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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리치 May 12. 2023

너를 위한 일? 아니 나를 위한,,

면도하는 전업주부(육아휴직) #10

- 문제는 종일반에 몇 명 있는지 알아야 하는데...

- 경쟁률 장난 아니다. 3살부터 경쟁해야 하나?

- 국공립은 안되고 가정어린이집은 되겠지?

- 안되면 우짜냐?


진수와 민진은 사내커플이다. 아니, 사내부부이다.

회사 근처에 회사 어린이집이 있는데 

경쟁률이 어마어마했다.

세상에서 가장 공정한 방법, 

뽑기로 결정로 결정된다.


뽑기 일자를 보니 하필 민진의 출장기간이었다.


- 내가 뽑기 해도 되나?

- 인사과에 알아볼게..

- 아, 이런 거 정말 싫은데.. 나 완전 뽑기 운 없거든, 

가위바위보도 못하고,,

- 뭔 소리야? 상관없어.




6시 반,

7시에 뽑기를 진행한다.

체리와 함께 신청자들이 있는 방에 간다.


- 안녕하세요~

- 진수님도 신청하셨네요?

- 네,, 와이프가..


둘러보니, 엄마와 할머니들이 둘러싸여 있다.


'남자는 진짜 없네..

아.. 씨 이게 뭐라고..'


6시 50분,,,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한 두 명씩 보인다.

추첨 10분 전..

진수의 심장은 더 요동치고,

손바닥에 땀이 흥건해진다.


체리는 어리둥절,,,

어린이집에 있는 장난감을 만지작 거리다가

다른 아이가 다가오자 얼른 진수 앞으로 온다.


-먼저 순서 정하는 표를 뽑을게요!!


'무슨 순서?'

어리둥절한 진수는 아까 인사했던 회사 동료에게

물어본다.


- 무슨 순서예요?

- 뽑는 순서를 먼저 정하고, 

그 순서대로 다시 번호표를 뽑는 거예요.

- 몇 명안에 들어야 해요?

- 24안에 들어야 해요.


대략 50명이 넘어 보인다. 

이 중에 진수는 자기만 방법을 모르는 것 같은 느낌,, 

아무것도 모르고 온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는데


- 체리 어머님!!

- 네?,,, 넵!!


앞으로 나가서,,

투명 아크릴로 된 박스 안에

손을 쑥 넣는다. 


- 5번!!


진수는 어리둥절하다. 

빨리 뽑는 게 좋을 건 없는 것 같은데,

우선 빠른 숫자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온다.

체리는 '5'라고 적힌 종이를 만지작 거리며 

관심을 보인다.


- 자! 순서가 정해졌으니 이제 추첨을 할게요.

- 24명 모집이고 지금 60명 정도 왔어요. 

24번까지 당첨되고, 29번까지는 예비입니다.


엄마들이 박수를 친다.

진수도 눈치 보다가 함께 박수를 친다.


'와~ 장난 아니네..'


회색빛이었던 10월의 저녁은

이제 까만 밤이 되었고,,,

어린이집 강당의 형광등을 받으며

투명한 아크릴판이 더 영롱해 보였다.


- 1번 나오세요!


앞쪽에 있던 엄마가 자리에 일어난다.

경품 추첨도 아니고 박수를 치고

환호성이 들린다.


'참,, 이게 뭐라고...'


- 18번!!

-꺄아아악~


엄마의 긴장감이 자기도 모르는 환호로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순간이었다.


-36번!!

-와아아~~


진수에게는 재미있는 광경이었다.

24번 안에 드는 번호를 뽑는 순간,

한 명만이 소리를 질렀고,

25번 이상 번호를 뽑는 순간,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


진수는 최근에 읽다간 포기한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이 떠올랐다.


-10번 나오세요.

-아,, 네 넵!!


진수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 시선은 진수가 아닌 

진수가 어린이집 선생님께

넘겨준 종이를 따라간다.


-51번!

-크크크크 크...


'아... 씨...'


하마터면 진수 입에서 욕이 나올 뻔했다.

엄마들의 얄미운 미소들이 보였고,

진수는 쿨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듯,,

슬쩍 미소를 보이면서...


-체리야 가자..


30분 만에 진수가 둘러봤던 이곳은

체리와 상관없는 곳이 되었다.


신발을 신고,

체리를 유모차에 앉힌다.


'지금 7시 반이니깐,, 새벽 3시 반이네..

모르겠다..'


-뚜우우우~

-여보세요?

-민진아,, 어린이집 안 됐어..

-에이,, 가정 어린이집 보내야지...

-그냥 알려주고 싶어서,, 더 자라..

-으응..


'에휴~ 가정 어린이집은 되겠지?'


진수는 6개월 전만 해도 들락날락거렸던

회사 정문을 슬쩍 보고 차에 시동을 건다.




-오빠! 2군데 됐네..

-그래도 다행이다.


내년 4월 1일 만우절에 휴직 복귀가 예정되어

있는 진수는 한 숨 놓였다.


-면접 두 군데 가보자.

-종일반 몇 명인지는 모르나?

-그건 면접 때 물어봐야지.


같은 아파트 단지 1군데와

옆 단지 아파트 가정어린이집 2군데에

들어갈 수 있다.

맞벌이라 체리가 오래 있어야 하는데

종일반 아이가 많은 곳이 좋을 것 같았다.

체리는 5개월 후 자신의 미래를 아는 둥

모르는 둥.. 옆에서 뻥튀기를 손으로

조몰락 거린다.


-2명 정도는 있는데 좀 늘어날 수 있어요.

-네.. 알겠습니다.


민진이와 진수, 체리는 첫 번째 어린이집을

둘러봤다. 진수는 뭘 볼지 몰라 두리번거리면서

한동안 작은 어항에 물고기만 본다.

민진은 책장에 꽂힌 책을 보고 있다.


-난 잘 모르겠어.

-사실 나도.. 그래도 선생님은 좋은 신 것 같아.

-종일반 2명이면 좀 그른데..

-어쩔 수 없지.

-다음 주에 우리 집 근처 어린이집 가보고 결정하자

외식하까?


집 근처라 걸어왔지만,

진수네 가족은 주차장으로 간다.


-그때 미역국 나온데 거기 갈까?

-그래.


선택의 폭이 정해지고,

시간이 갈수록, 어린이집에 대한

관심이 옅어져가고 있음을 민진은

알지 못했다.




-좀 달라질 수 있는데 4명이에요.


민진과 진수는 서로 보는데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다.


-여기도 괜찮던데?

-사실 교재라든지 책은 

저번주 어린이집이 더 좋았어.

-그래도 4명이면 그게 낫지 않나?

-맞아..


밖은 컴컴해졌고,

드문드문 켜진 가로등을 지나가며

진수와 민진은 암묵적으로 합의했음을

알아챘다.

종일반 아이가 많은 이곳으로..


민진은 주기적으로 확인했던

어린이집 경쟁률을 보지 않았다.

집도 가깝고,

종일반 아이도 그럭저럭 있는

이곳,,

진수도 싫어하는 눈치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은근히 진수 눈치를 보고 있는

민진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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