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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달다 Aug 04. 2022

법과 낭만, 사람

드라마 우영우 9화, 10화 리뷰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9화, 10화의 직접적인 내용과 개인적인 생각이 담겨있습니다. 해당 내용이 불편하신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요즘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내 주위건, 내 주위가 아니건. 좋은 화제 몰이를 하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 또한 완전히 빠져 살고 있다. 1~2화를 보고 적극적으로 주변에 영업을 해서

가족과 친구를 보게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주 방영분인 9화 10화.

강렬한 인상과 내용, 그리고 예민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소재를

두 화 전체에 화끈하게 깔아버린 작가님의 담대함을 보고 참으로 존경스러웠다.


9화는 자성이 필요한 교육계의 이야기가 담겨있기도 하고해서 주변에서 나의 의견도 많이 물어보는 편이었고, 나 또한 입이 근질해 여기저기 들어주는 사람들에게 내 의견을 쏟아내듯 말하고 다니기도 했다.


누군가는 9화, 10화가 너무 무겁기도 하고, 현실과 아주 가까운 듯 괴리감이 느껴지는 소재라 조금 답답한 심정이 들기도 했다는 말을 했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9화에서 방구뽕이 한 행동은 미성년자 납치다. 동기는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동은 악질 범죄다. 이 부분이 많은 사람들이 방구뽕을 결국에는 이해하지 못하는 지점, 아무리 드라마라도 타협하지 못하는 지점이었다.

고통받는 아이들과 놀아준, 선한 행동이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구뽕은 미성년자를 납치한 납치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누군가는 계속해서 어린이 해방을 외치는 방구뽕이 유치하다는 평도 내린다.


내가 9화를 처음 봤을 때 가장 의아했던 점은 작가님이 유난히 방구뽕에게 '네'라고 밖에 대답할 수밖에 없는, 그러니까 검사나 판사가 방구뽕의 입장에서 '네'라고 밖에 대답할 수 없는 질문만 던지네 하던 것이었다.


나는 만약 극 중에서 판사가 방구뽕에게 '동기가 선하든 어찌 되었든 본인의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알고 있습니까?'라고 했다면 방구뽕은 잘못을 알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본인의 잘못을 충분히 알고 있다.'라고 변호사가 변호를 풀어갈 수도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작 중에서 유난히 그러한 질문은 빼놓고서 이야기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정 씬에서 방구뽕은 검사가 하는 질문에 시청자들마저 손절하게 만드는 솔직함과 당당함으로 일관한다. 자신의 신념을 당당하게 외치며, 꺾지 않는다.


마치 피터팬 증후군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 뭔가 이해되지 않는 찜찜한 마음으로 9화를 마치고 10화를 봤다.


 여전히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 영우는 '장애인도 나쁜 남자를 사랑할 권리.'를 주장하며 상대 보호자에게 쓴소리를 들었고, 사기꾼인지 찐 사랑인지 모를 애매한 남자와 정말로 애정이 가득했던 여자.

장애인의 사랑 이야기.


 괜히 너무 생각이 많아지기도 하고. 법 지식이 현저히 떨어지는 나로서는 에잇, 그래도 나쁜 짓이지~ 하고 답답해하면서, 이렇게 두 화를 한 번에 무겁게 진행한 작가님께 '그래도 조금은 가볍게 가주시지~' 하는 가벼운 원망 아닌 원망의 마음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영우는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재미가 있는 드라마라 다시 보기를 했고,

그러다 눈에 밟힌 장면이 있었다.



9화에서 방구뽕씨가 우영우 변호사를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장면이다.


우영우 변호사는 초반과 다르게 최근에는 머뭇거리지도 않고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를 디폴트 값으로 외치고 상담을 시작한다. 그리고 보통 다음 장면은 그런 우영우의 특이한 자기소개를 처음들은 사람이 ㅇ.ㅇ ..? 하는. 그러니까, 뭐야? 하는 표정으로 우영우를 쳐다보는 씬이다.


근데, 어. 이 사람. 반응이 남다르다.


기러기, 스위스, 토마토에도 당황하지 않고 우영우의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한다.

완전히 첫 만남인데도 말이다. 사실 현실에서 만약 내가 우영우를 마주친다면? 당황하지 않기가 쉽지 않을 거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항상 그런 당황한 사람들의 모습을 클로즈업 해 주었다.


근데, 방구뽕은 집중하고 경청한다.


이 장면을 보고 나는 왜인지 방구뽕 이라는 사람이 우영우의 행동을 보고 아. 이 사람 자폐인이구나, 내지는 눈앞의 우영우라는 사람이 특별한 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한눈에 알아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라임을 느껴서 박자를 탄 걸 수도 있지만^^;;ㅋㅋ)


방구뽕은 극 중 서울대 출신으로, 어머니의 강압으로든 어찌 되었든 간에 서울대를 갈 만큼 수재이다. 속된 말로 공부할 만큼 한 사람이다.

