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내면 웃는 아들

by 다복라이프

아들은 올해 처음 유치원에 들어갔다.


낯선 사람, 낯선 환경에 다소 예민한 아들은 새로운 기관에 적응하느라 나름 애를 먹었다.

사람을 좋아하는데 사람과 친해지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 아들이다.


그렇게 나름 유치원에 적응하고 거의 두 달이 다 되어 갈 무렵 학부모상담기간이 돌아왔다.


"어머니, OO이 우리 반 모범생인 거 아세요?"


즐거운 칭찬으로 시작된 상담,

나도 주절주절 유치원 선생님께 말 잘하는 아들이 전해 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화기애애했다.

그란데 학기 초 이야기를 하시면서 고쳐야 할 몇 가지 상황을 이야기해 주셨다.

물장난을 해서 혼내는 상황인데 아들은 계속 웃고만 있다고 했다...


'선생님.. 모범생이 맞는 걸까요?^^;;'


앳된 모습의 어린 선생님은 아들의 그런 행동으로

적지 않게 당황하셨던 듯하다. 아마도 자기를 무시한다고 화도 나셨을 법하다...


요새는 아니지만 아들은 집에서도 가끔 청개구리짓을 해서 혼내면 웃을 때가 있었다. 그러면 난 더 강하게 훈육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집에서는 줄었는데 유치원에서 적응하는 시기에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한다.

3월에 적응할 때 친정엄마가 도와주셨는데 그때도 할머니 말을 안 듣고 장난치고 해서 힘드셨다고 하는데 유치원에서도 그랬구나 싶었다.


처음에는 아들에게 좀 화가 났다.

상담 와서 아들에 대한 잘못된 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는 내가 혼나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문득,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들어서 전문가의 이야기를 찾아봤다.


"민망하거나 긴장해서, 무서움이나 두려움을 느낄 때도 방어기제로 웃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런데 웃음을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으로 생각하고 더 강하게 혼나게 되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기회를 잃게 된다고 한다.


아들의 웃음을 이해하려고는 생각 안 하고 단순히 그 행동 자체에만 집중했던 것 같다.


그 행동만 멈추려 하기보다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지는 못했다. 훈육하는 상황에서 웃음은 잘못된 표현이 맞다. 하지만 잘못된 표현을 수정만 하려고 결과에만 집중하면 배움의 기회를 잃게 된다.


나는 아이들을 얼마나 이해하려고 노력했는가.

반복되는 잘못된 행동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찾으려고 노력했을까. 단순히 지적으로만 끝났을까.

갑자기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그럼에도 나는 또다시 실수를 하는 순간이 온다.

다만, 이렇게 아들에 대한 피드백을 단순히 넘기지 않고 궁금해서 찾아보면서 아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게 된다. 그것만 해도 얼렁뚱땅 인 엄마가 한 뼘은 성장한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