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nfonia Nov 16. 2023

숨어있는 강점 찾자, 자신감에 광명 찾자

feat. 박진영과 방시혁, 강점과 약점 그 사이에서

내가 알던 내가 아닐 때가 있다. 어릴 때 굳건히 믿었던 나의 개성, 성향, 강점 등이 알고 보니 그저 나의 바람이거나 그릇된 믿음이라는 걸 알게 될 때이다. 내 이야기이다. 특히 강점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면서 내가 무엇을 잘하는 사람이었는지 잊어버렸다. 그래서 강점 테스트를 받았다.   


갤럽에서 개발한 강점테스트는 'Strength Finder'라고도 한다. 숨어있는 강점을 찾아준다는 것이다. 1998년에 개발된 이후 쌓인 수십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이다. 


강점테스트는 4개의 상위 카테고리로 나뉜다. 


카테고리 별로 해당되는 강점을 합치면 34개이다. 나만의 강점을 1위부터 34위까지 알 수 있다. 혹여 누군가와 TOP 5가 같더라도 순서가 다르면 그에 따라 해석도 조금씩 다르다. 어느 정도는 개인 맞춤 테스트라고 볼 수 있다. 

 

테스트 가격은 결코 착하지 않다. (*2023.11.10 기준)


34개 버전 : 82,500원

상위 TOP 5 버전 : 27,500원


내가 테스트를 받았던 약 한 달 전보다 가격이 더 오른 것 같다. 찾아보니 매년 가격이 올랐다. 달러 환율이 오른 탓일까? 



TOP 5 버전을 아주 조금 저렴하게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책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정가 27,000원)을 혜택이 있는 도서 플랫폼을 통해 사는 것이다. 새 책을 구입하면 테스트를 받을 수 있는 코드가 있다. 나는 알라딘 회원이어서 (*광고 아님 주의) 적립금을 사용해서 책의 정가보다 약 3,000원 싸게 구입했다. 처음엔 TOP 5의 결과만 받아볼 셈이었다. 


테스트는 약 30~40분 정도 소요된다. 코드를 입력하면 언어를 선택할 수 있다. 혹시 영어에 꽤 자신 있다면 영어로 테스트받길 추천한다. 테스트 문장은 직독직해를 한 것 같은 어색한 번역어투로 가득했다. 일부 문장은 매끄럽지 않은 번역 때문에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테스트 결과 내용도 마찬가지인데, 차라리 영어로 보는 게 정확하다. 


나의 TOP 5 강점


각 강점에 대한 설명은 한 페이지씩 있었다. 내용이 짧아서 영어로 찾아보았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결국 34위까지 전부 볼 수 있는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했다. TOP 5에서 업그레이드를 하면 68,800원을 내야 한다. 애초에 34개 버전을 받는 게 이득이다. 나는 갤럽의 마케팅 노림수에 잘 넘어갔다...!


34개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하자 총 25페이지짜리 문서가 나왔다. 두 버전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같은 강점에 대한 해설이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겠다. 


첫 번째가 TOP 5 버전, 두 번째부터 두 개의 이미지가 34개 버전. 같은 강점이지만 설명하는 정도가 다르다.  


34개 버전을 받아보니 나의 약점까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나는 전략적 사고 중 3개의 강점이 TOP 5에 들었다. 1,2위 모두 전략적 사고에 해당된다. 반면에 영향력에 해당하는 모든 강점이 17위 밖으로 하위권을 차지했다. 대인관계 구축 부분은 상위권에 고르게 분포하였고 실행력은 상위권과 꼴찌가 공존하는 극단적인 결과를 보여줬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하고 싶었던 부분을 들킨 기분이었다. 학교에서부터 회사까지 내 아이디어가 채택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리고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해결책을 낸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러한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추진력이 부족했다. 게다가 의견이 다른 구성원을 설득하고 이끌어서 나의 목표를 관철시키는 일에 쥐약이었다.


지금 나는 강점 테스트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강점 테스트의 핵심 요지는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강점을 부각하고 드러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위 이미지에서도 '강화하기' 부분에 상위 10개의 강점이 나열되어 있다. 그러니 17위 밑을 차지한 하위 강점들은 일단 제쳐놓기로 한다. 


그렇다면 나의 TOP 10 강점이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1위 강점이 발상(Ideation)이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데 능하고, 2위는 지적사고(Intellection)라서 지식을 흡수하고 토론하길 즐긴다. 3위 개별화(Individualization) 강점이 있어 사람들의 특성과 개성을 고려해서 협력을 이끄는 편이고, 4위 수집(Input) 능력 덕분에 온갖 정보와 경험을 축적하고 탐구하는 데 능하다. 5위를 차지한 복구(Restorative) 강점이 발동하면 어떤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근원을 빠르게 파악하여 해결(원래 상태로 되돌려 놓기)하고자 한다. 


