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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게슬기롭다 Mar 10. 2024

00년도 노래 다시듣기 #1

(당이궁 ver2) 1주차 주제 : 00년도 노래 다시듣기 

[글잡이의 주제설명] 

저는 라흐마니노프 3악장을 들으며 새벽 12시에 미친X처럼 따릉이를 타던 때가 가끔 그립습니다. 그때가 여름이어서 더 그랬어요. 너의목소리가 들려' 드라마OST를 들으면, 그 드라마를 보던때의 계절감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도 들기도 합니다. 문득 생각나는 어떤 시절의 노래, 아니면 00년도로 돌아가고 싶을 때 마다 듣는 여러분의 노래가 있으신가요? 그 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가사가 있으면 가사에 대한 이야기도 더 해주시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쌈닭같은 가사를 좋아합니다.)






1. [어느어느 시절]의 노래는 무엇인가요? 그땐 어땠고, 지금 다시들으면 어떤가요? (15분)


https://www.youtube.com/watch?v=fXFNFM80iMI

나의 사춘기 시절 파이터 정신을 가득채워준 노래가 있다. 

MC스나이퍼, 배치기, 아웃사이더가 조금씩 나와 부르던 노래, <better than yesterday>


그 당시 나는 다양한 존재들과 ‘싸워내고’ 있었다. 집에서는 부모님과의 갈등이 있었고, 학교에선 친구들과 그렇게 싸웠다. 학업도 좋지 않았기에 그게 주는 스트레스를 견디는 것도 어려웠다. 학교 선생님과 학원 선생님을 ‘어른들’ 로 보기엔 그들은 별로인 사람들이었다. 세상이 잔뜩 내게 ‘별로인 것들’ 을 보여주었다. 그러려니 할 수 있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래서 더 ‘싸워댔던’ 게 있었다.


세상을 향한 파이터에겐 등장 음악이 필요하다. 엄청 고된 시간을 보냈고 이젠 그 덕에 한단계 성장했어, 나는 그래서 너를 이길 수 있어! 라는 느낌이 강하게 풍기는 음악 말이다. 사람들의 몸 속 피를 끓어오르게 하는 음악, 앞으로 벌어질 일을 기대하게 하는 비트와 사운드가 가득한 노래 말이다.  파이터 등장 전, 노래가 재생된다. 사람들은 그 노래를 들으며 ‘파이터의 등장’을 기다린다. 그 노래 소리를 등에 엎고 등장하는 파이터는, 자기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지 잔뜩 드러내며 길을 걸어 경기장 안으로 들어온다. 누군가는 차분하게, 누군가는 소리를 지르며 등장하기도 한다. 그 노랫소리와 가장 잘맞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말이다.


그때의 나는 ‘파이터’ 였다. 나의 등장음악은 better than yesterday였다. 시작부터 이 노래는 ‘영화 속 주인공이 등장할 때 듣던 느낌’ 을 담았다. 랩을 뱉어내는 mc 스나이퍼와 배치기, 아웃사이더의 목소리는 에너제틱했다. 그들의 에너지를 닮고싶었던게 분명하다.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지는 생각은 별로 없지만, 그들만큼의 감정은 나도 가지고 있었다. 나도 그렇게 바깥으로 나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어했다. 나는 나를 잘 알고 있고, 그런 내가 지금 여기에 필요하다는 듯 말이다.


지금 다시 들으면, 그 사춘기 시절의 내가 떠올라 마냥 귀엽다. 그땐 이 음악으로 나를 표현하고 싶었구나, 내가 그런 상태가 되고 싶었구나, 하는 마음을 내가 먼저 알아준다. 한창 날이 서있고 모든 존재들과 ‘싸워올 수 밖에 없었던’ 나와 화해 하기도 했다. 그리고 또 그 당시에만 갖고 있었던 순수한 열정이 그립기도 하다. 아무것도 몰랐기에 뿜어낼 수 있던, 주변인들과의 감정교류들 말이다.



2. 그 노래 가사가 있다면 (없다면 특정 구간) , 그 가사를 시작으로 하는 나의 이야기도 써주세요.(10분)


노래 중에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 있다. 아웃사이더가 나와 빠르게 가사를 읊는 부분이다.



나는 순수혈통 전투민족의 마지막 생존자

100 고집불통 내 길을 걷는 삶의 개척자

아무리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생은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 언제나 자신을 몇 배로

단단히 성장시켜 자 미래로 향하는 열쇠를 짊어진

내 눈과 두 귀는 변함없이 나를 높은 곳으로 이끌어가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쏴 난 끝없이 고개를 숙여

인내와 노력을 가슴에 새겨 고통은 성장의 밑거름

난 언제나 자신을 믿거든 굶주림으로 한길만을 바라보고

달려왔던 지난날을 되새기며 끊임없이 노래하는 어제보다 발전하는 내일처럼 빛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다 쓰러지면 어때 부러지면 어때 구겨지면 어때 뭐 때문에 망설이니

무너지면 어때 날을 갈아 거침없이 칼을 뽑아 다가오는 적을 향해 목을 베고

확실하게 숨을 끊어라 내 적이라면 칼을 맞대 형제라면 살을 맞대 너 아니면 내가 죽고

나 아니면 니가 죽는 빌어먹을 전쟁은 파도와도 같아 박차고 일어나서

갈 때 까지 가는 거야 떠나려면 떠나가라 있는 힘껏 밀어붙여 머리부터 뼛속까지

계속해서 소리 질러 아 오늘부터 내 이름을 가슴속에 되새기거라


아무리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생은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 언제나 자신을 몇배로 단단히 성장시켜 는 내게 종교와 같았다. 아주 큰 믿음이었다.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은 다 내 자신을 강하고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이 노래를 들으며’ 매번 읊어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겪는 많은 일들을 싫어하지 않았다. 나의 믿거름이었기 떄문이다. 하지만 점점 정신력이 떨어지는 지, 어떤 죽음의 고비 앞에서는 내가 뚫고 나가지 못하고 자꾸만 주저앉곤 했다. 세상에나. 그리고 어떤 죽음의 고비는 나를 너무 황폐하게 만들었다. 종교의 ‘교리’ 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성장은 커녕 나를 파괴할 뿐이었다. 일에 집중을 하지 못했다. 사람들과의 모든 대화가 싫었다. 그렇게 멀리할 수록 나는 점점 작은 점이 될 뿐이었다. 성장은 개뿔, 오히려 부서진 조각같아 답답하기도 했다.


그렇게 잔뜩 파괴되기만 한 시절을 겪고 나서, 나는 나만의 ‘끈적이’ 가 필요했다. 딱풀이나 물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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