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작이 하브루타였다. 아무리 좋은 책과 강연을 들어도 정작 생활 속에서 실천하지 못했기에 겨우 일주일 만에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다시 한번 해 보자 마음을 바꾸었던 것은 바로 딸 덕분이었다.
평소에 딸과의 대화는 대부분 BTS 얘기였다. 매일 밤 자기 전 딸과의 이야기에서 BTS 멤버 이름을 모두 알게 되었다. '달려라 방탄' 영상이 업데이트되는 날 밤에는 밤늦은 시간까지 딸과 둘이 깨어서 키득키득 웃음을 참으며 보기도 했다. 그렇게 BTS가 세계의 중심이었던 딸에게서 어느 날 이런 질문을 들었다.
“엄마, 담뱃값을 인상하면 좋은 점이 뭐야?”
내 귀를 의심했다. 갑자기 담뱃값 인상이라니 그동안의 대화와 너무 달라진 주제에 더 귀를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글쎄. 담뱃값이 비싸지니 담배를 덜 피우게 되겠지.”
이 대화가 시작이었다. 5학년이었던 딸이 학교 토론 수업을 준비하며 나에게 했던 질문이었다.
“엄마, 나도 그렇게 적었어. 근데 또 다른 이유는 뭐가 있지?”
근거자료를 찾아야 한다면서 웹서핑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담뱃값 인상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었다. 담임선생님께 정말 감사했다. 코로나 시기로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되었지만, 매시간 줌을 통한 다양한 활동과 시도를 하시는 선생님의 열정에 늘 감사하고 있었다. 더욱이 어려운 토론을 삶으로 넣어 주신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그날 이후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이번에는 아들이 제안했다.
“우리 다른 걸로 해 보자. 민초단이냐? 반민초단이냐? 이런 거 있잖아.”
민초단은 민트 초코를 좋아하는 사람을 말한다. 달려라 방탄에서 재미있게 보았던 토론처럼 해보자는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나왔다.
찬성과 반대로 의자까지 옮겨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가족의 첫 토론 주제는
“붕어빵은 역시 팥이다? 슈크림이다?”
아이들이 정한 주제에 직접 자리를 마련하고 엄마, 아빠는 토론자가 되어 참여했다. 정답이 없는 그 열정적인 토론 시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시작은 자연스럽게 하되 아이들에게서 나와야 함을 다시 한번 경험한 날이었다. 《부모는 관객이다》 책 제목처럼.
이후로 이 토론 놀이(?)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지난주에는 온라인 예배 시간을 두고 열띤 이야기를 나누었다. 실시간 예배에서 영상 예배로 갑자기 바뀌면서 예배 시간을 선택하게 되었다.
“예배 먼저 후 자유시간 VS 자유시간 후 예배”
예전 같으면
“당연히 예배 먼저 드려야지. 지금 옷 입고 예배 준비하자”
내 한마디에 아이들은 불평하는 마음을 감추고 감사 없이 예배를 드렸을 텐데, 이날은 잠시 멈추어 아이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아들은 온라인 예배는 집중하기 힘들기 때문에 자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재충전한 후에 즐거운 마음으로 예배드리자고 한다. 이에 반해 효율성을 중시하는 딸은 예배 먼저 드리고 자유시간을 길게 가지자는 것이다. 남편이 자연스럽게 아들 편에 서서 이야기에 참여하니 아들도 으쓱하며 자기 생각을 이야기한다. 한참을 얘기 끝에 온라인 영상 중 찬양은 온 가족이 좋아하는 찬양으로 대체하고, 짧은 시간 집중해서 예배를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