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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acleGrace Oct 27. 2022

그리스, 사랑하는 이를 만나러 가는 길

#고향 #그리스 #이스탄불 #인천 #휴가

그는 코로나로 3년째 집에 가지 못했다. 휴가도 3년중에 딱 1년만 사용했다. 코로나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 출장을 다니며 최장 61일간 격리와 락다운을 경험했던터라, 그의 정신적인 피로는 그 이상이었다. 그는 6개월간의 출장을 마치고 약혼자가 있는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고향이 너무 그러웠다. 



약혼자에게 끊임없이 이어지는 구름 한점 없는 맑은 하늘, 그리고 투명한 에메랄드 빛 바닷가말이다. 오전에 늦게 일어나 아침을 먹고 쉬다가 수영을 하고, 집에 돌아와 낮잠을 자고 나면 엄마가 해주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늘어져있던 고향집을 이야기 해주다 더 사무치게 그리워졌다. 그는 더 이상 참을수가 없었다. 이번 주말에 바로 가야겠다고 했다.


바로 그날, 목요일에 회사에 이야기 했다. 약혼자와 함께 가겠다고 비행기 티켓 2장을 끊어달라고 했다. 열심히 일한 그에게 보상이라도 하듯, 회사는 바로 다음날인 금요일에 약혼자의 표까지 끊어주었다. 그렇게 한국에서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밤, 간단하게 짐을 싸 그리스로 떠났다. 



그는 부모님께 알리지 않았다. 형제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비행기를 탔다. 만에 하나 그리스로 못 갈 사정이라도 생긴다면 기대했다 실망하실 부모님을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놀라게 해주는걸 더 재미있어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는 연락하지 않았고, 약혼자와 함께 고향으로 향했다. 


한국에서 그리스를 가는 방법은 터키항공사를 이용해 이스탄불을 경유하는 것이다. 이스탄불 공항은 체감으로는 인천공항보다 훨씬 더 큰 것 같았다. 사실 확인을 위해 인터넷을 찾아보자 인천공항의 3.5배라고 했다. 환승을 위해서는 끝없이 걸어야 했다. 키가 198cm 그의 긴 다리가 12시간 비행동안 접고 구겨져 처박혀 있다 풀려나자 신이 났다. 그는 그 길고 긴 환승길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신난 다리에 의지에 하염없이 걷다보니 인터네셔널 출국장으로 모두 모였다. 


인천 공항에서 밤 비행기를 탈 때는 면세점을 거의 이용할 수 없었다. 밤 스테프로 교체 된다고 문을 닫았다. 브랜드에 따라 간혹 24시간 영업하는 곳이 있었는데 기억에 따르면 정관장과 던킨 도너츠, 스타벅스 정도 밖에 없었던것 같다. 정관장에서 홍삼을 사고 정해진 출입구로 걷다보면 까페나 식당가가 나왔지만 모두 문을 닫았다. 간혹 아직 문을 닫지 않은 베이커리는 모든 빵이 동이 났다. 해당 출구로 가는 길에 있던 스타벅스에서 바나나 2개를 확보하고 물 4개를 산 게 전부였다. 약혼자는 인천공항을 밤에 이용한다면 먹을 것을 미리 사와야겠다고 생각하며 그의 바나나까지 다 먹었다.  



그런데 새벽에 도착한 이스탄불은 한창이다. 여기는 모든 점포가 24시간 영업을 하는것 같다. 전 세계에서 유럽으로, 혹은 유럽에서 전세계로 흩어지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각양각색의 사연을 가지고 기다리거나 쇼핑을 하거나 먹거나 마시고 있었다. 그는 달달한 터키 디저트를 좋아하시는 부모님에게 가져다 줄 선물을 고르느라 분주했다. 


그사이 약혼자는 먹을 것을 찾아 나섰다. 기내식을 다 먹거도 여전히 배고프다는 약혼자에게 뭘 사주지 안될 것 같아 서둘러 빵집을 찾았다. 그는 피자를, 약혼자는 큰 샌드위치를 골랐다. 차분히 앉아 먹을 시간이 없어 게이트로 가는길에 먹기로 했다. 


정말 이스탄불 공항은 커도 너무 크다. 환승 2시간 동안 걷고 또 걷느라 시간을 다 보낸것 같다. 출국장은 A - F 구역으로 나눠져 있고, 각 영역으로 하면 또 몇십개의 게이트로 쪼개져있었다. 그의 게이트는 D9A였다. 일단 D 지역으로 가서 다시 9번 게이트로 가면 A와 B로 나누어져 있는것이다.  그렇게 보딩 시간에 맞춰서 도착을 했지만, 30분 정도 더 기다려야 했다. 


차분히 기다리며 생각을 해본 결과, 그는 공항에 도착해서 집으로 가는 택시를 탈 현금이 전혀 없다는걸 깨달았다. 그리스 택시는 카드가 안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아침 7시! 하는 수 없이 부모님께 전화를 했다. 2시간뒤 데살로니끼 공항에 도착한다고. 브라보! 그의 전화를 받고 부모님이 얼마나 기뻐 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엄마는 집을 깨끗하게 치우고 음식 준비를 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부모님이 묵던 안방을 아들과 약혼자에게 주고, 부모님은 2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짐을 챙겼을 것이다. 아빠는 엄마의 지시에 따라 집 치우는 것을 조금 돕다가 한시간 일찍 공항으로 출발 했을 것이다. 3년만에 보는 아들이라니 얼마나 행복했을까! 


그는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그리스로 향하는 자그마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다행히 비상구로 좌석을 예약할 수 있었고 짧은 시간이지만 편안하게 여행을 할 것이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려 이륙을 하자 아침을 주었다. 기대하지 않던 기내식이 한시간 전 빵을 먹지 않은 사람처럼 맛있게 먹었다. 그가 뭘 먹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아마도 기쁨에 들떠 먹었을 것이다. 잠깐 눈을 부치고 나자 그리스에 도착했다. 



작고 심플한 데살로니끼 공항. 비행기 활주로에서 바로 내렸다. 그리고 공항 안으로 걸어나가자 바로 입국 심사가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나가자 마자 바로 짐을 찾는 곳이다. 거기서 보이는 문 사이로, 3년만에 온 아들을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을 아버지도 바로 볼 수 있다. 얼마나 심플하고 간소한 공항인가! 그는 웃음을 터트렸다. 몇 백미터, 몇 킬로미터를 걸어가지 않아도 내 사랑 부모님을 만날 수 있다. 그 웃음은 안도의 웃음이고, 기쁨의 웃음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은 데살로니끼 공항처럼 이렇게 심플하고 간단해야 한다. 사실 삶은 이렇게 단순하다. 15시간,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온 이야기는 잊어버리자. 이제 문 밖을 나가면 거기에 바로 사랑하는 사람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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