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달다 Oct 15. 2022

노트북아 수고했어, 그리고 나도.


나는 평소에 컴퓨터 작업을 매우, 정말 많이 하는 편이다.


문서 작업뿐만 아니라, 일러스트 작업, 모션 영상 작업, 일반 영상 작업 심지어는 3D 작업까지 한다.

그런 것 치고는 데스크톱이 아닌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는데,

그래서 더운 여름에는 늘 과로하고 있는 노트북의 열을 식혀주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한다.


내가 아니라 노트북에게 선풍기 바람 쐬어주기,

아이스팩 대어 주기, 내가 아니라 컴퓨터를 위해 에어컨 틀기 등등

작업을 위해 관리하고 모셨던 기억이 난다.


그날은 유독 컴퓨터 작업이 어마하게 많은 날이었다.

무지막지한 작업을 하다 보니 하루 종일 노트북 발열에 신경을 썼고.

하루 종일 노트북 팬 소리가 줄고 느는 데에 엄청나게 신경을 썼다.


열심히 작업을 하고, 모든 작업을 마치고 전원 버튼을 누를 때 

나도 모르게 컴퓨터에게 말을 걸었다.


"어우, 야. 오늘 진짜 고생했다. 이제 푹 쉬어~ 고마워~"


걱정스러운 마음을 담뿍 담아 말을 건네고 나서, 나의 혼잣말에 혼자 웃었다.

이만큼 다정한 주인이라니!

너는 복 받은 줄 알아라 하고 웃음이 새어 나온 순간에


문득 나는 정작 하루 종일 눈 빠지게 일 한 나 스스로에게는 다정한 말을 건넬 생각도 못해놓고

노트북에게 먼저 다정한 말을 건넸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나 자신에게 보다 다른 이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그 짧은 순간에 깨달았다.

물론 그날 유독 더웠고, 유독 노트북의 팬이 미친 듯이 돌아갔고, 꽤나 뜨거워져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스스로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건넬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는 것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저 일이 있은 후에 나는 의식적으로 거울을 볼 때 한번쯤 말을 걸어 준다.


"야, 너 오늘 진짜 수고했다. 열심히 살았어."


조금 오글거리지만, 그렇게 입 밖으로 내뱉고 나면 내심 내 삶이 시트콤 주인공처럼 조금 유쾌하게 가벼워진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한번 생각해보셨으면 좋겠다.

함께 열심히 하고서, 그대만을 치켜세워주고 스스로에게는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었는지 말이다.

혹시 하지 않았다면, 잠깐 화면을 치우고 지금 바로 한번 해보셨으면 좋겠다.




야, 너 오늘 제법 열심히 살았다? 수고했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첫 번째 동화책 : 나는 진짜진짜 영웅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