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력, 물러섬의 승리-직위
요임금이 허유許由에게 천하를 주려고 하자 허유는 물에 귀를 씻었고 친구 소부巢父는 허유가 귀를 씻은 더러운 물을 소에게 먹일 수 없다며 상류로 올라갔습니다. (기산영수箕山穎水)
허유와 소부는 부귀영화와 권력을 헛되고 부정적으로 생각한 은사였습니다. 그리고 “천하를 선양했다는 명성을 얻었고, 실제로 천하를 잃지도 않았다.”(사기, 연소공세가)는 말처럼 권력자가 스스로 벌인 ‘쇼’였을 수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함부로 권력을 탐하지 말라는 ‘이데올로기적 담론’의 하나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우리에게 높은 직위가 주어지려할 때 우선 허유와 소부를 떠올려 보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이 높이 올라갈수록 커지는 책임과 복잡해지는 번다함을 견디어 낼 수 있는 그릇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허유가 은거했고 소부가 높은 나무에 새집(巢)을 짓고 산 것은 그런 판단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감당할 수 없는 자리에 올라 파멸하는 것보다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자리에서 오래가는 것이 더 나은 일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