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형벌권 행사
요즘 중요 형사 사건의 판결이 선고되었을 때 양형에 관한 의견이 많이 보도된다.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 피해자의 고통에 비하면 너무 가볍다는 등 양형이 너무 낮다는 내용을 많이 접한 것 같다. 종종 이렇게 일반적인 법감정과 판결의 결론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형사재판을 하다 보면 피해자의 고통과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꼭 법정에서 피해자의 눈물과 발언 또는 글을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기록을 통해 사건의 사실관계를 파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얼마나 힘들고 아팠을지 그리고 앞으로도 그 기억으로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선량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피해자들이 느낀 큰 고통을 보고 있자면 참담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국가의 형벌권 행사를 통해 한 인간의 대부분의 기본권을 박탈하고 자유를 전면적으로 빼앗는 것이 얼마나 중대한 지에 관해서도 한 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형사처벌을 받고 수감 중인 인간에게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많은 기본권이 박탈된다. 도저히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범죄를 저질렀어도 인간은 인간이고, 인간이라면 그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서 인간에게 자유권이 없다면 그 인간은 사실상 인간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한 인간으로부터 자유권을 빼앗는 일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그 책임에 상응하는 적정한 수준의 형벌인지가 정말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사적 제재가 아닌 국가의 형벌권 행사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언론에는 피해자의 입장을 대변한 내용이 많이 보도된다. 이러한 현상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다. 사회구성원의 절대다수가 선량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훌륭한 사람들이고 피해자 역시 대부분 그렇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법감정과 판결의 결론에 종종 차이가 나는 것도 어쩌면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닐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