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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디 Mar 31. 2023

욕심

Reykjavík, Iceland​


저는 욕심이 많습니다. 다 잘하고 싶어서 취미로 하는 일이 두 손가락을 다 합쳐도 모자랄 겁니다. 그래서 하나를 꼽으라면 정작 잘 고르지 못하고 하나에 집중하는 일이 힘들 때가 있습니다. 정작 그토록 바랐던 것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은 기대하지 않았던 것에 가까운데 말입니다.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되뇌면서 도 자꾸 헛된 허영심을 가지게 됩니다. 제 글에 미사여구가 많은 이유도 저와 닮았기 때문일 겁니다. (최선을 다해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결과이긴 합니다..) 신년을 맞아 자취방을 대청소하면서 필요 없어진 것들을 치울 때였습니다. 분명 기쁜 마음으로 하나 둘 모아 온 것들이었을 텐데 더 이상 나를 설레게 하지 못하는 것들이 왜 그리 많던지요. 애초에 필요를 위해 사모은 것이 아니었던 것들은 그렇게 시간을 보낸 저에게 마지막 쓸모였던 ‘두근거리게 하는 용도’ 마저 잃은 것입니다. 하지만 아쉬움에도 눈을 질끈 감고 눈앞에서 없앴을 때에 진정 남기고 싶었던 것들이 주목을 받습니다. 앞으로 들이는 물건에도 조금 더 심혈을 기울여 고르게 되겠죠. 놓고 싶은 공간이 떠오르는지, 이전에 치워진 물건처럼 곧 의미 없어질 물건은 아닌지 말입니다. 잘 비울 때에 비로소 내게 필요한 것이 분명 해지는 겁니다.


포기를 잘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게으르겠다는 말이 아니라 진짜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싶다는 말입니다. 어차피 저는 무엇이든 대충 하는 법이 없으니 여유를 갖고 싶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당장 눈앞에 있는 반짝이고 있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두고두고 꺼내어 보았다가 기쁜 마음으로 다시 닦아 넣어두고픈 저만의 기쁨을 간직하고 싶습니다. 욕심을 버리는 법은 포기를 잘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원하는 것을 미루지 않는 것은 욕심이 아니라 살아있고 싶어서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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