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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chel Feb 15. 2023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서곡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속 오버츄어

2023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라이선스 공연이 무려 13년 만에 돌아온다고 한다. 뮤지컬 중 고전이라고 불리는 이 작품을 13년 만에 무대 위에서 다시 보게 될 생각을 하니 이 작품을 처음 접했던 '그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오페라의 유령>은 내 인생에서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준, 소중한 작품이다.






중학생 때 짝이었던 친구는 그 당시 뮤지컬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친구였다. 쉬는 시간마다 mp3에 담아 온 넘버를 들려주고, PMP로는 *프레스 콜 영상을 보여주곤 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서 어린이 공연장에 데리고 다니신 덕분에 자연스럽게 공연을 접할 수 있었지만 기호와 취향이 형성되는 시기에 공연은 관심 밖이었다. 하지만 문화예술을 가까이하며 자란 환경에 친한 친구의 영향이 더해져 나 역시 뮤지컬에 대해 조금씩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좋아하는 어느 배우가 오페라의 유령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10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광고 문구 때문에 더더욱 이 공연이 흥미로웠다. ('10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너무 과장하는 거 아니야?' 그때는 단순히 이 문구 자체가 홍보마케팅인 줄 알았지만 이는 정말 사실이었다. 내한 공연은 그동안 두어 번 진행되었지만 라이선스 공연은 무려 13년 만이다.) 팬의 마음으로 이 공연을 절대 놓칠 수 없었던 친구는 이번에는 꼭 같이 보러 가자며 내게 신신당부했다. 그 당시 티켓 가격은 좌석 상관없이 전체적으로 10만 원 내외였다. 물론 지금 대극장 공연의 티켓 가격은 거의 20만 원에 육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당시의 티켓이 결코 저렴한 편은 아니었다. 중학생이던 나는 부모님과 시험 성적을 올리는 대가로 거래 아닌 거래를 하게 되었다. 친구와 나 모두 이전 학기 대비 시험 성적을 올려 다행히 공연을 보러 갈 수 있었다.




사진 출처 - 오페라의 유령 홈페이지



2010년 9월 11일,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무대'라는 새로운 세계를 처음 만났다.

새로운 경험은 작품을 여는 *오버츄어에서부터 시작되었다.

 



https://youtu.be/gfMAkcGrhHA



오버츄어가 연주되는 순간, 무대 위의 경매장은 오페라 극장으로 변하고 타임라인은 현재에서 과거로 되돌아간다. 객석 위에 매달려 있던 화려한 샹들리에에 조명이 켜지면서 음악은 더욱 고조된다. 공연을 잘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The Phantom of the Opera'의 메인 선율이 오르간으로 연주되는 부분이 오버츄어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오버츄어는 가사 없는 멜로디로만 이뤄져 있는 서곡으로, 공연의 시작을 알린다. 작품 속 넘버를 메들리 형식으로 연주해 관객들로 하여금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오버츄어는 한 중학생을 압도하기에 충분하고도 넘치는 에너지를 지녔다. 이 작품이 가진 서사, 음악 그리고 무대와 연출은 내가 객석에 앉아있다는 현실을 단번에 잊게 만들 만큼 황홀한 환상을 심어주었다. 사실 공연의 시작인 오버츄어에서부터 마지막인 커튼콜까지 감동적이지 않은 장면이 없었다. 객석과 무대 사이에 어떤 벽이 존재하는 듯했고 무대 위에는 또 다른 세상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무대 위의 모든 게 내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꽤 오랫동안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공연이 끝나고 극장 문을 열고 나갈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말고 나도 이런 공연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

'오늘 내가 느낀 감동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면서 보람 얻는 일을 하고 싶어!'


공연 분야에 대해 아는 것 하나 없었지만 막연하게나마 내 안에 꿈이 새롭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보다 훨씬 설레고 가슴이 뛰었다. 그날 받은 감동과 충격 덕분에 나는 예술 관련 전공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작품 덕분에 뮤지컬이라는 분야를 알게 되었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뮤지컬을 사랑하고 있다.



내게 남다른 의미를 가진 작품을 또다시 볼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 한번 지나간 공연은 절대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에 더욱 이 작품이 기다려질 수밖에. 나는 그때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을까?   


 





*라이선스 공연: 원작의 판권을 구매해 우리나라 배우들이 출연하는 공연으로, 배우를 제외한 원작의 모든 것을 그대로 재현하는 레플리카 공연과 원작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변형하는 논레플리카 공연으로 나뉜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전자의 경우.

*프레스 콜: 뮤지컬이나 연극에서, 정식 공연 전에 취재진 앞에서 주요 장면을 보여 주며 공연을 소개하고 출연 배우의 인터뷰 따위를 진행하는 일.

*오버츄어 (Overture): 공연에서 가장 처음 연주되는 서곡으로,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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