그리고 방구뽕은 자신의 변호사로 나온 상대가 기러기, 스위스, 토마토라는 말을 하자마자 이 사람, 특별한 개성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이해심이 높은 눈을 지닌 것처럼 보였다.


그런 모습을 포착하고 나니 확신이 들었다.


극 중 방구뽕은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이 정확히 어떤 행동인지 알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얼마나 용납이 되지 않는 행동임을 알고 있으며, 얼마나 잘못인지도 그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법 전문가인 검사, 판사, 변호사들보다 더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시각으로 방구뽕의 법정신, 구치소 신을 보면

방구뽕은 단 한마디의 '자기변호'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수면제를 먹인 기사에게 '저 때문에 곤란하셨죠. 죄송합니다.' 하고 마음 깊은 사과를 하기까지 한다.


우영우에게도 '저는 변호사 필요 없는데요?'라는 대사를 하는데,

이는 환상과 낭만에 빠져서 전 나쁜 짓 한 거 아닌데요?라는 의미가 아니라

자기가 '변호할 여지없는' 잘못된 행동을 했음을 명확히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구뽕은 자신이 얼마나 잘못된 행동을 했는지 알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해서 자신이 '어린이 해방군 총 사령관'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자신이 가진 어린이 해방이라는 염원과 낭만, 신념을 계속해서 꺾지 않고, 꺾이지 않고 들고 가려고 한다.

방구뽕은 자신이 한 행동이 얼마나 잘못된 행동인지 알고 있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방구뽕은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변호하지 않으려 하고, 자신의 모든 잘못을 시인하며, 감경을 바라지 않는다. 그리고 판결은 나오지 않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마도 그가 징역형을 받았으리라 예상한다.


그렇게 9화는 막을 내린다


그리고 10화.


10화에서는 자칭 '찐 사랑'이 나온다. 하지만 이 사람이 정말로 찐 사랑인지는 의심스럽다. 하지만 양정일은 계속해서 자신은 '찐 사랑'이라고 외친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고한다. 내가 장애인을 사랑한다고 해서 찐 사랑이 아닌 것처럼 보이냐. 자신의 마음을 의심하는 것이냐. 하면서 말이다.


그러고 나서

자신은 '찐 사랑'이기 때문에 '무죄'라고 주장한다.

주변에  '사랑'이라는 나의 마음이 너무나 선하기 때문에, '감형' 해달라고 계속해서 읍소한다.

자신의 행동이 그릇된 행동이거나, 그릇된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억울해 한다.

자신은 '찐 사랑'이니 말이다.

그 마음, 사랑이라는 나의 '낭만'을 이해 못 해주냐면서.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 무던히도 애를 쓰면서 말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10화의 양정일은 어쩌면

이준호의 대척점이 아니라 방구뽕과 대척점에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마음과 동기, 사랑과 낭만을 이유로 잘못된 행동을 용서받을 생각이 없는 방구뽕과

자신의 마음과 동기, 사랑과 낭만을 이유로 자신의 행동은 잘못이 아니라 읍소하는 양정일.


그래서 나는

낭만을 신념으로, 행동으로 실행하는 방구뽕은 오히려 비정한 현실의 끝에 살고 있으며,

자신의 행동을 낭만으로, 신념으로 포장하는 양정일이 오히려 현실과 사회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피터팬 증후군은 방구뽕이 아니라 오히려 양정일 일지도 모른다.


그런 시각으로 보고 나니 왜 9화와 10화가 엮여서 한 주에 나왔어야 하는지,

왜 이 두 이야기를 같이 묶었어야 했는지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한 없이 무겁게, 혹은 유치하게까지 느껴지던 9화, 10화가


낭만이란 무엇인가, 신념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으며

법 앞에서 낭만과 신념은 무엇인가에 대한 묵직한 메세지와 함께

생각을 해보게 하는 세트 에피소드가 아니었나 한다.


한 발짝 더 과하게 나아가 보자면

어쩌면 작가님은 9화와 10화의 이야기를 통해서

법은 '마음'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이야기를 조금 더 깊게 해보고 싶었던 걸 지도 모르고^^


갑자기 작가님의 필력에 다시금 찬사를 보내고파졌다.


내일은 드디어 돌고래 모자 영우를 볼 수 있을 듯한데,

앞으로 남은 회차도 의미 있고 마음에 남는 드라마가 되었으면 하는 설렌 마음이다.


좋은 이야기를 통해 생각을 하게 해주는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두근두근 우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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