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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채록 Oct 22. 2021

영화 마케팅 노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작품의 컨셉과 일관된 마케팅 메시지

"예고편이 전부다"라는 말 들어보셨거나, 해 보신 적 있으시죠?

1년에 100편 넘는 영화가 극장에 걸리기 때문에 관객의 시선을 끌기 위해 포스터, 예고편 등 작품의 첫인상을 전하는 홍보·마케팅의 역할이 그 어느 곳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서인지 영화판에는 "잘되면 영화가 좋아서, 안되면 마케팅을 못해서"란 말도 있다네요.

<영화 마케팅 노트>에선 마케팅을 통해 영화를 뜯어보고, 작품의 흥망에 대해 얘기해보려 합니다.


▲ 제목: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 감독: 홍원찬

▲ 배우: 황정민, 이정재, 박정민

▲ 장르: 범죄, 액션

▲ 시간: 108분

▲ 개봉: 2020년 8월 5일


2020년 8월에 개봉한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코로나19의 발생으로 인해 많은 영화들이 개봉을 미루는 등 얼어붙은 영화 시장에 등장해 435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현재까지 코로나19 시대 이후 극장가에서 가장 흥행한 국내 작품으로 기록되고 있는데요.


코로나19로 인해 영화 관람을 주저했던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인 마케팅 요소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포스터

포스터는 티저 포스터, 메인 포스터, 캐릭터 포스터, 리뷰 포스터까지 4종류가 나왔으며, 총 9개가 공개되었습니다.


1) 티저 포스터

티저포스터엔 출연 배우인 황정민과 이정재의 모습을 전면에 배치하여 '믿고 보는 배우'들의 출연작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보는 모습을 통해 이들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하드보일드 추격액션'이라는 카피와 함께 '한 사람을 위한 뜨거운 추격',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한 집요한 추격'이라는 카피를 함께 배치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인물의 캐릭터성을 드러내는 카피이자 이들이 벌이는 추격의 목적도 엿볼 수 있습니다.


2) 메인 포스터 / 전단

전단 앞장에는 대치하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 위로 '하드보일드 추격액션', '멈출 수 없는 두 남자의 추격'이라는 카피를 볼 수 있습니다. 뒷장을 넘겨보면 '8월, 강렬한 하드보일드 추격액션이 온다'라는 카피가 상단에 배치하였습니다. 앞장에 이어 '하드보일드 추격액션'이라는 컨셉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셀링 포인트는 '<신세계> 이후 황정민과 이정재 브라더들의 만남', '스타일리시한 하드보일드 추격액션', '칸 영화제가 주목한 홍원찬 감독 & 아카데미 수상 홍경표 촬영감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래엔 등장인물의 이미지와 한 줄의 대사를 통해 캐릭터를 설명하고, 두 사람의 관계를 표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3) 캐릭터 포스터

캐릭터 포스터는 티저 포스터와 인물의 모습, 카피, 개봉 고지 등 전체적인 구성은 비슷합니다. 하지만, 배우의 얼굴이 강조되었던 티저와 달리 이국적인 풍경과 인물의 전체적인 모습이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황량한 곳에 홀로 서 있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인물들의 공허한 감정과 극의 분위기를 짐작케 합니다.


4) 리뷰 포스터

앞서 공개된 티저부터 메인, 캐릭터 포스터는 태국의 풍경과 어우러진 인물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리뷰 포스터는 작품이 가진 다크하고, 거친 느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언론배급시사를 통해 작품을 관람한 기자들의 평들도 함께 배치하였습니다. 대부분의 평에서 '액션'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이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은 '액션'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합니다. 여러 평 중 "본 적 없는 액션의 신세계 탄생"이라는 평을 카피로 활용, 배우들의 전작인 <신세계>와 작품의 강점 요인을 연결 짓습니다. "파격 박정민"이라며 박정민 배우를 언급하는 평 또한 있는데요. 공개된 포스터에서 드러나지 않은 박정민 배우의 모습을 통해 그가 보여줄 파격은 무엇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합니다.


2. 영상


1) 예고편

총 4개의 예고편이 공개되었는데, '추격 액션'이라는 키워드에 맞춰 예고편도 구성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타격감이 느껴지는 인물들의 액션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1분 30초라는 짧은 러닝타임 속에 "내 손에 죽기 전에 인간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이 뭔지 아나. 이럴 필요까지 없지 않느냐는 말이야" (레이),  "더 이상 쫓아오면 넌 내 손에 죽는다" (인남) 두 대사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 인남과 레이의 캐릭터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2) 제작기 영상

개봉 2주전 공개된 제작기 영상에선 감독, 배우, 스탭들의 입을 통해 작품의 컨셉과 제작과정을 간략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두 인물의 어떤 추격의 구도가 이 영화의 핵심이었던 거 같아요."라는 홍원찬 감독의 말을 통해 이 작품은 두 인물이 쫓고 쫓기며 벌이는 액션이 주된 스토리라인이라는 것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액션은 타격감이 느껴질 수 있도록 고안되었고, 기존 액션 영화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핸드헬드 촬영과 스톱모션 액션을 적극 활용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암살자와 추격자의 추격 액션'이란 컨셉을 작품 제작에 참여한 이들의 입을 통해서도 노출시키고 있습니다.


