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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근 Mar 18. 2024

인간은 자유(自由)다   

 인간은 자유(自由)다        


 보다 고상한 정열에 휩쓸리는 것. 그것 역시 또 다른 노예 상태는 아닐까? 사상이나 민족이나 하느님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우리가 따르는 것이 고상할수록 묶이는 노예의 사슬이 길다는 뜻은 아닐까?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임진왜란 때 곳곳에서 의병이 일어났다. 그들은 왜 죽음을 무릅쓰고 침략군에 저항했을까?     


 불타는 애국심에서?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살아가던 땅이 침략군의 말발굽에 마구 짓밟힐 때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소중히 가꾼 농산물, 가축들을 생각했을 것이다. 고락을 함께하던 정든 이웃들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떨쳐 일어났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애국이 되었다고 해서 애국이라는 한 글자로 그들을 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외국에 나가 사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회사 이름만 봐도 가슴이 뭉클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것이 애국심의 발로일까?     


 그의 머리에 떠오른 건, 그리운 사람들일 것이다. 그리운 사람들과 함께했던 아름다운 시간들일 것이다.     


 평소에 사직과 종묘를 하늘처럼 떠받들던 왕, 고관대작들은 북쪽으로 북쪽으로 도망을 쳤다. 그들은 무엇을 지키려 했을까?     


 산전수전을 다 겪은 조르바를 보며 주인공 나는 인간의 가장 고상한 가치는 ‘자유’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상이나 민족이나 하느님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우리가 따르는 것이 고상할수록 묶이는 노예의 사슬이 길다는 뜻은 아닐까?’      


 자유는 글자 그대로 자신의 삶이 ‘스스로(自)에서 유래(由)한다’는 것이다. 그 어떤 것도 그를 구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다 고상한 정열에 휩쓸리는 것. 그것 역시 또 다른 노예 상태는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고상한 정열에 휩쓸리는 것, 언뜻 생각하면 참으로 고상한 행위인 듯하다. ‘사람은 무언가 숭고한 것을 위해 살아야 하는 거 아냐?’     


 이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것,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밖에 있을까? 그것은 인간의 내면에 있다.     


 인간의 마음에 없는 것은 밖에도 없다. 신(神), 도(道) 같은 가장 고상한 것들은 다 인간의 마음에 있는 것들이다.     


 인간의 고상한 마음이 밖으로 투영된 것들이다. 밖에 있는 것들을 숭배하다 보면, 우상 숭배에 빠지게 된다.     

 인류의 역사를 보자. 얼마나 많은 참혹한 전쟁들, 잔혹한 살육들이 국가, 민족, 신의 이름으로 행해졌는가?      

 우리는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한다. 자신 안의 가장 고귀한 가치를 위해 살아야 한다.     


 이러한 내면의 숭고한 가치를 꽃피우며 살아가야 한다. 그때 우리는 자유로운 인간이 된다.      


 우리가 자유로운 인간이 될 때, 우리는 나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고, 인류를 사랑하고, 삼라만상을 사랑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나는 떠나리! 선부여, 그대 돛을 흔들어 세우고 닻을 올려

 이국의 자연으로 배를 띄워라.     


 잔혹한 희망에 시달린 어느 권태는

 아직도 손수건의 그 거창한 작별을 믿고 있는지.


 - 스테판 말라르메, <바다의 미풍> 부분           



 인간의 모든 고통은 과거의 기억에서 온다.     


 사랑의 이름으로 집착이 쌓은 것들, 그것들은 우리에게 ‘잔혹한 희망’에 시달리게 한다.     


 지나고 보면,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것들이다.     


 우리는 떠나야 한다. ‘바다의 미풍’을 타고, ‘이국의 자연’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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