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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게슬기롭다 May 19. 2024

S님에게 보내지 [못할] 편지

(당이궁 ver2) 5주 차 주제 : 전하지 못했던 마음 편지로 풀어내기

매주 1회 토요일 오전에 모여 함께 글을 쓰며 생각을 나누는 취미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글잡이의 주제설명] 

참고 예시 : http://www.weeklymunhak.com/articleEpisode/26/327




1. 누군가에게 말대신 편지로 마음을 전한 적이 있나요? 있다면 그 경험을 나눠보고 없다면 왜 그러지 못했는지 이야기를 해봅니다.


2. 지금 떠오르는 마음을 전하고 싶은 그 사람에게 편지를 써봅니다. (30분)


S님,

인생을 살다 보면 편지를 쓰라는 과제를 가끔 받는데요, 그때마다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사람 중 하나가 S님이에요. 잘 지내고 계실지 모르겠네요. 아직도 미스 리틀 선샤인이 생각나고, 그 작가에게 받았다며 자랑해 주신 싸인이 눈앞에 선해요.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때에 그 영화를 보면 좋았으련만, 그때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해봤으면 좋았으련만 싶어요.


아직도 제 회사 생활을 돌이켜보면서 ‘내가 왜 이렇게 되어있나’ 되새겨보면 그 시작점엔 S님의 한마디가 녹아있어요. ‘일을 할 때 배달부가 되지 말아라’라고 해주신 그 말이요. ‘각자 자기만의 공을 던져야 한다’라는 말도 기억에 납니다. 나만의 삶, 나의 관점과 닮아있는 삶의 방식을 찾으라는 그 이야기가 사회 초년생인 제게 큰 도움이 되었어요. 그러고 나서 몇 번, 제가 회사에 잘 적응하지 못할 때엔 과하지 않게 툭- 하고 멋진 말들 남겨주고 떠났던 그때가 너무나 기억이 나네요.


연차가 올라갈수록 S님에게 한 두 마디 꼭 남기고 싶어 진다는 걸, 알고 계실까요? 그때 해줬던 그 말, 이게 맞더라 아니면 틀리더라. 인생 뭐 이따구냐. 사람들 왜 다 이렇게 생겨먹었냐. 이거 때려치겠다…. 그런 푸념도 좀 했을 것 같아요. 그 반대의 이야기도 물론 많이 했을 거에요. 그때 조언해 주신 덕에 이런 결정을 내렸었다… 하고 말이에요.


미스 리틀 선샤인 영화 속 주인공은 S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요. 그 작은 아이가 미스코리아가 되겠다고 아버지와 함께 차를 타고 횡단을 하는 그 과정 속 에피소드, 그 이야기의 어떤 점에 빠져들었던 것일까요. 이제 더 이상 그 답을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없어서 그런가 더더욱 궁금해지네요. 만약 제가 S님을 다시 만난다면, 저는 이렇게 이야기할 것 같아요.

어린 시절에 그 영화를 보면, 제 삶이 주인공 여자아이와 닮아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그 여자아이에 집중해서 영화를 봤죠. 잘 모르지만 목표를 꼭 이루고 싶어 하는 천진난만함과 열정이요.  그 쪼고마하고 어린것이 인생에 어찌 그리 큰 목표를 가졌나 하고 대단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 아이도 저 나이에 ‘큰 꿈’을 가졌으니, 나도 저만큼은 안되더라도 뭐라도 내 마음에 심어야겠다,라는 마음이요.

조금 더 사회생활을 많이 해보니 영화 속 주인공 외의 다른 인물로 제 초점이 옮겨지고 있다는 걸 느껴요. 내 주변에서 ‘꼭 갖고 싶은 꿈’ 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의 꿈을 위해 같이 달려줄 시간과 에너지가 있을까? 내 자식에게 나는 정말 그렇게 해줄 수 있을까?라고요.

게다가 그 영화 속에는 여러 명의 주인공이 ‘한 차에 모여’ 어디론가 향하잖아요. 저는 그게 한 사람 속에 있는 여러 페르소나 같단 느낌도 받았어요. 어린아이 같지만 목표가 뚜렷한 페르소나 A, 앞에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 주기 위해 나서서 적극적으로 방어해 주는 페르소나 B, 바로 눈앞에 있는 그 모든 것보다 현재의 휴식이 더 중요한 C … 기타 등등 그 모든 건 한 명의 성격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이야기잖아요. 마치 그 영화가 <인사이드 아웃>의 실사 버전이라고 비유해도 괜찮지 않을까? 했거든요. 이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조금 이야기를 하는 데에도 이야기하고 싶은 게 많네요. 사실 회사에 대해서도 할 말 많은걸요. 이직도 그렇고 사람들과의 삶도 그렇고, 누가 뭐 어쨌나 저쨌다, 이 업계의 사람들은 왜 다 저 난리냐 하고 험담을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면서 S님의 이야기와 인사이트를 들었겠죠. 몇 번 제가 반박을 하기도 했을 거예요. 하지만 그러면서 ‘S님처럼 차분해지려면’ 무엇을 해야 하냐고 물었을지도 몰라요. S님은 그럼 뭐라고 답해주시려나요.


아, 그리고 저도 나름 콘텐츠 생산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어요. 작년까지 소설 쓰기에도 관심이 많았거든요. 올해는 작년만큼은 아니지만요. 작년에 쓴 아주 짧은 소설도 보여드리고 싶네요. 제가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면서 생각이 이렇게 달라졌다는 것을, 그리고 그걸 다시 ‘사람들이 소화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달라졌다고 뭐라도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무슨 이야기를 더 S님에게 하면 좋을까요. 하라면 참 많겠는데, 무슨 이야기를 궁금해하실지 몰라서 잠깐 머릿속이 텅 비어버린 느낌이 들어요. 그날이 떠오르네요. 한참 S님의 사진을 보면서 엉엉 울던 날이요. 평소 같으면 장범준이 부르는 ‘회상’을 들으며 장례식장에 들어갔겠지만, 그날은 그런 것도 하나도 들리지 않았었어요. 정말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으니까요. 그 공간에 서 계시던 S님의 부모님만 보이던 것도 낯설고 이상하고… 충격적이었어요. 조금 더 일찍 만나자고 할걸. 이직했다고 , 앞으로 계속 볼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하지 말걸. 수다 떨 수 있을 때 더 많이 떨걸. 더 여러 이야기를 해볼걸. 하고요.


사회 초년생이던 제게 S님이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셨는지, 그 덕에 참 버티고 잘 살 수 있었다며 S님의 부모님에게 뱉어냈던 말들도 잊히진 않아요.


보고 싶네요. 볼 순 없겠지만.

대신 미스 리틀 선샤인을 한번 더 볼게요.   


05.18. 00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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