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에 인연이 있듯 이 세상에는 사람과 고양이 사이에도 묘연이라는 게 존재한다. 처음 보는 길고양이가 무릎에 가만히 앉아 골골댄다거나 무작정 집까지 따라 들어오면서 온몸으로 '날 키워라! 인간!' 하는 경우가 그렇다.
자신의 짧은 묘생을 기꺼이 누군가와 함께 하기를 선택하는 것.
우리는 이를 흔히 고양이한테 '간택받았다'라고 한다. 집사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고양이를 가족으로 맞이한, 간택받은 사연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내 친구도 우연히집사가 되었다. 뭔지 모를 운명적인 묘연이 스트릿 출신 길냥이에게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주었다.
호동이 아기 때 모습
이름은 호동. 웅크리고 있던 새끼고양이를 처음 발견했을 때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아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주기를 바라고 바라며 지은 이름이라고!이때의 호동이는 너무 어려서 성별 확인조차 어려웠다.
호동이를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내 기억 속 호동이는 내 손바닥만 한 몸집을 가진, 아주 작은 새끼 고양이었다. 너무 작아서 후- 불면 날아갈 것 같고, 쓰다듬기에도 왠지 조심스러워지는 고양이. 몸을 감싸는 보송한 털이 너무 귀여운 파란 눈의 고양이는 병아리처럼 삐약 삐약 울곤 했다. 애착 장난감을 열심히 가지고 놀다가도 숨숨집에 들어가면 금방 잠들어버렸는데그 모습마저 귀여웠다.
반년만에 호동이를 다시 만날 수 있었는데 아니 이게 누구야!? 첫 만남의 기억 속 호동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웬 낯선 고양이 한 마리만이 날 (경계의 눈초리로) 반기고 있었다.
누구냐옹?
호동이는 이름대로 건강하게 자라 어느새 호기심 왕성한 어린이 고양이가 되었다!!! (여전히 작긴 하지만) 눈에 띄게 몸집이 커졌을 뿐 아니라 눈 색깔도 바뀌었다. 어렸을 때는 알 수 없었던 성격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만큼 훌쩍 자랐다. 호동이는 생각보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편. 그래도 궁금한 건 못 참아마지못해자꾸 기웃거리는, 호기심이 강한 고양이었다. 관심을 사려고 하면 도망가고, 친구랑 대화하고 있으면 자기도 대화에 껴달라는 듯 또 금세 곁에 와서 누워있었다. 손을 내밀면 손가락에 코 인사를 하더니 금방 하악질을 하고 가버리길 몇 번씩 반복했다.
집사의 말에 따르면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게 더 많은, 호불호가 확실한 고양이라고 했다. (궁둥이팡팡을 싫어하는 고양이는 네가 처음이야)
밥 먹는 호동
계속되는 밀당에 애타는 인간의 마음을 너는 모르겠지.
조금 가까워지고 싶은 나와 다르게 호동이는 아직 마음을 열 준비가 안 됐던 것 같다.(그렇지, 아무래도 고작두 번 만난 사이니까 친해질 시간이 필요할 거야.) 그렇게 집에 갈 때까지 우리는 딱 그만큼의 거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친구는 호동이를 처음 발견했을 때의 모습이 계속 떠올라 좋은 것만 해주고 싶다고 했다. 자식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처럼. 그래서인지 그동안 어떻게 호동이를 돌봤을지 직접 보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사랑은 모든 걸 가능케 할 만큼 대단한 힘을 가졌구나!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은 사랑과 책임감 없이는 불가능한 일임을 다시 또 깨닫는다.
호동아앞으로도 이렇게만 건강하게, 공주님처럼 잘 자라주렴.다음에 만날 땐 이모가 재미있는 장난감이랑 츄르 사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