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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연재 Apr 08. 2022

벼락 거지와 하나님의 것

제갈량의 탄식

최근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들은 몇 가지 이야기를 짧게  적는다. 내용은 주로 돈에 해당하는 걸로 추렸다.


1) "이유를 모르겠어, 무슨 놈의 회사가 자고 일어나면 주가가 계속 오르는 거야. 나는 내 회사가 왜 1조 가치를 가지는 지 모르겠더라고, 어쩔 때는 무섭더라고"

2) "남편이 우리나라는 부동산 이제 안 오른다고 집을 팔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있잖아요, 예전부턴 살던 서초동 집을 팔았거던요. 이제는 그 집에 전세도 못 들어가요. 이제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는 데 학부모들 만날 생각 하니 눈물이 핑~"

3) "아, 그 친구. 얼마 전에 은퇴했잖아. 비트코인 해서 수백억대로 벌고 은행에서 희망퇴직해서 지금 아마 하와이에 있을 걸"

4) "새벽이면 잠을 깨. 그저 멍하니 아무도 없는 베란다 앞에 앉아 몇 시간이 창밖을 응시해. 그러다가 여명이 트면 눈물을 닦고 습관처럼 가방을 메고 일어나. 사면초가란 이런 걸까 싶어?"

5) "친척이 얘기해 줘서, 그냥 조금 주식을 샀거든. 근데 그게 불과 몇 달 사이에 10배가 뛴 거야. 내가 살면서 말만 들어봤지,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날 거는 몰랐거든. 돈이 돈을 벌어. 정말 암튼 그래"

6) "제가 코로나 터지고 나서 보니 돈이 좀 있더라고요. 해보면 되겠다 싶어서요. 그래서 진짜로 다 때려지고 전업으로 한번 해 봤습니다. 코인, 주식, 파생상품 다 했습니다. 지금은 다 날렸어요. 하나도 없어요"

7)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했어요. 정치색 이런 거는 저는 없고 생활이 어려워서 아파트를 한 채 팔아야 할거 같거던요. 아무래도 직장도 이동해야 하고 급여도 엄청 줄 것 같아서..."

8) "아..., 걔, 맨날 무슨 보드 게임만 파고 있더니 떡하니 상장이 됐다고 연락 왔더라고. 빌딩 샀다고 하고 요새 통 연락이 안돼. 걔가 그리될지 누가 알았겠어."


잘은 모르겠다. 위의 이야기로 대한민국의 현상을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내 주변에는 저런 일들이 일어난다. 조금이나마 지적이고 정상적임을 기대하는 신문의 경제면도 예외가 없다. 부동산 광고 잡지인지 신문인지? 코로나에, 우크라이나에, 미국 FOMC의 금리인상 소식에, 격변하는 일들이 차고 넘치니 앞으로 이런 벼락스러운 일들이 더 많으리라.  


나는 3가지 소설을 특히 좋아한다. 삼국지, 대망, 그리고 로마인 이야기. 매해 3가지 책중 하나를 꼭 완독 한다. 매번 다시 읽어도 그렇게 재미있고 느끼는 바가 새롭다. 주변에 청소년기의 아이들을 만나면, 이런 책은 꼭 읽어야 한다고 기회 닿을 때마다 이야기한다.


삼국지를 읽다가 나도 모르게 탄식한 구절이 있는데, 바로 제갈량과 사마의의 상방곡 전투 장면이다. 유비가 죽은 후 제갈량은 촉의 운명을 건 북벌을 나서게 되는데 이때 만나게 되는 장수가 위(魏)의 사마의다. 조심스럽기 그지없는 사마의가 마침내 제갈량이 상방곡이라는 골짜기에 준비한 덧에 완벽하게 걸려들게 된다. 치밀하게 계획된 함정에 꼼짝없이 걸린 사마의는 불구덩이 속에서 두 아들과 부둥켜안고 이제 여기서 죽는구나 하고 큰소리로 울었다고 한다. 그런데 웬걸? 바로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거짓말처럼 소나기가 퍼부어 골짜기를 메웠던 맹렬한 불길을 피해 사마의는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한다. 요약하면 대략 이러하다.


