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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natured Apr 13. 2023

[Review] 팝아트의 또다른 메카, 영국 [전시]





Prologue.


팝아트라는 말이 언젠가부터 무색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팝아트라는 말이 등장했을 당시에는 예술을 뜻하는 아트 앞에 대중성을 드러내기 위해 팝이라는 단어를 붙여 새로운 장르를 명명하려 했을 테다. 소위 배운 사람이라는 엘리트 층 사이에서 영유하던 문화예술을 대중들의 시선에서 풀어낸다니 획기적인 장르의 시작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인스타그램의 웬만한 브랜드 계정, 아이돌의 컨셉 포토, 패션 잡지의 커버 등 대중과의 접점이 많은 매체 속 비주얼에 아트가 섞이지 않은 것이 없다. 예술 자체를 대하는 태도 또한 많이 달라졌다. 더이상 미술관이나 음악회에 가는 것이 대단한 고급 취미가 아니다. 시간과 관심, 비용을 다른 취미 만큼만 투자하더라도 자주, 가까이 예술을 접할 수가 있다. 

 

 

그렇기에 팝아트는 예술이 지금처럼 대중적이지 않았던 시절, 더 많은 카테고리의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시도였음을 기억하기 위한 말이 되지 않았나 싶은 것이다. 


 


  

1960s Swinging London


'Swinging London'은 1960년대 사회적, 문화적으로 급변하는 시기의 활기차고 에너지 가득한 영국 런던 모습을 나타내는 말이다.



역동적이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영국의 젊은 아티스트들은 광고, 영화, 사진 같은 대중문화의 요소들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며, 전통적인 가치와 태도에 도전하고자 하였다. 그들의 대담하고 다채로운 작품들은 그 시대를 정의할 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대중문화와 예술계에도 영감을 준다.

 

 

앤디 워홀, 비틀즈, 데이빗 보위, 로이 리히텐슈타인, 데이안 허스트 등. 내로라하는 당대 문화 예술계 전설들에게 영감을 주고 함께 작업해온 위대한 작가들을 함께 만나 볼 수 있는 최초의 기회이다.


 

동시대에 활동한 15명의 작가들의 비슷하면서도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게 느껴지는 작품들을 함께 감상하며 전해지는 다양한 감정들과, 그들이 함께 만들어낸 네트워크와 당대를 대표한 팝 아트 문화를 형성하고 만들어낸 작품들을 회화부터 사진, 콜라보 작품들까지 함께 볼 수 있는 자리가 대규모로 기획된다.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새로운 세대에 계속해서 만연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살아있는 현대미술의 역사 데이비드 호크니와 영국의 팝 아트 문화를 만들어간 전설적인 팝 아티스트들의 작품들은 2023년 서울로 'Swinging London'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가져다줄 것이다.


*



팝아트를 떠올렸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화가라면 보통 앤디워홀, 리히텐슈타인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이토록 미국적인 단어 조합에 브리티시가 붙는다는 것이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졌다. 영국의 팝아트라니, 주변에서 이야기는 들었지만 굳이 내용을 찾아보지는 않았던 드라마 같은 느낌이었다. 매력적이지 않거나 퇴색되어서가 아니라, 이미 내용을 다 알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화풍과 주제의 그림을 보며 내 생각은 팝아트에 대한 단편적 시각에 불과했던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영국과 미국은 다음의 포인트에서 다른 점이 있었다. 주제와 표현방법이 개인적으로는 더 신선하고 다채롭다는 것. 팝아트 하면 보편적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다루기에 그렇게 와닿았던 것일 수도 있다. 물질주의, 자본주의에 대한 피사체와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으나, 관점 설정과 의견 표출에 있어서 영국이 더 자유로웠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팝아트라는 말은 세계 2차 대전 직후인 1945년 처음 등장했다.

 


시기적으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진영의 자리 싸움이 치열했을 때라는 것이다. 자본주의 진영의 선두주자인 미국에게 이는 대중들에게 자본주의를 더 친숙하게 확산, 주입시키기 좋은 도구였을 수 있다. 물질 중심의 사회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물론 작품에 일부 녹아들었다고는 하나, 전반적으로 이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데에 영국보다는 상대적으로 기울어진 시각을 갖고 있지 않았나 싶었다. 

 


2차 대전에서 승리 후 1950년대부터 소비, 고용이 증가하며 경제가 활성화되던 영국은 1960년대가 되면서부터 차츰 패전국의 경제 및 사회 인프라 회복의 시작으로 조금씩 경쟁력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노동생산성은 낮아지고 기업의 실적은 낮아지며, 경제의 활력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전체적인 사회의 흐름 속에서 매체의 발달과 문화의 확산 속도는 전례없이 빨라졌고, 전통적인 오피니언 리더가 아니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가진 젊은이, 특히 예술가들이 설 자리는 넓어졌다. 



*



그들에게 작품으로 만들어낼 이야기는 넘쳐나도록 많았다. 바로 직전까지 주요한 흐름을 이루돈 추상 미술에 대한 반작용과도 맞물리면서 쉽고, 소모적이고, 젊고, 대중적이며, 저비용의, 위트 있는 소재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비틀즈, 데이비드 보위 등 시대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유명 아티스트의 앨범, 길가의 포스터, 광고, 신문의 지면에 이르기까지 팝아트의 침투력은 대단했고 말 그대로  통통 튀는 재기발랄한 시도들의 연속이었다. 대중문화라는 것이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아 폭발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늘어나고 있던 그때였기에 통하고 가능했던 시대적 감성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



한 가지 더 말하고 싶은 점은, 전시 제목이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아트’이지만 호크니 작품이 위주라기 보다, 부제인 ’1960s-Swinging London’에 포커스를 맞춰 감상하는 것이 전시의 기획 의도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호크니의 작품 수가 여타 아티스트들의 작품 수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지만, 큰 흐름은 영국 팝아트의 탄생에서부터 최근까지의 경향을 다룬 것이기에 주제와 표현 방식의 커다란 줄기들을 잡아가며 감상하는 편이 전시에 더 집중하여 의도를 이해하는데에 훨씬 도움이 될 것 같다. 늘 봐왔던 팝아트가 아닌, 새로운 관점으로 팝아트에 대한 이해와 그 깊이를 더할 수 있었기에 좋은 전시로 기억에 남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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