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베트남에서의 삶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새로 시작한 곳은 포항이었다. 남편이 재취업한 회사가 포항 부근에 있어 울산, 포항, 경주 중에서 포항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포항 하면 떠오르는 기억은 딱 두 가지였다. 대학생 때 새해 일출을 보러 모처럼 온 가족이 포항 호미곶을 향했는데 흐린 날씨 탓에 일출을 보지 못하고 돌아왔던 기억. 첫 직장에서 큰 행사가 있어 행사 지원을 하러 포항까지 내려왔는데 비가 와서 개고생 했던 기억이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포항이지만, 그나마 그렇게 스쳐 간 기억이라도 있으니 다행인 건가.
인천국제공항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차를 타고 포항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남부 보건소에 들러 PCR 검사도 하고 2주 간의 격리에 들어갔었다. 그렇게 포항에서 다시 시작한 한국 생활이 어느덧 2년이 되어간다. 6년 동안 지냈던 호치민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정리하기 위해 브런치 글쓰기를 시작했었다. 이런저런 일들로 때론 지지부진하기도 했지만, 브런치 계획서를 작성할 때 계획에서 50% 이상은 쓴 것 같다. 의욕만 앞서 생각했던 대로 글이 잘 써지지 않기도 했고, 막상 쓰기 시작하니 생각했던 것보다 별거 아닌 게 되기도 했다. 연초에는 의욕적으로 계획을 세웠다가, 몇 달 동안은 또 외면했다가, 연말이 되면 마감증후군처럼 다시 글을 썼다.
요즘은 다시 외면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또다시 내게 변화가 찾아왔다. 포항으로 주소지를 등록할 때 읍사무소에서 종량제봉투를 2년 치 줬었는데, 거의 다 써간다. 벌써 2년이 되어가는구나라고 느꼈을 때 예감했었어야 했는데, 2년이 되자 다시 생활 터전을 옮기게 되었다. 수납정리 관련 강의시간에 결혼하고서 2년에서 3년마다 생활터전을 옮기면서, 짐정리는 안되고 계속 짐을 쌌다가 풀었다가만 하는 것 같다고 자기소개를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또 이사 준비를 하게 되었다.
2년 동안 호찌민과 베트남에 대한 글을 쓰고, 쓸 만큼 썼으면 낯설기만 한 포항에서의 생활도 글로 써보려고 했는데, 베트남에 대한 글 빚을 갚지도 못했는데 포항에 관한 글 빚이 쌓인 것 같은 기분이다. 그래서 포항에 대한 글쓰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어차피 베트남 관련 글은 다 쓰지 못할 테니, 포항에 관한 글도 같이 생각나는 대로 써보기로 했다. 포항은 시골인 듯 도시이고, 산도 있고 강도 있고 바다도 있다. 울산과 경주, 부산과 근접해 있어 가볼 곳도 많지만, 아직 못 가본 곳이 더 많다. 그때그때 바로 글을 썼으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시작해 보려고 이 글을 쓴다. 이제 시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