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글쓰기의 법칙. 무슨 생각을 해...그냥 하는 거지.
우리 아버지는 40대에 마라톤을 시작하여 몇 년 후엔 100Km 울트라 마라톤까지 완주했다. 하루아침에 만든 결과가 아니다. 평범한 자영업자인 아버지가 만든 울트라 기적은 새벽에 일어났다.
새벽 여섯 시면 아버지는 이미 한강공원에 가있었다. 한창 노는 나이 스무 살 시절, 지하철 막차가 야속한 때, 새벽 첫 차를 타고 들어오는 날이면 아버지 눈치를 살피곤 했다. 아버지에게 혼날까봐 그런 것이 아녔다. 불콰한 얼굴에 번진 화장이 역력하고 술 냄새까지 풍기는 나와 러닝화를 동여매는 아버지가 만나는 순간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아침형 인간 아버지가 만든 역작이 노는 게 너무 좋은 딸이라니. 게으름뱅이가 하는 질문은 항상 같았다.
"아빠 어떻게 맨날 새벽에 운동을 나가?"
"생각을 하지 마 그냥. 그럴 틈 없이 운동화를 신으면 돼. 생각을 하는 순간 갑자기 귀찮아지거든."
노홍철의 '좋아 가는 거야'의 정신을 이어받은 것 같은 대답이었다. 아버지가 한 겨울 영하의 날씨에도, 아침부터 후텁지근한 습도가 밀려오는 여름에도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그냥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그냥 쓴다. 그냥 한다. 약 일 년 동안 브런치에 글을 남기지 못했다. 블로그와 달리 브런치에는 전문적인 내용이나 완결된 원고를 담아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었다. 특히 브런치를 포트폴리오로 활용하겠다는 의욕적인 청사진이 날 가로막았다.
'글쓰기' 버튼을 누르기까지 약 일 년이 걸렸다. 그냥 썼더라면 한 달에 한 개만 써도 이미 열 두 개의 글이 남았을 것이다. 자기 계발서 속 상투적인 말이 절로 나온다. 가장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른 법이란다.
원래 나는 '가장 늦었을 때 이미 늦었다'를 신봉하는 박명수에 가깝다. 노홍철의 말을 되새김하다니 아마도 그와 닮은 점이 있기 때문이겠지. 빵집을 하고 세계여행을 다니는 피터팬 노홍철은 나의 이상적인 페르소나이다.
그냥 하지 못해서 못한 것들의 가짓수를 세어본다. 여전히 버킷리스트에 있는 것들을 살펴본다. 완벽함 때문에 시작하지도 않은 것들. 하이고야 그것까지 생각하기엔 골치 아프다. 그러니 일단 쓴다. 뭐라도 한다.
자, 모두 외쳐봅시다.
"좋아 가는 거야"
나답지 않게 유치하게 경쾌하게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