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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llyscooter Oct 18. 2021

이탈리아 오징어순대 & 갈비탕 맛 파스타

ITALY


이탈리아의 남부에 위치한 사르데냐 섬에서는 해산물을 많이 소비한다. 섬이라 어쩌면 당연한 얘기다. 레스토랑에 가면  이탈리아의 내륙에서 먹는 고기가 들어간 볼로네제 같은 친숙한 라구 파스타 종류는 아예 없거나 한 개 정도가 보이고, 씨푸드 파스타 메뉴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손바닥 만한 생선이 올라가 있는 파스타


참치가 작은 큐브 모양처럼 들어간 파스타, 오징어, 새우, 홍합, 조개가 아낌없이 들어간 해산물 파스타, 한 번은 조기 크기만 한 생선이 턱 하니 파스타 위에 통째로 올라가 있는 파스타도 먹은 적이 있다. 가격은 싸지는 않지만 해산물이 가득 들어있고 토마토소스에는 짭조름하면서도 새우에서 느껴지는 감칠맛과 바다의 그윽함이 담겨 있다.


오징어가 특히 자주 등장하는데, 이렇게 토마토 파스타에 들어가 있거나, 오징어를 튀긴 메뉴가 많다. 마침 한국의 지인과 양양의 아바이 마을에서 먹은 오징어순대 얘기를 했다. 한식을 못 먹은 지 한 달이 다 되니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여기 사르데냐는 오징어를 튀겨먹거나 파스타로만 먹네.’ 한국처럼 속을 채워서는 안 먹나 봐.’라고 말했는데 그 말의 경솔함을 바로 깨닫게 해 주듯 그날 밤 다시 방문한 로컬 레스토랑의 전체 메뉴에 Stuffed squid (* 속을 채운 오징어. 한식으로 보면 오징어순대) 메뉴가 있었다. 궁금한 마음에 바로 시켰다.


Stuffed Squid


서빙된 스터프 스퀴드는 투명한 빛깔의 자작자작하게 담긴 국물 안에 담겨 있었다. 색은 버터처럼 살짝 노란 기가 도는 국물이다. 맛을 보았다. 이것은!!! 내가 그리던 오징어순대다!!!! 비슷하면서도 살짝 다르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프렌치 수프에 빠진 오징어순대다.  


비슷한 점은 오징어 속을 다진 돼지고기로 채웠다는 점, 말랑말랑한 오징어가 씹히면서 안에 채운 소가 오징어순대와 비슷하다. 다른 점은 자작자작하게 담긴 국물이 프렌치 어니언 수프 맛이다. 버터와 양파 그리고 파르마지아노 레지아노 치즈(*파마산 치즈)의 맛이 느껴진다. 쌀쌀해진 저녁 날씨에 국물과 함께 먹는 이탈리아 식 오징어순대를 먹으니 몸이 스르르 풀어지며 기분 좋게 나른해진다.


이탈리아의 북부 레죠 에밀리아(Reggio Emilia)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그 지방 향토 음식으로는 까펠레티 인 브로도 (Cappelletti in brodo)가 있다. 엄지손톱만 한 크기의 만두처럼 생긴 노란기가 도는 파스타가 국물과 함께 서빙된다. 속을 고기와 파르마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로 채운 파스타다. 모양은 만둣국에 들어가는 끝이 안으로 맞물려 접혀 있다.


까펠레티는 이 파스타의 이름, 브로도는 수프라는 뜻이다. 먼저 국물을 홀짝 마셨는데, 이것은!! 친숙한 것 같은 이 맛은!!! “갈비탕 맛이다!!" 갈비탕 맛 같기도 하고, 평양냉면 육수를 따듯하게 먹는 것 같은 은은한 고기 국물의 맛. 까펠레티 파스타와 함께 오물오물 먹으면 갈비탕에 파르마지아노 레지아노 치즈가 들어간 만두를 씹는 맛이라고나 할까.



까펠레티 인 브로도는 레죠 에밀리아 지역에서는 레스토랑에서나 가정집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메뉴다. 내 이탈리아인 지인의 또 다른 친구는, 까펠레티 인 브로도가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말한다. 이곳에서 일주일간 머무르면서 레스토랑에서 두 번, 이탈리안 친구의 엄마가 직접 끓여주신 까페텔리 인 브로도를 두 번 총 네 번이나 먹었다. 갈비탕 맛 같으니 이 국물에 밥 말아먹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사실 처음 맛봤을 때부터 밥과 같이 먹고 싶었다.


한국에서 꽤 오래 산 남편에게, ‘밥 말아먹고 싶지 않아?’ 물어보니. ‘전혀’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이런.. 배신감.. ‘그럼 밥 말아 먹어도 맛있을 거 같지 않아? ‘라고 물어보니 전혀 동감을 안 해준다. 이 지역 출신 이탈리아 남자와 결혼 한 한국 지인분이 말하길, 본인 시댁에서는 까펠레티 인 브로도에 밥을 말아먹는다고 말해 준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소갈비 혹은 고기와 채소를 함께 오래 끓였기 때문에 정말 갈비탕 맛이 나는 거라고 설명해주는 지인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한식을 주식으로 먹고 자라 그런지, 이탈리안 음식을 먹고 있어도 그 안에서 한식과의 유사함을 찾아낸.  속에 꿈틀 되는 한식에 대한 탐욕을 채우면서도 나도 모르게  음식을 비교하며 즐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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