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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비 Mar 17. 2023

내귀내듣 뒷담화 리뷰

내귀로 내가듣는 뒷담화 사용기

살다보면 참 별의별 일이 다 생기지만 내 뒷담화가 벌어지는(?) 현장에 있는 것은 참 드문 이벤트(?)가 아닐까 싶다.

이는 뒷담화를 하는 사람들이, 뒷담화는 그 대상이 없는 곳에서 해야한다는 기본을 충실히 지키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지 못하는 일이 아닐까?

(그러니 무슨일을 하든 기본을 지키자!)


누군가 니 뒷담화를 하더라~

라는 말을 듣는 경우는 있을지 몰라도

누군가 내 뒷담화 하는 것을 내 귀로 직접 듣는것은 참으로 드문 일이기에

기록 성애자/기록병자로서 기록을 남겨보려 한다.


내돈내산 리뷰도 아니고 내귀로 내가 듣는 나의 뒷담화,

본격 내귀내듣 뒷담화 리뷰!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고

내 뒷담화는 내가 듣는다


때마침 어제 휴가였던지라 하루 쉬면서 곰곰히 생각을 정리해보았고

내게는 정말 혜안이 깊은 친구들이 있어서 그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시간도 가졌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는일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이 당연한 명제를 나는 20대 중반까지도 인정하지 못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위해 참 애쓰고 살았다)


모든 사람에게는 그들 나름의 취향과 기준이 있을터인데 모든 사람이 나와 맞을 수는 없는 일이고

맞고 맞지 않고의 여부를 떠나 내가 마음에 안들고 싫을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동물이지 않은가.

맞지않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대부분은 티를내지 않고 그냥 하하호호, 당사자 앞에서는 웃어넘길 수 있는 사회성을 지닌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맘에 들지 않아

혹은 내가 싫어서 뒤에서 내 험담을 하거나 욕을 하는 것은 내 알바 아니다.

내가 모르는데서 나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것은 내 알바 아니고

알고 싶지도 않다.


혹자가 전해주는 누군가 나에대해 뒷담화를 하더라~라는 말도 기분이 나쁘긴 하지만 어쩔수 없다고 생각한다.

뒤늦게 찾아가서

-왜 내 뒷담화를 하느냐

고 따질 용기도 없을뿐더러 그러기엔 타이밍이 이상하다는 느낌이다 -_-;


그런데 나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것을 목도하게 된다면

뒷담화를 당하는(?) 현장에 있게 된다면?

이것은 얘기가 달라진다.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흔한 클리셰이다.


화장실에 들어가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내 뒷담화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러면

1. 보통 주인공들은 화장실에서 울거나,

2. 대찬 주인공이라면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가서 파워 당당하게 아무렇지도 않은척 행동하여 험담하던 사람들을 당황케 하거나

3. 이도저도 아니면 정의로운 주인공의 지인이 짠~하고 나타나서 니들 인생 그렇게 살지 말라는 식으로

도움을 준다.


그날밤의 나는 1번의 상황으로 가기 직전이었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내가 싫을수 있지. 그런데 굳이 그것을 함께있던 공간에서 쏟아내야만 했었던 걸까?

쏟아지려는 눈물을 참고 생각을 했다.

내일도 저들과 하루를 함께 보내야하는데 어찌해야하나.

없는 사람 취급하자.

눈엣 가시로라도 두지 말자

라고 다짐을 했지만 내가 그렇게 행동하는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유없이 날을 세우는 것으로 보일테고(특히나 뒷담화를 나누던 그 둘에게는 더욱!)

굳이 그들 입에 또 오르내릴 이유를 제공하기 싫었다.


그래서 2번을 감행하기로 결심했다.
정말 큰 결심이었다.
논쟁과 분란을 싫어하는 나는 평생 직접 누군가와 각을 세운적이 거의 없었다.
대부분은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그냥 피하고 말자의 식이었고 이런 내 주변에는 언제나 3번을 해줄 정의롭고 지혜로운 친구들이 많아서
많이 억울하고 손해보지는 않고 살아왔었다.
그런데 홀로서기 하듯, 친구들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이런일을 당했으니
스스로 무언가를 해야만했다.
눈을 감고 어떻게 해야하나를 생각하는데 그냥 울고만 싶었다.
없었던 일로 하고 넘어가야하나 고민하는동안 화젯거리가 나에게서 다른사람(역시나 누군가를 또...)으로 넘어갔다.

