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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파르 Feb 15. 2024

다 같이 흙길 좀 걸읍시다

마이 웨이의 함정

이효리씨의 국민대학교 졸업 축사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남 이야기 듣지 말고 자신의 소리에 귀 기울이세요.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요. 아무도 믿지 마세요.”라는 내용이 있었는데요. 하나하나 참 좋은 말이었고, 깊이 공감 가는 내용도 많았습니다. 여러 사람의 열광을 얻은 듯 보였어요.


요즘 소위 성공한 사람들로부터 비슷한 내용의 말을 많이 듣는 것 같습니다. “사회 통념이나 다수의 의견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라.” ‘마이 웨이’라는 말도 생겨났어요. “부당한 것에 망설이지 말고 목소리를 내라.”는 내용도 있지요. 2023년도 베스트셀러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책의 첫 챕터의 제목 역시 “삶이 그대를 속이면 분노하라”입니다.


분명 20여 년 전에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즉, 어차피 성장통은 있으니 이를 받아들이고 정진하면 좋은 날이 올 거라는, 지금과는 방향성이 약간 다른 메시지가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 같은데요. 위대한 러시아 문학가 알렉산드로 푸시킨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슬픈 날은 참고 견디면 기쁜 날이 오리니.”라고 했습니다. 대중들이 열광하고 공감하는 메시지는 언제부터 이와 정반대가 되었을까요.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개인의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원칙보다 이익이 우선이지요. 원칙이 바로 서는 일이라도 내게 불이익으로 다가오면 원칙을 무시하자는 의견을 부끄럽지 않게 개진하고, 원칙을 세워야지만 내게 이익이 될 때는 원리원칙을 따집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저도 물론일 것입니다) 그러하고, 그런 모습은 기업이든 국가기관이든 동호회든 입주자대표회의든 사람이 모인 곳이라면 동일한 양상을 보입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참 안타까운 마음도 듭니다.




아시다시피, 무인도에서 윌슨이라 이름 붙인 배구공과 둘이 살아갈 것이 아니라면 사람은 사람 없이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모든 사람은 사회와 자신이 속한 조직의 테두리 내에서 살아갑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한 조직 내에서 나에게 이득이 되는 일은 다른 구성원에게 해가 됩니다. 결국 한 명이 자신의 이익만을 강하게 추구하면 그로 인해 누군가는 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말입니다. 조직 구성원 모두가 “마이 웨이!”를 외치면 필연적으로 누군가에겐 돌아가야만 하는 그 해는 누구에게 가게 될까요? 사회초년생, 그 조직에 새로 유입된 구성원, 선천적으로 의견을 강하게 내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 세상만사에 통달에서 ”그래 저 꼴 보느니 내가 하고 말련다"하는 사람이겠죠. 기득권 자리를 꿰차고 있는 데다 나는 죽어도 손해는 못 보겠다고 드러눕는 얼굴 두꺼운 사람은 앞서 언급한 그 사람들을 발판 삼아 계속 꽃길만 걷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지난해 8월, 최재천 교수님의 서울대학교 졸업 축사가 있었습니다. 이런 내용도 있었어요. “서울대학교 졸업생 여러분, 부디 혼자만 잘 살지 말고 모두 함께 잘 사는 세상을 이끌어 주십시오.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겨?” 앞선 이효리씨의 축사와 달리 선뜻 열광하긴 어려운 내용일 테지만, 지금 같은 사회분위기에 참 필요한 메시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 서로 정말 조금씩만 양보하면 안 될까요? 누군가 한 명이 독박쓰고 그에 대한 보상심리로 훗날 누군가에게 또 독박을 씌우는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고 말이에요. 한 사람 한 사람이 정말 조금씩만 손해 본다 생각하면 됩니다. 일부는 사뿐히 꽃길을 걷고 다른 일부는 발을 디딜 때마다 무릎까지 빠지는 뻘에서 기어 다니는 것보다는, 먼지가 좀 날리더라도 다 같이 손잡고 흙길 걷는 게 낫잖아요. 이것은 참 제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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