3) 3국 3색 로케이션 영상

앞서 나온 이미지와 영상들은 '암살자와 추격자의 추격 액션'이라는 컨셉을 강조했다면, 개봉 1주일 전에 공개된 3국 3색 로케이션 영상에선 작품의 컨셉을 가능케한 공간과 비주얼을 얘기합니다. 또, 해외 로케이션은 단순히 이국적인 풍광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처연하고 처절한 분위기를 드러내기 위함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4) 홍경표 촬영감독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비하인드! BTS 영상

개봉 이후 작품의 셀링포인트 중 하나였던 촬영과 액션에서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지자 촬영에 포커스를 맞춘 영상을 공개하였습니다. 홍경표 촬영감독의 입을 통해 촬영 당시의 얘기를 전하며 촬영에 대한 바이럴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작된 영상으로 다가왔습니다. 개인적으로 Behind The Scene이라는 말을 줄여 BTS 영상이라고 한 재치 있는 네이밍이 인상적이었습니다.


3. SNS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SNS가 활성화되면서 영화 마케팅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곳이 바로 SNS입니다. 3사 멀티플렉스와 CJ엔터테인먼트 SNS에 다양한 콘텐츠들이 업로드되었는데, '암살자와 추격자의 추격 액션'이라는 컨셉을 해치는 콘텐츠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공개된 콘텐츠 중 인상적이었던 것들을 꼽아보았습니다.


1)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캐릭터 클립

세로 비율로 제작한 이 영상은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액션의 타격감이 전해지는 동시에 인물이 화면을 뚫고 튀어나올 듯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는데요. 이 콘텐츠의 메시지는 '작은 화면으로도 느껴지는 리얼한 액션은 큰 스크린에선 더욱 실감난다.'가 아닐까요?


2) 캐릭터로 쓰는 프로필

영화의 비주얼과 함께 인물의 성격과 목표 등을 간략하게 요약한 클립은 예비 관객들이 추격을 벌이는 인물들의 행동과 감정을 이해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3) 모션아트 영상

모션아트 영상은 영화 속 장면들을 무빙 포스터처럼 구현해 작품의 비주얼을 강조한 게 인상적이었는데요. 음악과 성우의 목소리가 이미지와 잘 어우러져 처연하고 처절한 분위기의 작품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4) 스토리보드 클립

활자와 이미지가 영상으로 구현되었을 때의 모습을 서로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는 콘텐츠였습니다.

영화의 시나리오와 콘티를 통해 감독이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영화를 이루는 여러 요소들이 완성한 비주얼을 함께 보니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의 호연이 더욱 잘 느껴졌던 거 같습니다.


5) '나의 지독함 지수' 자가진단 TEST

영화 속 인물들의 지독한(?) 성격을 '나의 지독함 지수'라는 테스트로 재치 있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6) 장면 순서 맞추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백미로 꼽히는 사핫킷 복도 액션을 일러스트를 통해 관람을 마친 이에겐 영화 속 장면을 연상케 하여 N차 욕구를 일으키고, 관람 전인 예비 관객에겐 관람 욕구를 일으킵니다.


4. 굿즈

모객을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영화 관련 굿즈입니다. 영화의 감동을 간직할 수 있으며, 관람 후기를 남기며 함께 올리기 좋기 때문에 시네필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거 같습니다.


1) 오리지널 티켓 (메가박스) / 시그니처 아트 카드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은 종이티켓과 투명티켓을 통해 쫓고 쫓기는 두 인물의 모습을 하나의 티켓 안에 담아내었습니다. 롯데시네마 시그니처 아트카드는 황량한 잿빛 컬러를 통해 작품의 처절하고 처연한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작품이 공개된 후 <테이큰>, <아저씨>, <맨 온 파이어>, <레옹> 등이 연상되어 스토리가 진부하다는 반응이 있었지만, 이러한 약점을 촬영과 액션으로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개봉 전부터 영화 <신세계>의 '브라더' 황정민이정재가 재회한 작품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습니다.

영화 홍보에 있어 배우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기에, 이를 보도자료 등을 통해 적극 활용합니다. 하지만, SNS로 인해 작품에 대한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면서 유명 배우의 출연으로 화제성이 보장되던 과거와는 환경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영화의 첫 인상을 결정하는 매력적인 컨셉을 도출해내고, 일관된 마케팅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암살자와 추격자의 추격 액션'으로 컨셉을 간략하게 하게 하고 <기생충>의 촬영감독인 홍경표 감독이 구현한 스타일리시한 액션 장면들이 기존 액션 영화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라는 것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일관된 마케팅 메시지를 전하였습니다.


그리고 약점은 철저히 감추었습니다. 유명 영화들과의 유사성으로 인해 영화의 스토리를 설명할 땐 '마지막 청부살인 미션 때문에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인남(황정민)과 그를 쫓는 무자비한 추격자 레이(이정재)의 처절한 추격과 사투를 그린 하드보일드 추격액션.'으로 정리하여 다른 영화들이 연상되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또, 박정민 배우의 존재 또한 철저히 감추었습니다. ‘황정민-이정재 보러 왔다가 박정민에 입덕하는 영화’라는 평이 나올 정도로 박정민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지만, 자칫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을 왜곡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영화 관계자분들의 고민이 깊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이 있었기에 작품의 강점인 '촬영'과 '액션'이 더욱 돋보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마케팅이 선봉에 서 작품의 마케팅 콘텐츠를 정확히 전달하고, 관객이 마케팅 콘텐츠를 보며 생각했던 기대를 충족시켰기 때문에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코로나19 이후 가장 흥행한 영화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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