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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갱주 Jun 23. 2022

자연스럽게 살아간다는 것

자연에게 배운, 하나의 따뜻한 지혜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中


“슬퍼하지 마라, 작은 나무야. 이게 자연의 이치라는 거다. 탈콘은 느린 놈을 잡아갔어. 그러면 느린 놈들이 자기를 닮은 느린 새끼들을 낳지 못하거든, 또 느린 놈 알이든 빠른 놈 알이든 가리지 않고, 메추라기 알이라면 모조리 먹어치우는 들쥐들을 잡아먹는 것도 탈콘들이란다. 말하자면 매는 자연의 이치대로 사는 거야. 메추라기를 도와주면서 말이다.”


“그게 이치란 거야. 누구나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 사슴을 잡을 때도 제일 좋은 놈을 잡으려 하면 안 돼. 작고 느린 놈을 골라야 남은 사슴들이 더 강해지고, 그렇게 해야 우리도 두고두고 사슴고기를 먹을 수 있는거야. 흑표범인 파코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 너도 꼭 알아두어야 하고.”


“꿀벌인 티비들만 자기들이 쓸 것보다 더 많은 꿀을 저장해두지.. 그러니 곰한테도 뺏기고 너구리한테도 뺏기고, 우리 체로키한테 뺏기기도 하지. 그놈들은 언제나 자기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쌓아두고 싶어하는 사람들하고 똑같아. 뒤룩뒤룩 살 찐 사람들 말이야…”







최근 아빠랑 대화하면서 부쩍 느끼는게 있다. 아빠는 군대에서 전역한지 50일 좀 넘은 아들에게 그동안 양껏 모아온 장마를 뿌리듯 하고 싶었던 얘기들, 여러가지 교육들을 나에게 한다. 아빠는 내 상황에 맞게 고민을 하고 여러가지 비유로 자신만의 생각과 신념을 애기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항상 ‘자연'이 있다. 아빠가 내게 자연을 강조하는 것은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통틀어 삶의 자연스러움이 자연에 묻어있기 때문이다. 아빠는 ‘자연스러운 것이 좋은 것이고 편한 것이며 참으로 좋지 아니한가?’ 하는 식의 배추도사 같은 말을 가끔 하기도 한다.


현재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그리고 그 책에 너무 인상깊었던 구절들이 있어 위에 실어놓았다. 나는 이 3개의 문단을 통해 오랜만에 뭉클하게 밀려드는 따스함을 느꼈다. 5살인 작은 나무가 보기에는 탈콘이 메추라기를 잡아가는 것이 적잖은 충격이었다. 평화롭고 조용한 인디언의 일상에 조금은 잔혹한 현실을 보게 된 순간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웃으며 손자에게 지혜를 건넨다.


할아버지의 지혜를 한단어로 정리하면, ‘자연스러움’이라고 생각한다. 느린 메추라기가 무리에서 멀어지고, 탈콘이 그 메추라기를 잡아간다. 이 사실만 놓고 보면 안타까울 수 있지만, 이는 자연이라는 큰 원의 일부일 뿐이다. 돌고 도는 자연의 순리 속에서 그들은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고 살아간다. 누가 맞다고 할 것 없이, 배우지 않아도 그렇게 움직이고 살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며 우리도 그 흐름의 어딘가에 있다.


그런데 살아가다보면 인간의 욕심때문에 부자연스러워질 때가 찾아온다. 할아버지는 부자연스러운 것 중 하나로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기'를 작은나무에게 알려주었다. 탈콘이 약한 메추라기 하나만을 잡아갔듯, 필요한 만큼만 챙기는 삶의 태도는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네가 번만큼, 사회에 돌려줘야돼. 사람들은 다 자기가 벌었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꼭 그렇겠니? 돈을 많이 벌어서 꽁꽁 묵혀두는게 무슨 의미가 있어. 죽으면 다 휴짓조각이 되는걸. 너희 할아버지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돕고 고아원에 기부하신걸 기억해라. 할아버지가 왜 평생을 남을 도우며 사셨는지..”


아빠가 최근 내게 해준 이야기다.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기'와 맞물리는 정말 소중한 조언이었다. 자연의 싸이클이 돌듯, 돈도 돌아야 하는 것이 이치이다. 꿀벌처럼 아끼다간 다 빼앗기고 사라진다. 내가 건재할 정도의 양을 취하고 남은 것들을 나눌 수 있는 지혜. 많은 메추라기를 잡았어도 어려운 사람을 위해 맛나고 통통한 메추라기를 양보해줄 수 있는 마음. 이 아름다운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면 그때서야 진정한 어른이 되는게 아닐까?


조용히 다짐해본다. 기꺼이 양보할 수 있는 마음이 삶의 무게에 눌리지 않도록 열심히 해서 많은 메추라기를 잡겠다. 그리고  아름다움을 결코 잊지 않고 실천하겠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살아가겠다. 작은나무의 할아버지처럼, 그리고 몇년  돌아가신 할아버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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