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5 마지막
여행 2일째 -여행 출발 전
나의 가이드는 나를 친구와 함께 온 중년 남성이라 생각했다 했다.
마귀성으로 가는 차 안에서 그와 얘기해보니 예약 채팅에서 왜 자꾸 날 "시엔셩(주로 남자 성인을 부른다)"이라고 불렀고 또 사막에서 고기를 먹으면 좋다고 한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까닭이다. 여럿 일거라 생각했으나 혼자 온 외국인 손님에 , 여자라 제법 당황했던 거다.
여행 2일째
Mogui City (魔鬼城)
어렵게 위구르족 마을 입구를 통과해 드디어
마녀성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도착하기 전 내 상상의 그곳은 음침할 것 같았는데 , 마녀라는 이름이 주는 어둡고 침침한 기운 때문이기도 했고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 곳이라 을씨년스러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큰 편견이었다.
차에서 내려 앞을 바라보니, 보이는 색은 딱 두 가지. 하늘은 흐린 파랑이고 땅은 푸석한 황토색이다.
자극 주는 어떤 것도 없어 눈이 너무 가볍다.
눈앞에 보이는 거라곤 땅, 하늘 , 바람에 깎인 기괴하고 묘한 바위들 뿐이니 여백이 가득, 또 가득한 그 여백들은 지금껏 공허했던 내 마음을 조용히 치유해 주었다.
2년 전 투루판 여행에서 우연히 벗이 된 중국인이 있는데, 우리는 택시 삐끼에 의해 "관광지 투어 조"로 결성되어 어쩌다 친구가 되었다.( 요 얘기도 다음 여행기에 올라갈 예정이다) 그녀도 혼자였는데, 그날 관광지를 둘러본 뒤 곧바로 하미 마귀성으로 간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뒤 그곳에서의 사진이 그녀의 SNS에 올라왔는데 , 내가 이런 곳을 몰랐다니!
곧바로 내 Wish list에 추가했고 시간이 지나 이렇게 얼렁뚱땅 와버렸다.
大海道 대해도
마귀성도 너무 멋져 보였는데 대해도에 비하면 애피타이저 수준이었다.
가이드 덕분에 나는 정말 잊지 못할 기억을 얻었다.
마귀성까진 먼지가 폴폴 나지만 그래도 제법 포장된 도로였는데 갑자기 가이드가 오른쪽으로 핸들을 돌리더니 길이 없는 곳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바닥의 굴곡이 그대로 느껴졌다.
대해도로
대해도는 마귀성에서도 두 시간 이상을 더 달려가는 데, 이 길은 실크로드 상인들이 서역으로 가는 많은 길 중 하나였다고 한다.
큰 바다의 길, 찾아보면 그 옛날 유럽으로 가는 바다로 이어지는 길이라고 사암이 가득한 이곳이 큰 바다처럼 망망대해 같다고도 "대해도"라 불러졌다 했다,
지구에서 화성과 제일 비슷한 곳으로 NASA가 지목할 만큼 무인 지역인데 유일하게 다른 점은 공기와 오아시스가 있다는 점?
신기하게도 미지근한 온수가 콸콸 나왔지만 1월이라 곧 살얼음이 생겼다. 물이 있어 그런지 처음으로 풀 그리고 양같이 생긴 동물도 한 마리 보였다.
다만 이곳에선 핸드폰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기름 떨어지면 다음 관광객을 몰고 온 차를 꼼짝 말고 기다려야 할 판이었다. 그게 내일이 될지 일주일이 될진 모른다 했다(?).
영광스럽게도 그날도 나는 그곳의 유일한 관광객 사람이었다. 현지인들은 이곳에서 캠핑도 할 수 있다는데 나는 외국인이라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왜냐하면 허가도 주지 않을뿐더러 아까 위구르족 마을 입구가 곧 출구이기 때문에 내가 나가지 않으면 바로 알 수 있다고 했다.
밤이 되면 별로 채워진다고 했었는데, 꽤 오래전에 밀양 얼음골로 캠핑을 갔었는데 , 한 밤 중 텐트에서 나와 하늘을 바라보니 , 까만 하늘에 별이 그득했다. 하늘을 향해 들고 있던 손전등을 비췄더니 하늘에 손전등 빛이 그냥 꽂혔다. 밤하늘에 그림 그리는 기분에 한참을 하늘만 쳐다봤더랬다.
이곳의 밤은 어떨까? 밀양의 밤만큼 몽환적이면 너무 좋을 것 같았다. 이번엔 그냥 가지만 다음번엔 어떻게든 밤을 지새울 방법을 마련해야지 마음먹었다.
가이드의 지인이 대추 농사 건포도 농사를 짓는다 해서 그에게서 한 묶음 사들고 호텔로 돌아왔다.(맛있다기에 한개가 아닌 한묶음 산 큰 손 호구)
다시 말하지만 이곳 신장은 낮밤 기온차가 크기 때문에 과실이 달고 맛있다.
하미에서의 일정은 예측할 수없어 매일매일 새롭고 불안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 시간을 이겨내고 나는 한국으로 돌아왔고 새로운 직장을 구했다.
한국에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니 그동안 중국에서 언제 살았냐듯 과거 내 삶들이 진짜 과거로 넘어가고 빛바래지고 있다.
나는 또 새롭고 불안하고 즐거워지고 싶은 병에 걸리려 준비 중이다.
여행-5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