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여성 작가의 책 | 모기가 우리한테 해 준 게 뭔데?
지구의 긴 역사를 고려할 때 인간은 ‘생태계를 교란하는 어떤 한 존재’에 불과하고 지금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이 그 인간에 그저 반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흔히 인용되는 말처럼 인간이 없어도 지구는 잘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이 인간의 미래를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우리가 인간의 쇠망을 직접 목격하는 세대가 된다면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이 아무리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해도 말이다(물론 지구의 긴 역사를 볼 때 그렇다는 말). 특히 우리가 이에 대해 큰 책임이 있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p. 66)
모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까? 내 경우 나를 비롯해 내 주변에서 모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본 적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모기가 내게 일절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깃소리에 잠 못 이루고, 행여나 물리기라도 하면 간지러워서 피가 나도록 긁거나 참기 위해 온몸을 비틀어야 한다. 심지어 모기를 매개로 한 질병도 얼마나 많은가. 말라리아, 일본 뇌염, 지카 바이러스, 뎅기열까지 언뜻 생각나는 것만 해도 이렇게나 많다. 책의 제목처럼 “모기가 우리한테 해 준 게 뭔데?”라고 절실하게 부르짖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아마 이 책의 제목인 질문 자체가 함정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인간은 지구상 존재하는 800만 종의 생물 중 하나일 뿐이다. 모기는 인간에게 무언가를 ‘해 주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그 어떤 자연의 생물도 인간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존재할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생물만이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렇지 않아 보이는 존재는 제거하며 마치 이 세상을 창조한 신인 듯 굴고 있다. 인간은 단 한 번도 이 지구의 주인인 적이 없으며, 인간의 관점에서 생각하더라도 인간에게 해로워 보이는 모기가 사라진다면 생태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생물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이 곧 인간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은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을 설파하기 위해 환경에 크게 관심 없던 사람에게 눈높이를 맞춰 설명하고 있다. 어찌 보면 현실적인 방안을 선택한 것이다. 마치 “어린 왕자”에서 어른들에게 아름다운 장밋빛 벽돌집을 보았다고 하면 상상하지 못해도 10만 프랑짜리 집을 보았다고 하면 그 집이 예쁜 집이겠거니 짐작하듯이, 철학적인 접근보다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우리가 생물 다양성을 보전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탈피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결국 인간의 관점에서 환경을 보호해야 할 이유를 설명해야 최대한 많은 이를 설득할 수 있다는 게 아이러니했다. 에필로그를 읽다 보면 왜 이들이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며 절망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해 다시금 자연을 회복하자는 메시지다. 인간이 죽는 게 최고의 친환경이라는 자조가 난무하는 시대에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다만 독서 모임에서 이 책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씁쓸함이 혀끝에 남은 까닭은 이런 이야기 또한 환경오염을 외주화하는 선진국이기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였다. 실컷 환경을 파괴하며 부를 축적한 선진국이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연환경을 개발하려는 개발도상국을 제지할 수 있을까? 부의 최상층이 전세기를 타고 다니며 최고급 식재료를 위해 낭비를 서슴지 않는 것과 극빈층이 하루하루 살기 위해 환경을 오염시키는 게 같을 수 있을까? 결국, 부의 불평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환경 문제 또한 쉽게 해결할 수 없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