마침 화장실도 가고 싶어서
조용히 일어나서 문앞에 섰다.
심장이 미친듯이 두근댔고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문을 열었다.
두발 앞으로 내딛었다.
그들이 나를 본다.

할말이 있으면 직접하세요. 뒷담화를 할꺼면 내가 없는데서 하시구요.

목소리가 떨렸다.
알아챘을까?
내가 떨고 있다는 걸 들켰을까?

그리고 화장실을 들렀다 방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뭐 잘못했어? 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다
라는 식의 자기변명 가득한 얘기들이 오갔고
저런식으로 얘기하고 가버리면 어떡하냐. 이런식이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 않냐는 힐난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눈을 감았다.
그날...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다음날 일어나서도
그들의 입에서 나온말은
- 오해였다
- 나는 너를 욕하지 않았다
였다.
둘다 미안하다는 사과보다 자기 보호와 변명이 먼저였다.
마음이 짜게 식었다(더 식을 마음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루종일 그들을 없는 사람 취급했다.
그럼에도 기분이 더러웠다.
아주 더러웠다.
그래도 어떻게 그 하루가 갔다.

정리해보면.
산에서 깨발랄하고 해맑게 뛰어놀던 노루가 함께 뛰어놀 친구 노루들을 만났는데
그들이 갑자기 노루탈을 벗더니 사냥총을 들었고 나에게 총질을 했다.
나는 신나게 놀다가 총에 맞은 노루가 된 기분이다.
노루는 죽었고 나는 기분이 더럽다.


누군가 내 뒷담화를 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면

뒷담화를 당하는 현장에 있게 된다면

바로 나서서 내가 듣고 있음을 알리라고 하고싶다.

그 다음에 일어날 모든 불편한 문제들은 당신이 나서지 않더라도 결국은 생기게 될 문제들이다.



자.. 그럼 이제 그 다음에 일어날 불편한 문제들이 남았다.
친구들의 조언은 명쾌했다.
앞으로 그사람들 안보면 된다. 니 인생에 없는 사람인거다.


뒷담화는 들키지 않아야 하고 들켰다면 그사람과 연을 끊어도 상관없다는 각오로 해야하는 것이라고.

정답이고 현답이다.

이 일은 어느 모임에 속한 사람들과의 일이고

여전히 나와 그들은 거기에 속해 있다.

자기 변명과 변호가 먼저 나올 정도로 억울한 그들은 내 눈앞에서 사라질 생각은 없는것 같고

그렇다면 내가 등을 돌려야 한다.


내 시간을 쌓아간 그 곳에서 떠나기엔 어쩐지 아쉬움과 억울함이 남는다.

하지만 하고싶은일만 하고 살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싫은 일은 멀리하고 살자라는 내 신조와도 같이 싫은 사람은 안보고 사는게 맞다.

그래서 최대한 저들과 마주치지 않는다라는 정답을 정해놓고 답으로 가기위한 길을 찾아볼 생각이다.


누구나 뒷담화를 한다.

진짜.. 누구나 할 것이다.

나역시 뒷담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뒷담화는 진짜 심한 험담과 욕설일수도 있고 가벼운 지적과 비난일수도 있다.

하지 않아야하고 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하게 된다면 진짜 친구들이 입을모아 말하던 원칙-걸리지 말것, 걸린다면 그 사람과 연이 끊어져도 괜찮다는 마음이어야 함!-을 마음에 새기고 "감행"해야할 만큼 뒷담화는 사소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찾은 방법은

남 얘기 할 시간에 내 이야기를 하자.

우리의 이야기를 하자.

누군가 없는 자리에서 그 사람 이야기를 한다면 대부분 좋은 쪽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러니 너와 내가 있는 곳에서는 너와 나를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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