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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 Oct 02. 2023

집중맞은 도둑력이 문제라고요? 도둑맞은 집중력

2023년 8월의 읽고 싶은 책 | 도둑맞은 집중력 (요한 하리)

책속의 말

읽기는 더 이상 다른 세상으로의 즐거운 침잠이 아니라, 붐비는 슈퍼마켓을 마구 뛰어다니며 필요한 물건을 잡아채서 빠져나가는 행위에 가까워진다. 이러한 전환이 일어나면(화면을 읽는 방식이 독서에 영향을 미치면) 우리는 독서 자체의 즐거움을 잃게 되고, 독서는 매력을 잃는다.
사람들은 자신이 노출되는 목소리의 결을 내면화한다. 타인의 내면에 대한 복잡한 이야기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이 이야기가 우리의 의식 패턴을 다시 형성한다. 우리는 더욱 통찰력 있고 개방적이고 공감을 잘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반면 소셜미디어를 장악한 단절된 비명과 분노의 파편에 하루에 몇 시간씩 노출되면 우리의 사고 역시 그렇게 될 것이다. 내면의 목소리는 더 상스럽고 시끄러워질 것이며, 부드럽고 온화한 생각에 전만큼 귀 기울이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사용하는 기술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의 의식이 그 기술의 모습으로 변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이 얼마나 좋아지고 있냐면, 저는 강연을 할 때마다 청중에게 페이스북이 여러분의 대화를 엿듣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이 얼마나 있느냐고 물어봅니다. 인터넷에 뜨는 광고가 너무 정확할 때가 있잖아요. 전날 오프라인에서 친구에게 우연히 말하기 전까지 한 번도 언급한 적 없는 그런 구체적인 물건의 광고요. 요즘은 보통 청중의 절반에서 3분의 2 정도가 손을 듭니다. 그런데 진실은 더 오싹해요. 페이스북이 우리 이야기를 엿들은 다음 정확히 겨냥해서 광고를 띄우는 게 아닙니다. 우리를 본떠 만든 모델이 너무 정확해서, 마술이라 생각할 만큼 정확하게 우리를 예측하고 있는 겁니다.”




별거 아닌 고백으로 시작하자면 나는 이 책의 감상문을 쓰기 위해 벌써 몇 번이나 시도하는 중이다. 하지만 자리에 앉아 뭐라도 쓰려고 하면 갑자기 알림이 울리고, 메시지에 답장한 뒤에 그러고 보니 SNS에 새 글이 없나 한 번 확인하고 (거의 매분 새 글이 올라온다. 당연히 새 글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확인하는 것이다) 그렇게 몇십 분이 지난다. 진짜 정신 차리고 글을 써야지 자리에 돌아오면 갑자기 책상이 지저분해 보인다. 먼지 하나까지 눈에 들어와 책상을 닦다 보면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 자야 할 때가 된다. 오늘도 결국 글을 못 썼네, 자책하며 내일은 꼭 쓰리라 다짐하고 거의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저자도 나와 비슷한 고백으로 책을 연다. 소설 읽기를 좋아하던 저자는 어느 순간부터 몇 페이지 읽지 못하고 자꾸 산만한 행동을 하는 자신에게 질려 핸드폰과 전자기기를 ‘봉인’하고 어느 해변으로 훌쩍 떠난다. 원인은 명백히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기기)이라고 생각하며.

저자가 자신의 솔직한 경험을 기꺼이 공유했기에 이 책에 빠져들기는 쉬웠다. 게다가 저자가 겪고 있는 일은 하나 같이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나의 일 같았다. 나도 요즘 과거의, 독서를 좋아하던 내가 점점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고, 이제 이전만큼 집중할 수 없다고 느끼며 불안감과 우울감이 쉽게 느껴졌다. 저자가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나도 스마트폰(특히 SNS)이 모든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도둑맞은 집중력’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다.

저자는 집중력에 대해 거의 모든 방면에서 파헤친다. 몰입이 무엇이고 왜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가 몰입이 힘든지, 그 원인은 무엇이며 단순히 개인이 스마트폰에 집착하는 시간이 많아진 것만이 문제가 아닌 이유가 무엇인지. 연구 결과와 더불어 자신의 솔직한 체험을 곁들이며 독자가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함께 경각심을 느끼게 한다. 나 또한 집중력 저하는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으나 집중력 저하가 개인은 물론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전체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이면서 재미있게 다룬 저작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더불어 개인이 집중력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자는 거기서 더 나아가 왜 우리의 집중력을 저하하는 시스템을 당연히 여겨야 하는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적인 해결책 외에도 우리의 집중력을 빼앗는 세력에 대항해 함께 연대하고 운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몇몇 책을 떠올렸다. 이전에 읽었던 “다시, 책으로”도 우리가 긴 글을 읽지 않고 점점 짧은 글(혹은 아예 읽지 않게 된다)을 읽으며 생기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비판하고 다시 긴 글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것은 독서에 중점을 둔 이야기였다. “지금 당장 당신의 SNS 계정을 삭제해야 할 10가지 이유”라는 책도 (이 책에도 언급된) 실리콘밸리 구루인 재런 러니어의 책이며 이 책과 비슷한 주장을 한다. 다만 이 책은 SNS만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심지어 “왜 우리는 잠을 자야 할까”도 떠올랐다. 그 책에서도 수면 시간이 줄면 집중력이 저하된다고(마치 술을 마신 것처럼!) 수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집중력과 연관된 이 모든 분야(심지어 이것보다 더 많은 분야)를 분주하게 뛰어다니며 우리가 집중력을 되찾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한다. 너무 다양한 주제를 다루다 보니 약간 산만한 감이 없지는 않으나, 그만큼 집중력이 여러 분야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 사소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독자에게 주는 충격과 만족감이 더 크기에 최근 집중력 저하로 고민해 본 모든 사람, 나아가 그냥 모든 이가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사회 전체의 집중력 저하는 개인이 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문제’로서 받아들일 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아, 그래서 내가 무슨 이야기를 더 쓰려고 했더라. 집중력을 도둑맞아서 일단 여기까지만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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