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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달다 Apr 11. 2023

그래도 나아지고 있었다.



예전에 달리기를 해보겠다고 글을 써본 적이 있다.


그때는 정말 열심히 달렸는데, 선생님께서 나의 절대적인 실력만 보고 대충 뛰었다고 오해한 이야기를 풀어놓았고,


오늘은 그 뒤로 달리기를 해온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나는 여전히 느리고, 잘 달리지 못한다. 하지만 꾸준하게 달리고자 노력한다.


물론 몸 컨디션에 따라서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많이 대기는 하지만, 어찌 되었든 간에 나는 열심히, 꾸준하게 달리기를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 말고 온전히 나의 기준에서 말이다.


생리 주기 즘에 컨디션이 정말 심하게 안 좋아지는 사람이라, 한 달 중 건강하게 달릴 수 있는 날이 며칠 되지 않는다. 몸 컨디션 때문에 부득이하게 꽤 긴 시간을 쉬기도 하고 말이다.


그럼에도 작년 하반기에 추워지기 전 아직 야외 조깅이 할 만한 수준일  꾸준히 주 3회에서 6회 정도로 나가서 건강 조깅을 뛰었다.


작년 11월쯤이었나, 몸 컨디션이 잘 받쳐준 덕분에 4주째 꾸준하게 달리기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달리기를 하는데, 4주째 되던 주간에 달리기를 하는데 울컥했다. 원래 운동을 건강을 위해 의무감으로 하던 사람이라 그럴까,

4주간 내내 빠짐없이 달리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원체 운동을 안 하던 사람이기는 하지만, 4주쯤 지나면 처음 시작할 때 보다 몸이 좀 가뿐하다던지, 숨이 좀 덜 차다든지 하는 조금의 변화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


그래서 그날의 마지막 스퍼트 달리기를 하고 나서는 꽤나 강렬할 정도로 울컥해서, 왜! 왜, 내 몸뚱어리는 이렇지? 하고 스스로에게 하소연했다. 숨을 허덕이며 말이다.


나는 여전히 달릴 때 스퍼트를 내며 빠른지 모르겠고, 여전히 숨이 차 죽을 거 같고, 한 발 한 발 내디뎌 달리는 게 너무나 힘들다. 가볍게 달리는 상쾌한 기분은커녕 하기 싫어 죽겠다 하는 마음이 더욱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의 힘이란 것이 있겠거니 하고 무형의 보상을 생각하며 꾸준히 해 왔던 터라 더욱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조깅을 할 때 스마트 워치나 달리기 어플을 켜놓고 달리는 편인데, 거리 기록은 GPS 흔적을 보는 게 재미있어서 자주 쳐다봤지만, 기록이나 시간을 잘 보지는 않았다. 당연히 느릴 줄 알아서일까 모르겠지만 말이다.


마음이 무너진 김에 내가 얼마나 못하나 보자, 하고 시간 기록을 살펴봤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오늘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기가 너무너무 힘들어서 진짜 대충 달린 마지막 스퍼트가 2주 전, '어, 나 제법 잘 달리는데?' 하고 뿌듯해했던 구간의 기록이랑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바꾸어 말하면 2주 전 가장 빠른 순간이 오늘의 가장 느린 순간이었던 거다.


조금 충격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오늘의 마지막 스퍼트 그 순간 2주 전의 그때 보다 훨씬 더 죽을 거 같이 달렸기 때문이다. 그것도 스스로에게 왜 이렇게 못 달리냐! 하고 비난을 해 가면서 말이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기록으로만 따지자면 그 어느 순간보다 빠른 순간이었던 거다.


몇 가지 생각이 스쳤다.

첫 번 째로, 체감이라는 건 믿을 만하지 못하는구나. 기록을 하는 이유가 이거구나.

두 번 째로, 내가 그렇게 느끼지 못하더라도 나아지기는 하는구나. 어플에 표로 정리된 숫자 몇 개가 굉장한 위로가 되는 순간이었다.


요즘 ‘과연 내가 나아지고 있는 걸까?‘, ’ 내가 충분히 빠르게 달리고 있지 않은 건가?‘ 하는 위기감과 조급함이 나를 자주 덮친다.


그때마다 지금 이야기 한 이 순간이 자주 떠오른다.


 그래, 내가 느끼고 있는 이 속도가 한 발짝 벗어나보면 엄청 빠를 수도 있을 거야. 그래 내가 느끼고 있는 이 속도가 충분한 속도 일 수 있어. 그래, 제자리걸음이라고 느껴도, 매번 힘들어도 나아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아니야.


최근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겨울 동안 야외 조깅을 조금 쉬었다가 얼마 전 꾸준하게 조깅을 다시 시작했다. 꾸준히 나가면서 점점 습관이 되어간다 싶을 때 감기 몸살에 생리 전 증후군이 심하게 온 터라 날씨가 너무 좋아 뛰고 싶어도 가만히 요양하고 있는 중이다. 몸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객기 부리지 말자는 것이 내 몸과 잘 지내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바이기에 조금 답답하다 싶어도 이럴 때는 쉬어주는 게 답이라, 일단 체육복을 깨끗하게 빨아 개어놓고 나갈 각만 잡는 중이다.


그러니까, 지금은 반걸음을 위한 일보 휴식이랄까?


얼른 몸 컨디션을 회복해 또 나가고 싶다. 꾸준한 반 걸음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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