'아, 왜 착한 유비와 제갈량에게, 하늘은 이리 가혹하단 말인가?' 탄식이 절로 나온다. 어릴 때나 나이가 들어서나 이 장면을 읽을 때는 나는 가끔 멍해진다. 안타까움에 잠시 책을 멀리하고 창가에 비치는 주변을 녹음을 한번 쳐다보고 커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인다.  


제갈량의 마음은 어땠을까?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지만, 일을 이루는 것은 하늘이구나! (謨事在人成事在天)"

 제갈량의 탄식이다. 알다시피 이후 결국 촉의 국운은 급속도로 기울고 위는 사마씨의 나라가 된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사람들이 너무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며칠간의 야근으로 제안서를 제출하고 발표날이 잡히게 되면 스스로를 다잡기도 하는 말. 인간으로서 도리를 다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기다리면 된다. 사실상 문맥의 결은 비슷하지만, 진인사대천명은 희망을,  제갈량의 탄식은 자신에게 불리한 하늘의 입장으로 해석된다.    


한영애의 노래 중에 '조율'이라는 곡이 있다. 순리대로 자연의 이치대로 흐르는 보통사람의 인생살이를 바라며 이런 구절이 반복된다.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주세요


카리스마 넘치는 이 여가수가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노래가 아니라 신기(神氣) 충만한 무당이 하늘에다 굿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착각이 들곤 한다. 절대 가수 한영애 씨를 폄하하는 게 아니다. 그만큼 한영애 씨와 그 노래가 내게 주는 감성적 영향력이 크단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영애라는 가수를 좋아하는데, 뭔가 독특함이 그녀에게는 있다.


하늘은 왜 인간을 차별할까? 똑같은 사람이면 똑같이 사랑하고 나누어 주어야 할 텐데? 앞서 이야기한 나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평범한 사람들도 있지만, 벼락스럽게 상황이 역전되는 생(生)을 사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평탄한 인생! 당연한 듯한 이 말이 인생에서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아무튼 하늘은 끊임없이 누군가에게는 벼락 거지라는 시련을, 또 누군가에게는 은총의 복으로 보듬는다.

하늘님의 조율, 그것이 바로 필요하다.


성경에 보면 세례 요한의 제자들이 요단강에서 세례 하는 예수를 보면서 묻는 장면이 있다. 제자들 보기에는 예수는 요한에게 세례를 받은 자이고, 요한보다는 덜 유명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예수에게로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리니 아마도 제자 입장에서는 질투가 났던 듯하다. 이때 제자들에게 세례 요한이 답한다.  


"A man can receive only what is given him from heaven." (사람은 하늘에서 주신 바 아니면 아무것도 받을 수 없느니라.)  그러곤 밝힌다. 자신은 예수의 길을 예비하기 위해 먼저 온 사람이라고. 어찌 이리 요한은 덤덤하게 또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을까?


촉과 자신의 운명을 이미 알고 있었던 천하의 재사(才士) 제갈량,

예수의 길을 예비하려고 온 선지자라는 운명을 이미 알았던 요한.


사람의 멋짐이 뿜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까?


호호야, 2가지로 이번 글을 정리해 보려고 해.  


첫 번째, 맹자에 군자유종신지우 무일조지환야(君子有終身之憂, 無一朝之患也)이라는 말이 있단다. 군자는 종신토록 걱정하는 근심이 있을 뿐 하루아침 걱정은 없다는 뜻인데. 깊은 해석은 나도 하기 어렵고 평생토록 바른 인간이 되도록 늘 깨우치고 실천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뜻이 아닐까 싶어. 벼락 거지/부자, 횡재, 롤러코스트, 한탕주의 등등은 군자의 삶이 아니라는 말과 함께


둘째, 예수를 책 잡으려고 바리새인이 물어. "선생이시여,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옮으나이까?", 예수가 대답한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바치라."  이 예수의 답을 어떻게 인생에 해석할 수 있을까? 편하게 각자의 답을 생각해 보기 바라며.... 오늘은 이만      




p.s. 오는 10일 날 UFC 페더급 타이틀을 놓고 코리안 좀비 정찬성 선수가 챔피언 볼카노프스키와 싸울 예정이라고 한다. 볼카 경기를 몇 개 봤는데, 이게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강했다. 혹시나 정찬성 선수가 너무 뚜까 맞는 건 아닐지 너무 걱정이 된다. 정 선수가 멋짐이 폭발하여 볼카를 이기고 대한민국 첫 번째 UFC 챔피언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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