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독서'로 다시 읽은 네 번째 책은 에밀리 와프닉의 <모든 것이 되는 법>이다. 이 책 또한 한창 자기계발서에 빠져 있던 작년 초에 처음 읽었다. 언젠간 또 읽어봐야지 했던, 이 책을 근래에 다시 집어 들었다. 밑줄 쳐가며 한 자리에서 끝까지 몰입해서 읽을 정도로 알차게 재독했다.
저자 에밀리 와프닉은 커리어 코치이자 강연가, 블로거, 뮤지션, 디자이너이다. 법학도와 영화인의 길도 걸어온 말 그대로 '다재다능함'의 상징이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을 마음껏 활용하며 커리어를 넓혔다. 그런 저자는 <모든 것이 되는 법>이라는 책을 통해 독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지고 답한다.
여러 분야에 호기심이 많으며, 인생에서 하고 싶은 일이 많다고 느끼는가?
무엇도 꾸준히 하지 못해서 낙담하지는 않는가?
애초에 내게 적성이란 것이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한 적은 없는가?
과연 내가 몇 년 넘게 하나의 직업에만 만족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 있지 않은가?
한 가지 직업에 정착할 수 없거나 그럴 의지가 없어서 삶에 목적이 없다고 걱정해 본 적은?
여기까지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다능인, 즉 *멀티포텐셜라이트 일 확률이 높다.*멀티포테셜라이트: 많은 관심사와 창의적인 활동 분야를 폭넓게 아우르는 사람
저자는 말한다.
"당신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당신의 만족할 줄 모르는 호기심에는 매우 타당한 이유가 있다. 당신은 다능인이다. 즉, 당신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며 세상을 당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더 좋게 만들 사람이라는 것이다.
당신의 운명적인 일이 무엇이든, 다능인 기질을 억누르는 동안에는 목표에 다다를 수 없다. 반드시 그 기질을 받아들이고 사용해야만 한다."
PART 1
모든 것? 이쪽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우리는 각각의 관심 영역이 한 방향을 가리키면서 결국 관련 직업으로 이어진다고 배워왔다. 건축학도는 건축가가 될 것이며, 음대생은 음악가가 될 것이다. 이런 분야들은 각각 수직적 궤도의 끝에 관련 직업이 있다. 다능인들은 다르다. 다능인들은 수직으로 움직이면서 좌우로도 이리저리 움직인다. 관심사와 관련된 직업을 수행할 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커리어를 넓힌다.
그렇다 보니 다능인들은 다음 세 가지 주요 영역에서 고전하는 경향이 있다.
1. 직업 : 의미 있고 지속 가능한 직업을 찾는 과정은 다능인들에게 큰 과제다. 영원히 한 가지 일만 해야 한다는 생각은 악몽과도 같지만, 잦은 이직으로 인한 불안정 역시 공포스럽게 느껴진다.
2. 생산성 : 다수의 프로젝트를 추구하는 다능인들에게 생산성 체계를 찾는 것 또한 큰 과제다.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지만 그것을 방해하는 것들 (미루는 버릇, 회의감, 게으름 등)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가 항상 관건이다.
3. 자존감 : 현대사회는 다능인들에게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분야를 옮길 때마다 겪는 부끄러움과 불안함, 계속해서 초보자가 되는 불편함, 주변 사람들의 시선, '그래서 네가 하는 일이 뭐야'의 무서움 등을 안고 산다.
다능인들은 자신들에게 적당한 양으로 다음의 세 가지 공통 요소를 제공하는 삶을 설계한다.
1. 돈: 다능인 기질을 뒷받침하는 직업을 구축하는 데는 시간과 실험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기본 생존 욕구가 충족되는 선을 확보하는 것이 현명하다. 생계를 위한 직업을 지속하는 것은 매력적으로 들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꿈을 이뤄줄 임시방편이 될 수 있다. 자신의 삶을 지탱해 줄 만큼의 돈이 있다면, 추구하는 활동 중 어떤 것이 수입을 창출하더라도 상관없다. 돈은 다능인들이 열정을 쫓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2. 의미 : 다능인들에게 괜찮은 수입이란 그 자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들에게는 자신들이 중요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도 필요하다. 당신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의식 없이는 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어떤 활동이 의미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기준은 없지만 다능인들은 보통 느낌으로 그것을 안다. 어떤 활동들이 당신을 끌어당기고 살아있는 느낌을 주었는지 질문해 보아야 한다.
3. 다양성 : 다능인들은 행복하기 위해 인생에서 다양성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자신들에게 얼마나 많은 다양성이 필요한지를 아는 것 또한 중요하다. 다양성이 너무 부족하면 지루함을 느끼고, 지나치게 많은 다양성을 불러일으키면 스트레스가 된다. 실험이 핵심이다. 당신에게 만족스러운 정도의 다양성에 도달할 때까지 프로젝트들을 더하거나 빼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PART 2
어떻게 일하면 좋을까
행복한 다능인들은 대부분 다음의 네 가지 직업 모델 중 하나를 사용한다.
