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19 : 글을 쓰다가 막힐때 어떻게 돌파구를~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19 : 글을 쓰다가 막힐때 어떻게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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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쓰다가 막힌 부분이 안 풀릴 때가 있어요. 이럴 때 저는 글을 묵혀둡니다. '방치한다' 가 아니라 '묵혀둔다' 입니다. 한글 파일은 닫아도 생각은 열어둬야죠. 제가 애용하는 방법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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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말이 그렇다. 말을 하다 '막히면' 하던 말을 중단하고 주제를 넘어간다. 하지만 아까 미처 끝내지 못한 찜찜함을 마음에 안고 있다. 그러다 어떤 다른 주제와 만나면 기존 주제가 조금 변형되어 다시 나오거나, 아니면 새로운 이야기를 비유삼아 다시 등장한다. 했던 말을 또 하고 더 하고 앞으로 한발자국 나아가는 것은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가능하다. 글 쓰기가 아니라 글로 말하기 라는 생각을 가지면 조금 더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짧은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주변에 저런 말을 잘 하는 사람이 있다. 자기 회사 이야기를 툭툭 꺼내어 놓는 사람인데, 그 꺼내는 속도가 엄청나다. 그녀는 출근 전 아침에 밍기적 거리며 일어나 '회사 가기 싫어' 라는 표정으로 하루를 준비하지만, 막상 아침밥을 먹기 위해 식탁에 앉으면 자기의 엄마와 아버지에게 온갖 이야기를 한다. 오죽하면 그녀의 부모가 [그만 말하고 출근] 하라고 말릴 정도니.
그녀의 말에는 막힘이 없다.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이 여러 고객들과 이야기를 하는 직업이라 그럴 것이다. 매일 같이 스스로도 모르는 순간에 그녀는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가장 답답하다며 털어놓는 에피소드들의 공통된 주인공들은 '그녀의 말문을 막는' 사람들이다. 아침에 커피 머신을 청소하지 않았다고 대뜸 신경질을 내는 사람, 명절에 코스트코에 간다고 했더니 자기 초코 케잌도 사다달라고 하는 사람, 휴가로 가까운 나라에 놀러간다고 했더니 마침 거기에서 살 게 있었다면서 현금 5만원도 안되는 돈을 쥐어주고 요목 조목 '구매리스트' 를 적어주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명절 선물로 기껏 주는 것이 계란 한판이면서 다른 사람들이 뭘 주는지 쳐다보는 사람까지, 다들 그녀의 말을 막는 사람들이다. 그 상황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말은 많이 없다. 돌파구를 찾고자 했지만 번번히 실패한 그녀다. 집에 돌아와 주변인들에게 그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몇몇은 그 상황 속 돌파구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긴 하지만, 아마 그녀는 이미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그녀가 자기의 '말문'을 잠깐 닫고 묵혀뒀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녀의 성장을 오랜 기간 보아왔다. 초반에 어리둥절해 하며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고 번번히 '깨지고 돌아온' 그녀의 이야기가 점차 다이나믹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슬픈 주니어였던 그녀의 포지션도 점점 변해갔다. 그녀를 단련시킨 수 많은 '어이없는 자'들 덕분일 지도 모른다. (당사자가 느낀 정신적 고통을 모르고, 그 순간의 스트레스를 알지 못한 채로 하는 말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잘 풀리지 않던 누군가와의 관계가, 그녀의 삶이, 스스로가 '묵혀둔 덕'분에 나아진 것을 그녀는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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