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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굴림 May 24. 2023

[오늘의 생각] 이빨 빠진 호랑이.

시나브로 자라 나가는 삶.

 이빨 빠진 호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호랑이처럼 한 시대를 호령했던 사람이, 나이가 들어 신체적으로 약해지고, 그에게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시대를 마주하면서, 이전만큼의 영향력을 갖지 못하게 된 경우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참 탁월한 비유인 것 같습니다. 이빨이 없는 호랑이는 얼마나 무기력할까요.




 짧은 기간이나마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사람을 가리켜 유명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유명인이 유명세를 떨치는 기간은 보통 그리 길지 않습니다. 예술업계에 있는 지인의 말로는 예술가가 유명세를 떨치는 기간은 길어야 한 두 해이고, 그 중요한 시기를 어떻게 지내느냐에 따라, 역사책에 남는 인물이 되기도 하고, 무명 시절이나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기도 한다고 합니다. 비참해진 인간을 조명하길 즐기는 온라인 뉴스로부터, 그렇게 평범한 삶으로 돌아간 이들이 그야말로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어 잊히고 사그라지는 모습을 많이 봅니다. 그들이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마약을 하거나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굴욕감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의 몸에 끔찍한 일을 저지른 뒤 응급실에 실려오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습니다.


 그들은 왜 그럴까요? 사실은 한 두 해나마 유명세를 떨치는 것도 대단한 일입니다. 유명세에는 돈이 따르는 법입니다. 유명세를 누린 이들 중 적지 않은 수는, 남은 인생 동안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을 것입니다. 또,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찬사를 받는 경험을 해 본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일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고, 그런 소수만이 누리는 특별한 경험에조차 쉽게 익숙해집니다. 저도 시대를 풍미한 정도는 아니지만, 좋은 대학에 합격한 뒤 얼마간 주변 지인들의 관심과 축하를 받으며 즐거워하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몇 달 만에 익숙해져서는 게임과 영화, 여행 등 새로운 자극을 필요로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일확천금과 부귀영화를 좇으며 삽니다. 하지만 저는 분에 넘치는 재물과 명예를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물과 명예 그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언젠가 찾아오고야 말, 자신의 상황에 적응해 버린 시점에 겪게 될 무기력함의 위험성 때문입니다. 무기력함에 사로잡힌 이빨 빠진 호랑이는,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자극적이고 위험한 도파민을 찾아다니게 마련이고, 그러다 결국 한계에 달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저는, 조금 느리더라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는 삶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부모의 부유함이나 운 따위에 기대어, 준비되지 않은 채로 갑자기 재물과 명예를 끌어안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나 자신에게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원치 않으며, 나의 아들에게도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끊임없는 자기 계발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삶을 살 것이며, 아들에게도 그와 같이 권면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런 삶을 살면,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께서, 저와 우리 가족의 분수에 맞고 필요한 만큼의 부와 명예를 주시리라 믿습니다.


2022년 10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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