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인공지능은 우리의 일상에 들어온 지 오래다. 생활 속 사물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사물 인터넷은 이미 2020년대부터 적용되어, 가정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더 이상 낯선 신기술이 아니게 된 것처럼 말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에게 도움과 서비스를 제공해주며, 우리는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더 나아가, 미래에는 인공지능의 지식이 인간이 통제가 불가능할 수준으로 발전하는 '지능의 폭발'이 일어날 것이란 경고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A.I(Artifical Intelligence) 자동 그림 프로그램이 이슈로 떠올랐다. 자동 그림 프로그램은 한 종류가 아니라, 다양한 사이트에서 이용자들에게 A.I 그림을 제공하고 있다. 이미지를 만드는 A.I란? 자신이 생각하는 그리고 싶은 그림에 관한 키워드를 입력하면, 그 이미지에 가까운 그림이나 이미지를 자동으로 생성해 주는 것을 말한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AI가 그림이나 이미지 등의 저작물을 저작자의 허가 없이 학습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한다. 다만, AI가 생성한 이미지가 만약 기존 그림이나 이미지와 매우 유사하다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인간이 구체적인 지시와 가공을 반복해 생성한 이미지의 경우에는 지시를 한 사람에게 저작권이 인정된다 볼 수 있다.
이미 기술이 시장에 등장하고, 관련 업계 외 일반인들도 이 그림 A.I를 이용하는 시점임에도 아직 현행법상 이에 관한 법률은 모호하단 인상을 준다. 제대로 기준점을 두고 규정하는 규제보다, 기술이 세상에 나와 빠르게 사람들 사이에 퍼진 탓이다.
AI가 그림을 그리려면, 이전의 사람들이 그렸던 ‘그림’이라는 데이터가 필요하다. 여기서 문제는, 그림의 원작자에게 저작권을 제대로 허가받는 등의 행위가 이루어지지 않고, 이 A.I 개발자는 예술가들의 그림을 무단으로 가져와 학습시키고, 이를 ‘신기술’로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 건은 저작권 침해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
나는 A.I가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를 문제삼는 것이 아니다. A.I의 기술 개발자는 기술을 개발하기 이전에, 윤리적, 도덕적 신념이 확고하게 있어야 하고, 그를 이용하는 사용자들 모두 도덕적 감수성이 있어야 AI가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될 것이라 말하고 싶은 것이다.
음악의 경우, 미술에 비해 저작권이 잘 지켜지고 있다. 당장, 유튜브만 해도 영상 제작에 저작권이 있는 음원을 사용하면, 영상에 제재가 가해진다. 하지만, 그림의 경우엔 애초에 사람들의 저작권 의식이 희미하다. 여러 작가들이 불법 업로드, 무단 전개로 인해 고통받는 건 꽤 오래된 문제다.
기술의 발전은 물론 중요하지만, 현직 예술 종사자들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이루어지는 이 사태는, 관련 업계 전공자로서 부당하다고 느껴진다.
솔직히 A.I가 향후 내 진로에 대해 미칠 영향력이 두렵다. 나는 미래에도 여전히 예술가이며 작가인가. 나의 인건비와 작품에 대한 가치가 과연, 인공지능의 사용료보다 더 높을까? 어떻게 해야 나의 그림이 인공지능보다 값어치가 있고 작품성이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
나는 예술가로서 나의 정체성과, 내 직업에 대한 프라이드또한 지키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세상에 선보인 신기술을 엎을 순 없는 노릇. 그렇기에, 나는 예술가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인공지능 개발을 제안한다.
현 사태의 가장 큰 문제점은
1. 예술가들의 저작권과 창작 욕구가 침해 당했다.
2. 예술가들의 작업물이 학습데이터로 제공되었지만, 정작 그들에게 돌아간 이익은 없으며, 오히려 앞으로의 직업 안정성마저 위협받고, 해당 A.I를 개발한 사람과 A,I 사용자들만이 이득을 보고있는 기형적 구조가 탄생했다.
보통 사람이 그림을 그릴 때는, 그리는 사람 스스로 레퍼런스를 고른다. 그렇기에, 의도적으로 레퍼런스에서 눈에 띄는 유사성을 피해, 참고하며 창작하는 과정에서 그 사람만의 개성이 탄생한다. 나는 이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봤다.
‘그림의 레퍼런스를 분석하는 A.I, 다른 사람의 그림과의 유사성을 판독하는 A.I’가 있다면 어떨까. 이는 교수님이 사용하는, 학생들의 글이 기존 논문 및 기사 등 다양한 글에서의 표절률을 검사하는 카피킬러 프로그램과,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단어를 검색하면 그에 대한 유의어와 반의어 또한 같이 출력되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림의 레퍼런스를 분석하는 A.I는 분석하고자 하는 그림을 주면, 그 그림 안에 어떤 레퍼런스가 들어갔는지 원 정보를 링크 형태로 제공한다.