직업 모델 1 : 그룹 허그 접근법
당신의 모든 관심사를 하나로 합친 직업이 이에 해당한다. 관심사들이 서로 겹쳐지는 분야에 종사한다거나, 다능인 진화적인 열린 조직에서 일을 하거나, 스스로 상사가 되어 나만의 사업을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당신이 속한 직장이 자율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곳이라면, 그런 프로젝트들이 다차원의 프로젝트로 이어질 수 있다면 당신의 직업은 여기에 속한다. 하나의 직업에서 돈, 의미, 그리고 다양성 모두가 충족된다. '생계를 위해 하는 일'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완전히 반영해 준다.
직업 모델 2 : 슬래시 접근법
슬래쉬 접근법은 당신이 정기적으로 오고 갈 수 있는 두 개 이상의 일이나 사업을 하는 것을 뜻한다. 슬래시들은 각각의 수입을 가져온다. 당신은 여러 파트타임 일을 병행할 수도, 여러 사업이나 프리랜서 일을 운영할 수도 있다. 슬래시 직업주의자들은 꼭 정규 근무를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즉, 어느 것에도 풀타임으로 묶이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다능인들은 직장에서 일하면서 스스로 업무와 시간을 더 많이 통제하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슬래시 직업으로 이직한다. 혹은 일단 뛰어든 후 개선해나가기도 한다.
직업 모델 3 : 아인슈타인 접근법
아인슈타인 접근법은 당신의 생계를 완전히 지원하는 풀타임 일이나 사업을 하되, 부업으로 다른 열정을 추구할 만한 충분한 시관과 에너지를 남기는 것을 뜻한다. 당신은 당신의 직업을 좋아하면서도, 독서하고, 글을 쓰고, 예술 활동을 해나갈 수도 있다. 즉, 아인슈타인 직업 모델은 관심사 모두를 수입원으로 만들 필요 없이 당신이 모든 것이 될 수 있도록 해준다. 큰 보상이 따르지 않는 분야를 안락하게 무엇보다도 안정적으로 추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절한 선택이다.
직업 모델 4 : 피닉스 접근법
피닉스 접근법은 단일 분야에서 몇 달 혹은 몇 년간 일한 후, 방향을 바꿔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을 뜻한다. 자신들의 관심사들을 한 번에 하나씩 탐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순차적인 다능인들에게 적합하다. 새로운 분야로 전환해야 할 신호들을 잘 알아차리고, 다음 경력을 위해 이직을 한다. 사업가로 치면 피닉스 다능인은 연쇄 창업가이다. 사업을 시작하여 수익을 충출 하기까지 사업을 어느 정도 키우고 나서는 사업을 팔거나, 다른 사람을 고용하는 방식으로 거리를 둔다. 그리고 새로운 사업을 다시 시작한다.
PART 3
우리를 가로막는 걸림돌 그리고 이를 뛰어넘을 기술
'그만둔다'는 단어는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시선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다능인들은 너무 어렵다고 해서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일이 도전적이지 않다고 느껴서 그만둔다. 외부에서 볼 때 '그만두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 다능인에게는 '마무리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당신이 무언가에서 흥미를 잃어버리면, 애초에 시작할 때 얻고자 했던 것을 얻었을 가능성을 생각해 봐야 한다. 당신은 당신의 임무를 마친 것이다.
다능인들이 지닌 일반적인 고질병은 다음과 같다.
죄책감과 수치심 : 당신이 좋아하던 분야에서 개인적인 종결 지점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참담한 심정을 느낄 수 있다. 수많은 시간, 땀, 노력, 그리고 돈을 그 분야에 투자해 왔을 것이다. 이러한 죄책감과 불안함을 다루는 방법은 물론 있다. '당신은 다능인이다. 그러므로 관심이 옮겨가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마음이 움직이는 데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더 흥미로운 것들이 다가올 것이다.', '당신이 하는 일이 곧 당신은 아니다.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전부다.' 잘 변화하는 당신의 본성을 받아들이면 관심이 옮겨가는 것이 흥미롭고 필요한 일로 여기게 될 것이다!
또다시 초보자가 되는 것에 대한 불안함: 다능인들은 자주 초보자가 된다. 자신감이 넘치는 다능인들조차도 새로운 분야의 초기 단계에서는 불편함을 느낀다. 시작 단계에서는 평범함을 깨닫는 것이 필요하다. 잘하지 못하는 과정은 꼭 필요한 부분이다. 너무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자!
최고가 아니라는 두려움 : 다능인들이 신경 쓰는 것들 중 하나가 한 분야에서 수십 년간 일해 온 전문가처럼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불안감을 다루려면 다음과 같은 사고가 필요하다. '최고가 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누구보다 더 잘하는 것을 목표로 무언가를 추구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남들과 비교하고 판단하는 것에 불과하다.', '브랜딩의 문제일 지도 모른다. 만약 사람들이 당신 대신 다른 사람을 택한다면 당신의 가치를 잘 드러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자신을 효과적으로 브랜딩 하는 것부터 고려해 보자.'
