었으며, 문화와 문화콘텐츠가 부상하는 현대의 흐름에 감성이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캘리그라피의 핵심적인 정체성이 ‘글자와 감성의 조합’이라는 설명은 최근의 캘리그라피의 성장과 문화의 부상이 한 궤에 놓여있다는 인식이다. 즉, 전통서예와 현대 캘리그라피는 심상으로 소통한다는 맥락으로 같은 예술성을 추구하고 있다.
현재 캘리그라피는 사실 창작서예, 현대서예, 창의서예라는 다양한 용어로 사용되며 논의되고 있고 한국미술협회에 분과가 만들어지기에 이르렀다. 물론 혹자는 전통서예의 예술성이 흐려지거나 캘리그라피의 문화적 성장이 가지는 문제점을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인간의 역사는 대립과 화해를 통해 통합되거나 정리되거나 변화하는 흐름으로 이루어져왔다. 필자는 전통서예의 현대화로서 대중과의 소통에 성공했으며 손 글씨라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문자예술이 현대미술의 영역으로 유영하게 되었음에 ‘현대’라는 수식을 통해 오늘의 캘리그라피를 설명하고 싶다. 그리고 아마도 현대 캘리그라피는 다양한 시선으로 연구되고 논의되는 과정을 통해 그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다만 필자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문자예술로서 손 글씨가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각문화콘텐츠로서 자리매김하는데 ‘현대 캘리그라피’라는 옷을 입게 되었다고 본다. 손 글씨는 현대 캘리그라피를 통해 시각문화콘텐츠가 되어 대중과 성공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