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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근 Mar 11. 2024

나는 자유다   

 나는 자유다       


 내가 조르바를 믿는 까닭은 내가 조정할 수 있는 유일한 놈이기 때문이죠. 나는 오직 그놈만을 잘 알 뿐, 다른 것들은 모두 헛것들이에요. 조르바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조르바의 귀로 듣고, 조르바의 위장으로 소화하죠. 다른 모든 것은 다시 강조하지만 헛것이에요. 내가 죽는 순간 모든 것들도 죽죠. 조르바의 세계 전체가 바닥으로 사라지죠.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암 환자인 한 중년 여인이 자신의 병이 위독해지자 이렇게 말하더란다. “다 필요 없어요. 우리 아이가 행복하기만 하면 좋겠어요.”      


 그런데 병이 차츰 나아지자 그녀는 아이의 성적에 신경을 쓰며 다그치기 시작하더란다.     


 이게 사람의 마음이다.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모른다. 동물은 본능으로 살아가기에 항상 여일하다.     


 그런데 인간은 자의식(自意識), 자신에 대한 의식이 있어,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다른 마음이 생겨나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마음이다.     


 조르바는 말한다.      


 ‘내가 조르바를 믿는 까닭은 내가 조정할 수 있는 유일한 놈이기 때문이죠. 나는 오직 그놈만을 잘 알 뿐, 다른 것들은 모두 헛것들이에요.’     


 우리는 자신만 믿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 다른 사물들은 자신의 마음이 밖에 투사된 허상들이다.     


 자신의 마음이 변하면 밖에 있는 허상들은 한순간에 새로운 허상으로 바뀌게 된다.           


 오로지 있는 건, 지금 여기에 있는 나다. 이것을 석가모니는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고 했다.       


 조르바는 이러한 천지자연의 이치를 깨달은 사람이다. 그는 이어서 말한다.      


 ‘조르바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조르바의 귀로 듣고, 조르바의 위장으로 소화하죠. 다른 모든 것은 다시 강조하지만 헛것이에요. 내가 죽는 순간 모든 것들도 죽죠. 조르바의 세계 전체가 바닥으로 사라지죠.’      


 그렇다. 나라는 한 인간이 죽으면, 이 세상은 함께 사라진다. 나라는 한 인간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마음을 고요히 바라보자.     


 동학의 창시자 최제우는 하늘의 소리를 듣는다. “나의 마음이 너의 마음이다. 오심즉여심(吾心卽汝心)”     


 하늘의 마음이 인간의 마음이다. 인내천(人乃天), 사람이 곧 하늘이다. 우리의 마음은 원래 ‘하늘의 마음, 천도(天道)’다.     


 마음을 고요히 하면 누구나 느낄 수 있다. 자신 안의 하늘의 마음을. 이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     


 바람처럼 흔들리는 마음을 따라가지 말아야 한다. 마음을 고요히 하여 늘 하늘의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때 우리는 카잔차키스처럼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태극기를 태극기이게 하는 것은

 이념이 아니라 바람입니다

 바람이 태극기의 현실입니다


 - 이원, <태극기의 바람> 부분           



 ‘바람이 태극기의 현실입니다’      


 태극기의 바람을 보는 시인은 분명히 ‘애국자’일 것이다.     


 그의 눈에 보이는 것들은 다 자유이니까. 그의 마음이 바람처럼 어디에나 흘러 다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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