무서운 질문에 대처하기 : '그래서, 당신이 하는 일이 뭔가요?'라는 질문. 대부분의 수입이 발생하는 직업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직업은 당신이 하고 있거나 하려고 하는 모든 것을 담고 있지 않다. 대처법은 다음과 같다. 만약 당신이 충분히 좋은 직장을 가지고 있지만, 당신이 하는 모든 것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면, "나는 00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것 말고도 다른 여러 가지를 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하면 된다. 이 답변을 상대방이 궁금해한다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주면 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우산 같은 직함을 사용하면 된다. "나는... 가.... 을 하도록 돕고 있습니다"와 같은 형식으로 답변을 준비해 놓으면 된다.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은 것을 보면 분명 나 또한 다능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이 많고, 금방 빠지지만 또 금방 지겨움을 느끼곤 한다. 어떻게 한평생 같은 직장에서 같은 일만 하고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일생을 따라왔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질문들에 간단하게 답해주었다. 당신이 다능인이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위로?가 됐다.
저자가 다수의 다능인들을 만나봤을 때, 그들의 대부분은 위에 요약된 네 가지의 직업군에 속해 있었다고 한다. 옮겨 가며 두 가지 이상의 직업 모델을 택할 수도 있다. 나의 상황을 고려해 봤을 때, 현재 직장은 그룹 허그 직업 모델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은행원이라는 직업은 내게 분명 돈과 의미 그리고 다양성 모두를 허락하고 있지 않다. 현재 본업 외 다른 직업적 수익은 없기 때문에 슬래시 접근법에 속하지도 않는다.
'슬래시 접근법 혹은 피닉스 접근법으로 넘어가고 싶은 아인슈타인 직업 모델을 가진'이라는 표현이 가장 맞을 것 같다.
괜찮은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퇴근 후 독서 그리고 글쓰기 등 관심 있는 분야가 언젠간 수입으로 이어지기를 원한다. 아인슈타인 직업 모델에서 말하는 만족스러운 직업에는 세 가지 조건이 따라온다. 1. 즐길 수 있어야 하며 가급적이면 도전적이고 재미있어야 한다. 2. 당신의 재정 목표를 충족할 수 있는, 충분한 임금이 있어야 한다. 3. 당신에게 충분한 자유시간과 에너지를 남겨주어야 한다. 퇴근 시간 이후 완전히 지쳐버린 다면 이는 좋은 직업이 아니다.
세 가지 조건을 따져봤을 때 나의 직업은 충분한 보수만을 제공하고 있다. 그럼 그만두면 되지라고 판단할 수 있지만 아직은 섣부르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현재 직장은 내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돈을 제공해 주는 임시방편이다. '믿을 만한 수입원은 한결 쉽게 자유로운 실험을 가능하게 한다.'는 책 속의 문장이 떠오른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시간을 내서 탐색하고 실험하는 것이다'는 결론이 나온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문장을 꼽으라면 '외부에서 볼 때 그만두는 것이, 다능인들에게는 마무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문장이다. 현재 직장에서 느끼는 지루함이,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고 느끼는 것이 어쩌면 위의 문장을 대변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만두는 게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해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마무리 작업이 끝나면, 준비가 된다면 떠날 것이라 확신한다.
작년에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그저 '다능인'이라는 표현에 끌렸었다. 일 년 후 지금 두 번째 독서를 통해서는 글쓰기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 년 간 결국 크게 바뀐 건 없구나'하는 느낌이 든다. 반성한다. '아는 것과 아는 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다르다'는 말이 참 맞는 것 같다. 나는 과연 다른 직업 모델로 무사히 옮겨갈 수 있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탐색하고 실험하고 있는 게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생산성'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판단된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좁혀야 하고, 실행에 옮기는 횟수를 늘려야만 한다. 시간은 내편이라고 생각하지만 언제까지 기다려 줄지는 모른다. '다능인'이어서 잘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보다는 모든 것이 되기 위해 모든 것을 하는 사람이 될 필요가 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요약해 전하며 이 글을 마치려 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당신이 될 수 있는 한 위대한 다능인이 되기를, 완전한 자신이 되기를, 그리고 당신의 방식과 일치하는 직업과 삶을 가지기를 바란다. '드러내고 자랑스러워하는 다능인'이란 세상과 소통하고, 우리의 일에 대해 말하는 법을 배우고, 두려움과 반감에 직면해도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것을 의미한다. 위험을 감수하라. 당신이 여러 가지를 하는 것에 대한 나쁜 인식이 줄어들 수 있도록 도움을 주자. 당신의 기분이 더 좋아질 것이고 다른 다능인들이 더 수월하게 자신으로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