한 사람이 그린 작품 안에 참고된 얼마나 다양한 레퍼런스들이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면, 그림에 대한 정보 흡수량이 높아져, 절로 공부가 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림을 그리지 않는 사람들은, 모호하게 생각했던, 그 사람이 그림에 들인 노력을 쉽게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인터넷상에선 종종 다른 사람의 그림이나, 사진을 그대로 따라 그렸다는 ‘트레이싱 논란’이 많이 일어난다. 다른 사람의 그림과의 유사성을 판독하는 A.I가 있다면, 이런 논란에서 진실 여부를 쉽게 가릴 수 있으므로, 사람들이 논란에서 느낄 피로감을 줄여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A.I들이 등장한다면, 사람들은 이전보다 쉽사리 다른 사람의 그림이나 사진을 자기 창작물에 악용하는 사례를 줄일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다. 더불어, 사람들의 그림에 대한 저작권 인식을 높이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판별기에서 그치지 않고, 조금 더 발전시켜보자. 이용자의 그림을 프로그램에 돌리면, 정 반대 스타일의 작가를 추천하는 등의 다양한 응용을 한다면, 기존에 없던 다양한 참고 자료를 획기적으로 한 번에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인공지능이 동작하기 위해선 학습시킬 방대한 양의 작품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치만, 이 A.I는 기존의 것과는 다르게, 예술가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기획되고 사용된다는 취지가 있으므로, 다양한 작가들의 협조를 기대할 수 있다.
기존 작가들의 그림이 모이고, 이후, 새로운 작가들이 인공지능에 자신의 그림을 학습시키는 위 행동을 반복하면, 장기적으로 값진 거대한 데이터가 축적된다.
이 인공지능 서버를 구축하는 단계에서 다양한 작가들에게 협조를 구하고, 충분한 데이터가 모여 인공지능 구동이 가능하게 된 이후, 1년간은 모든 이용자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1년간 모인 데이터 수치를 살펴보고, 향후 공개 기간 범위를 논의해 본다. 이후, 서버를 전면 유료화(월정액 구독제 등) 혹은, 광고를 다는 등 비즈니스적 모델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거라 본다.
저작권 의식과 윤리 의식 없이 인공지능을 만든 사람이나, 그걸 좋다고 쓰는 자칭 A.I 아티스트들과 대중들, 신기술의 도입으로 더 이상 기존에 일하던 원화가들은 필요없다며 해고한 회사 등,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사태에 환멸을 느꼈다.
A.I가 향후 내 진로에 대해 미칠 영향력을 생각하며, 새로운 A.I의 개발을 상상하며 고민하던 나는, '인공지능이 이렇게 이슈가 난 지금이나, 추후 미래에 일어날 특이점에서도, 인간의 창의성과 예술성을 뛰어넘기엔 명확한 한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A.I는 기본적으로 데이터를 학습해야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현재, 여러 분야에서 A.I가 만든 결과물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기존 사람이 만든 데이터와 A.I가 새롭게 만들어낸 데이터를 명확히 식별할 수 있는 기능은 입력되지 않은 시점이다. 인공지능이 만든 결과물을 그대로 학습하고, 다시 그를 바탕으로 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학습 루프'는 결국 전체 데이터의 질 저하를 가져온다. 이 학습 루프는 최후엔 모델 붕괴가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가져온다.
현 사태에 위기감을 느낀 예체능 종사자들이 의도적으로 정상성에서 벗어난, 틀린 데이터를 A.I에게 학습시키면, A.I는 그 데이터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점도 한계점이라 본다.
현재 그림 A.I(렌유, WebUI 등)를 이용해, 뛰어난 아이디어가 있음에도 그를 시각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사람들이나 자신의 일을 덜어줄 어시스트가 필요한 작가들에게 쓰일 수 있음을 안다.
하지만, 현직 그림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 모두가 날 때부터 뛰어난 그림 실력을 가진 것은 아니었으며, 그들 모두 인고의 시간을 거쳐서 자신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얻었다.
그러니, 단순히 A.I 기술력에 의존하지 않고, 최소한 이들에 대한 존중을 표하는 자세를 갖춰야한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은 우리의 생활에서 여러 편의를 가져다주는 비지니스 모델을 넘어, 미래에는 초지능으로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인간의 창의성과 예술성을 뛰어넘기엔 명확한 한계가 있다.
창조성은 앞으로도 인간의 영역일 것이라 믿는다.
출처: ‘표절률’만 지키면 문제가 없다?…유사도 통해 표절 여부 검증하는 대학교 ‘주목’
-UNN, 2022.12.05.
[이슈리포트] AI 창작물의 저작권 보호에 관한 해외 동향
송선미, 2022-03-11
AI와 그림 – 1. AI가 다해먹는 세상? 일러스트 업계의 미래는?
2022-10-12 | 엄광호
*인공지능 관련 교양 수업을 수강하며 작성했던 레포트 수정 후에 브런치에 업로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