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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변화에는 이유가 있다

2년간의 타지 생활을 마무리하며

by 미리


2023년 7월 4일 구미로 인사이동 발령받았던 게 엊그제 같은 데 벌써 2년이 흘렀다. 격지 근무 2년을 다 채우고, 다시 대구로 발령이 났다. 6개월 정도 구미에서 더 근무하고 싶다고 했지만, 조직의 여러 사정 상 인사이동 결정이 나게 되었다.


구미에서의 생활은 "잘 있다 갑니다~"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사람들과 일하며, 일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많이 성장했다.


모든 변화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구미에서의 2년도, 그리고 지금 시기에 새로운 근무지로 이동하는 것도 다 인생에서 차지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나의 몫이다. 구미 타지 생활이 어떤 의미로 기억될지를 찬찬히 정리해보려고 한다. 짧은 듯 길었던 소중한 시간들을 추억하며...



01. 자기 계발에 몰두한 시간들


격지 근무다 보니 사택이 제공되었는 데 덕분에 아파트에 혼자서 생활했다. 자기 계발에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었다. 자청의 《역행자》를 읽고, 책에 나온 대로 '22법칙(2년 동안 하루 2시간 독서+글쓰기)'을 실천할 다짐을 했다. 딱 격지 생활 2년이 주어졌으니 한 번 해보자 싶었고, 결론적으로 매일은 아니었어도 독서와 글쓰기를 병행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브런치에 본격적으로 글을 발행하기 시작하면서, 어느 순간 일상이 글감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나는 책을 읽고, 글도 쓰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기록을 통해 서사를 쌓아가고 있다.



02.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들


구미 근무지는 은행 입사 후 두 번째 지점이었다. 업무 역량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새로운 환경이 부담스러웠다. 다행히 참 신기하게도 발령받은 지점은 또래 동료가 많았다. 서로 도와주고, 퇴근 후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가까워지는 만큼 구미 생활이 점점 편해졌다.


2년 간 함께 일한 많은 좋은 동료들이 있었다. 그중 A동료는 지금껏 인생에서 만나 본 사람 중 가장 착한 사람이었다. 본인이 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다면서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매사에 진심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일적으로도, 사적으로도 의지가 되었던 참 고마운 동료였다.


B동료는 A동료가 육아휴직을 들어간 뒤 함께 일하게 되었는 데, 나와 합이 참 잘 맞는 사람이었다. 업무 처리 속도도 빨라서 항상 서로 힘이 되었다. 모르는 업무를 물어보면 끝까지 알아보고 해결해 주시고는, '덕분에 나도 공부하게 됐네'라고 말하는 분이셨다. 사적으로도 합이 잘 맞아서 B동료와 점심을 먹고, 쇼핑하는 시간이 '소확행'이었을 정도로 덕분에 즐겁게 생활했다.


근무 환경에 만족했던 이유 중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던 것 같다. 동료들과 즐겁게 일하면서 정을 나누었다. 함께 한 추억은 물론 사진으로도 남았지만, 그 이상으로 특별했고, 감사했다. 시간 내서 다시 또 만날 사람들이 여럿 생겼다.


덕분에 나는 인생에서 '좋은 사람들'을 얻었다.



03. 앞으로도 잘 살아갈 시간들


발령일 직전 주말 토요일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인사부 직원이었고, 대구로 발령이 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타지에 더 근무하고 싶다고 하면 보통 더 근무할 수 있었기에 당황스러웠다. 사정 상 그렇게 되었다는 말과 함께 변화에 놓였다. 어느 지점으로 가게 될지는 몰랐기 때문에 걱정이 됐다.


구미 근무 환경이 잘 맞았고, 좋았던 터라 아쉬움이 컸다. 인사 발령 통지 하루 전, 친구와 저녁을 먹고 나왔는 데 하늘에 무지개가 떠있었다. 위안이 됐다. 왠지 변화가 긍정적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원했던 지점으로 발령났다.




구미에서의 마지막 출근 날 아침, 우연히 한 정거장 전에 먼저 하차했는 데 귀한 장면을 마주했다. 새끼 제비들이 둥지 안에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어미 새가 날아와서 한 마리씩 먹이를 물어다 주었다. 참 귀한 장면을 바라보면서, 앞으로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생각하고 받아들이기 나름이니깐, 왠지 그럴 것만 같았다.




오늘 일요일, 가족과 함께 사택에 있는 모든 짐을 정리했다. 시원섭섭하면서도 좋을 때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한편으로는 감사했다. 이제 구미에서의 좋은 기억들은 과거가 된다. 좋았던 점만 기억하고, 이제는 앞으로에 집중해야 한다. 내일 출근은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앞서지만, 원래 처음은 힘든 법이고, 빨리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감사하게도 대구 중심지에 위치한 지점에 발령이 났다. 많이 바쁜 점포도, 힘든 점포도 아니다. 일은 일대로 하고, 퇴근 후에는 자기 계발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또 주어졌다. '퇴근 후 서점', '퇴근 후 학원'이 가능할 것 같다. 예상보다 근무 환경이 힘들 수도 있겠지만, 모든 변화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테니 나에게 최선의 환경이라 믿어보려 한다.


덕분에 인생의 또 다른 전환점을 만난다. 타지 생활로 인생은 조금 더 업그레이드 됐고, 변화를 마주하는 지금,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한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제각기 나름의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피할 수 없는 변화라 할지라도 말이다. 주어진 새로운 환경에 최선을 다해보는 수밖에 없다. 내일이 걱정되지만, 늘 그래왔듯 긍정적으로 이겨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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