요약하자면 '오타쿠'가 아닌가...? 실제로 친한 친구들은 나를 덕후로 부른다. 오타쿠의 최대 강점은 정보 수집 능력이다. 특정 분야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지적 호기심이 많아야 가능한 일이다. 여기에 상상력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이다. 정보 수집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 

 

수집(Input)에 대한 해석을 읽고 뜨끔했다. 한동안 제2차 세계대전과 중국 문화 대혁명에 빠져서 관련 동영상과 글을 섭렵한 적이 있었다;;


물론 나는 고립된 오타쿠라고 하기엔 대인관계 구축 능력에 해당하는 공감(Empathy), 적응(Adaptability), 연결성(Connectedness)이 10위 안에 있어 사회적 관계망을 중요시 여긴다 하겠다. 실제로 '그럴 수 있구나'를 달고 사는 편인데 그 또한 공감 능력의 발로이며, 그때그때 바뀌는 상황에 맞춰 움직여도 큰 스트레스가 없는 이유는 적응 능력 덕분이라 하겠다. 모든 일에서 세상과의 연결성과 의미를 찾다 보니 큰일이 일어나도 비교적 침착하다. 가끔 세상에 초월한 것 같은 말을 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어려운 일을 나에게 상담하곤 한다.  


TOP 10에서 마지막 퍼즐은 '모범생' 키워드이다. 강점 1위가 발상이라서 공상도 망상도 자유롭게 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그렇지 않다. 마음속이 지저분하면 일기로 정리하고 일할 때 회의록을 정리하고 갈등이 생기면 의견도 정리한다. 내 방은 누구보다 지저분하지만 문서로 생각이나 의견을 정리하는 덴 청소왕이다. 9위를 차지한 정리(Arranger) 능력 덕분이다. 마지막으로 10위의 책임(Responsibility)이 있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책임이 주어지면 밤을 새워서라도 해내고 만다. 부작용은 다른 이의 부탁을 거절 못하고 내가 일을 떠안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강점 테스트를 받고 나서 최근 유퀴즈에 나온 두 사람이 떠올랐다. 


유퀴즈 속 박진영과 방시혁


박진영은 JYP를 설립하며 '회계와 시혁이'만 있는 상태로 시작한다. 박진영 왈, 자신은 몽상가라서 비현실적인 아이디어를 이렇게 저렇게 떠들어 놓으면 '시혁이'가 정리해 준단다. 그는 박진영 머릿속 음률을 곡으로 정리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회사의 매니지먼트 일까지 척척 해낸다. 그렇게 시혁이는 10년을 박진영의 참모로 살았다. 왜냐면 시혁이는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은 자리에 가면 불편한 기운을 온 얼굴로 내뿜고, 박진영처럼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발산하기엔 AI와 같은 감성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서 내 모습을 보았다. 나도 아이디어를 바로 실행하기보단 현실적으로 구체적으로 실현 가능한 지를 따진다.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정리하는 데 능하다. 내가 믿고 따르는 사람이라면 나의 영역이 아닌 일을 시켜도 해낸다. 또한 나를 공개적으로 소개하거나 다수를 만나서 네트워킹을 해야 하는 자리에서는 유령 같이 떠다닌다. 그래서 박진영처럼 사교성과 실행력이 좋은 리더를 만나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전형적인 참모형이다. 



그러나 결국 방시혁도 수장 자리에 올랐다. 여전히 그는 공개적인 네트워킹 자리에 주주들이 말리기 때문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경영 또한 전문인의 손에 맡긴다고 한다. 그는 이젠 너털웃음을 보이며 자신의 약점도 말할 수 있는 단계에 올랐다. 


강점 테스트를 받으면서 난 역시 리더 타입은 아니구나 싶었다. 좋은 리더들이 가진 실행력, 추진력 부문이 모두 약점으로 나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새로운 리더들은 계속 나타난다. 특히 창의적인 영역일수록 우리가 흔히 아는 기업가형 스타일보다 전형적이지 않은 리더들이 성공할 수도 있는 법이다. 


그래서 나도 강점 테스트의 의도가 그렇듯 강점에만 치중하기로 한다. 시혁이가 인내했던 세월을 들으며 나 또한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겠거니 싶다. 어쩌면 나중엔 시혁이처럼 '뭐 혼자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순간이 오겠거니. 

매거진의 이전글 개발새발로 자기 계발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