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년째 아침형 인간을 꿈꾸는 자의 도전기
이십 대 때 내가 절대 읽지 않는 책이 있었다. 자기 계발서였다.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던 시절, 나도 그 아픈 사람들 중 하나였다. 당시 내 월급은 88만 원 세대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었고, 문화예술계에 만연한 비정규직을 자처해서 들어갔다. 나의 선택은 자기 계발서를 읽지 않는 논리와 같았다. 남들이 모두 가는 길로 가지 않는 것이었다.
이제 와서 후회한다고 말하면 내 과거를 모두 부정하는 꼴이 된다. 하지만 그때 현실적이지도 구체적이지도 않은 계획을 품고 했던 선택이 현재 모래성 같은 커리어를 만든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지금 나는 마냥 낭만적으로 미래를 꿈꿀 수 없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자기 계발을 시작했다. 누가 보면 그게 무슨 자기 계발? 그렇게 물을 수 있다. Gen Z가 열광하는 '갓생 살기'를 하기엔 열정적이지도 않고 하루아침에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기엔 체력이 저질이기 때문이다. 작심일주일을 여러 번 반복했고 그게 패턴이 되기도 했다.
내가 도전한 자기 계발 경험을 글자로 하나씩 써내려 간다면 모나고 비뚠 모양일 것이다. 그래서 개발새발로 자기계발하기이다. 엉망이지만 나름의 방식이 있었다.
나는 무엇을 했나?
1. PT 및 필라테스
=> 돈을 내서라도 운동하기
2. 심리상담 15회
=> 너 자신을 알라
3. 책 읽기
=> 게으름을 탈피하는 방법을 일단 이해라도 하기
4. 강점 테스트
=> 면접에서 할 말 찾기 & 잃어버린 자신감 회복하기
5. 챌린지 도전하기
=> 벌금을 걸어서 미라클 모닝하기, 샐러드 먹기 등
6. 물건 버리기
=> 미니멀리즘 발 끝에라도 닿기
7. 성공 스토리 보기(유튜브, 영화, 다큐 등등)
=> 영상을 끄는 순간 잊을 걸 알면서도 보기
8. 독서 모임 나가기
=> 자극을 주는 사람들을 만나기 & 내향인의 사회성 테스트
9. 배우기 및 기타 등등
=> 제대로 뭘 배웠나 싶어 기타에 넣어둔다
최근 2년 동안 시도한 것들이다. 여전히 나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다. 오히려 체지방은 소폭 증가했고 운동을 하러 가는 길은 아직도 구만리처럼 느껴진다. 이제 게으름을 극복했다기 보단 벼락치기와 게으름을 벗 삼은 나의 무의식을 어렴풋이 알았다.
새벽 다섯 시면 일어나서 요가를 하고 점심엔 샐러드를 야무지게 먹고 사이드잡으로 부수익까지 창출하는 수많은 유튜버들보다 나와 같은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GOD생'을 살기에 평범한 이의 삶은 성스럽지(Holy) 못하다. 치맥이나 떡볶이를 먹어야 야근을 버티고 나한테 주는 선물을 가끔씩 해야 한 달 벌이에 감사하게 된다. 어떤 문제로 '오 마이갓'을 외치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래서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도전기를 공유한다. 이런 사람도 근근이 뭐라도 하고 산다고. 어쭙잖게 '너도 할 수 있어'라는 격려의 말을 건네진 않겠다. 독자와 나의 연결고리만 확인할 수 있으면 된다.
"야, 너두?"
"야, 나두!"
조정석의 미소와 함께 자기 계발 도전기에 운을 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