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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석 Jul 21. 2023

카포스 공업사 사장님께

전용 주차 공간이 생기다. 

 2년 전 여름 제가 타고 다니는 경차 모닝 타이어 교체를 동네 공업사에 맡겼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잠시 일이 끊겨 제 차로 음식 배달을 하던 기간이었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배달 일을 나가려고 하는데 차 뒷바퀴 한쪽 바람이 다 빠져있는 것이었습니다. 집에서 150m 거리인 공업사를 가서 견적을 내보니 바퀴 당 꽤나 비싼 가격이 나왔습니다. 인터넷이나 타이어 전문점 보다 훨씬 비쌌습니다. 


“동네 장사라 어쩔 수 없어요. 우린 그런 큰 업체가 아니고 우리도 타이어를 떼 오는 거다 보니 이 정도 가격이 나옵니다.”

“네, 괜찮습니다. 저도 지금 바로 일을 가야 하니 어쩔 수 없네요. 바꿔 주십시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그 후로도 인터넷 검색을 좀 더 해보니 꽤나 비싸게 타이어를 교체한 것이었습니다. 좋게 생각하면 좋은 것이고 이미 지나간 일이기도 하니 긍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 한 달여가 지났을 때엔 음식 배달을 하지 않고 택배 일을 했었습니다. 아무래도 오토바이의 기동성을 따라갈 수 없다 보니 수입이 크지 않아 차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택배 일로 바꾼 것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택배 물량이 많아진 것도 한몫한 것 같습니다. 중형 승용차나 suv보다 많은 짐을 싣지는 못하지만 음식 배달보다는 수입이 나아져서 제 모닝에 감사해하며 일을 했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일을 가기 위해 바나나, 삶은 달걀, 시원한 물을 챙겨 차에 올랐습니다. 제가 배달해야 할 택배 건수까지 다 정해진 마당에 갑작스레 차 시동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당황했지만 차분하게 호흡을 가다듬고 천천히 다시 시동을 걸었습니다. 시동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차는 공업사 바로 옆 건물 카페 지상 주차장에 주차를 해놓은 상태였습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갑자기 차 시동이 걸리지 않아서요.. 혹시 지금 바로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정비소 사장님은 바로 달려오셔서 제 차를 봐주셨습니다. 


 “엔진 시동이 안 걸리는 건 두 가지예요. ooo 아니면 ooo인데 우선 ooo 갈아봅시다. 아마 될 거 같아요.”


 급히 근처 거래처에서 제 차에 맞는 부품을 받아서 교체했지만 차 시동은 걸리지 않았습니다. 


 “아.. 큰일이네요. 일을 가야 하는데. 제가 택배 일을 하는데 오전 중에는 출발을 해야 되거든요..”

 “이거 부동액은 언제 교체하셨어요? 

 ”부동액은... 잘 모르겠습니다. “

 ”택배일 하시면 화물차 모시는 거 아니에요? 차를 좀 아실 텐데 너무 관리를 안 하시는 거 같아요. “ 

 ”아, 저 모닝으로 택배 합니다. “

 ”이 작은 차로 택배를 해요? “

 ”저는 원래 다른 쪽일을 하는데 지금 일이 좀 끊겨서 제 차로 택배일 하고 있습니다. 저기 보이는 빨간 지붕이 저희 집이에요. 벌써 이사 온 지 한 1년 됐습니다. “

”근데 차를 왜 여기다 대놨어요? “


 사장님은 고개를 쭉 빼서 저희 집 쪽을 보시더니 왜 주차를 집 앞이 아닌 공업사 옆 카페에 대놨는지 물어보셨습니다. 


 ”아, 저희 집 앞에 제가 항상 주차하는 공간이 있는데 거기가 주차선이 없는 일반 땅인데 다른 차가 한 번씩 대거든요. 이틀 전에 모르는 차가 주차되어 있길래 여기에 댔습니다. 한 번씩 그럴 때가 있는데 뭐 어쩔 수 없죠. 제 땅이 아니니까 차 빼달라고 하지도 못하고. “


 저는 자초지종을 잠시 설명드렸습니다. 그러자 사장님은 수리를 멈추시고는


 ”저기가 집이에요? 잠깐 따라와 봐요. “ 


 라며 저희 집 쪽으로 걸어가셨습니다. 저는 영문도 모른 채 사장님을 따라 제가 항상 차를 대는 작은 텃밭 앞 공간으로 갔습니다. 


 ”여기에 제가 항상 차를 댑니다. 지금은 차가 없네요. “ 


 저는 저도 모르게 사장님 눈치를 봤습니다. 혹시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법적으로 댈 수 없는 땅인 건지 하고. 


 ”여기 텃밭이 내 땅이에요. 저기서부터 여기까지. “

 ”네? 여기 텃밭이 사장님 땅입니까? 아니 그러면 텃밭에 한 번씩 상추 뽑으러 오시는 분이 혹시 와이프분.. “

 ”모르는 사람이에요. 동네 분들이 여기 텃밭에서 상추 해서 드시는데 그분들은 누구 땅인지도 몰라요 여기가. “

 ”아.. 그렇구나.. 여기가 사장님 땅인데.. 그것도 모르고 제가 주차를.. 하하.. “

 저는 멋쩍게 웃었습니다. 제 구역이 아닌 곳이지만 그곳에 항상 차를 댔으니 어찌 보면 당연히 눈치를 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가 물어보면 주인한테 허락받았다고 하세요. 여기 앞에 카센터 얘기하고. “

 ”네? “

 ”여기 주차하시다가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거나 다른 차 대있으면 땅주인이라고 얘기하시라고요. “


 사장님은 쿨하게 말씀하시면서 다시 공업사 쪽으로 걸어가셨습니다. 저는 놀란 채로 뒤따라가며 말을 걸었습니다. 


 ”아니 그동안에는 차 빼달란 말 안 하다가 제가 갑자기 차 빼달라고 하면.. “

 ”내 얘기하면서 빼달라고 하세요. 땅주인이 주차하라고 했다고 하고요. “


 전세계약 4년 중 이곳에 살 날이 3년이 더 남은 시점에 제 전용주차 공간이 얼떨결에 생겨버렸습니다. 아마 공업사 사장님은 제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열어 주신 것 같습니다. 아니면 타이어를 비싸게 교체해서 그러셨을 수도..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 하루 일당을 자동차 수리비용으로 모두 쓰게 되었지만 제 전용 주차구역을 만들게 된 날이라 오히려 기분 좋게 돌아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지금까지도 감사하게 주차하고 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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