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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언니 Oct 27. 2024

영업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교육 5일간의 인상 깊었던 내용들


첫날 야쿠르트 프레시매니저 교육 갔을 때 들은 이야기이다.

어느 누구나 그렇듯이 교육 내용을 6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 모든 게 기억나진 않지만,

영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나의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았다.

지금도 생각나는 걸 보면.


정말 말 그대로 영업 담당자는 그렇게 말씀하셨다.

영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잠시 장면을 떠올려 보라고 하시면서,

우리 주변에 돌아다니던 매니저님들이 야쿠르트 사라고 영업시도하는 걸 본 적이 있는지.

카트 세워서 서 있는 모습은 보았지만, 지나가는 고객을 잡고 호객행위를 하는 걸 본 적이 있는지.


사람들은 지나가는 코코를 보면 그들이 먼저 코코를 불러 세운다는 거다.

고객들이 알아서 찾는 제품. 교육을 듣는 입장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였다.


여기저기 회사를 다니면서 새로 나올 신상품을 어떻게 고객에게 매력 있게 보여야 할지 노력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냥 신뢰가 쌓고 또 쌓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어느 제품을 내놓아도 알아서 고객들이 찾아오는구나.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건 신점 교육자들에게 원래는 ‘공장 견학’도 교육일정 중에 하나였다.

코로나를 겪고 이후엔 언제 다시 이 일정이 부활할지는 모르겠으나,

왜 그런 일정을 진행했었는지는 설명을 해 주셨다.


어떤 과정을 거쳐서 고객에게 제품이 전달되는지

그걸 직접 눈으로 보고 더 자신감 있게 이 일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장치였다.

그만큼 공정 과정이 깨끗하고, 어느 누구에게 보여주어도 부끄럽지 않은 제품!

그냥 운동 삼아 부업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프레시 매니저를 시작한 것도 있는데 조금씩 애정이 생기는 포인트였다.




지금 말하려고 하는 게 가장 내 마음을 울렸는데,

회사 차원에서 하는 활동 중에 하나가 독거노인들에게 제품을 전달하고 케어하는 것이 있었다.

제품 전달을 하는 게 무슨 케어라는 건지 살짝 와닿지 않았는데, 이후 설명하는 것을 듣고 아- 한 번에 깨달았다.



옆집에서 싸움 소리가 나도 무서워서 문 한 번 열어보지 않는 시대이다 보니,

조용히 집 안에서 돌아가셔도 아무도 알 수가 없는데 이런 걸 미리 예방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제품을 전달하러 왔더니 이전 제품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으면 바로 무슨 일이 있는지 대처를 할 수 있는 거다.

단 돈 몇 천 원으로 한 사람의 생명을 지켜낼 수가 있는 거다.


이런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하니, 좀 멋있기까지 했다.

교육을 듣는데 애사심까지 갖게 하다니. 콩깍지가 생긴 것 같다.

누가 야쿠르트 회사 욕하면 ‘아니야!’라고 한 번쯤 외쳐줄 수 도 있을 정도로.


여기까지가 이론 교육 이틀 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들의 전부다.

뭐 나머지는 일할 때 이렇게 일하면 된다~ 하는 스킬 정도?




3일은 영업점에 가서 점장님과 함께 실습을 진행했다.

오! 드디어 나도 요구르기니에 탑승을 해 보는 것인가!

(누군가 트위터에 코코를 요구르기니라고 표현한 걸 보고나선 입에 촥촥 붙는 게 한국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



코코의 기능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쓸거라 이번 글에서는 자세하게는 설명은 하지 않겠지만,

제삼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계속 서서 일해서 힘들겠다, 저거 엄청 덜컹덜컹거리고 힘든 거 아냐? 싶었는데

직접 몰아봤을 때의 소감은 ‘오! 이거 생각보다 잘 만들었는데?’였다.


영업점 가까운 도로를 몇 바퀴씩 돌아보며 코코에 적응시키는 실습이었는데,

좀 신났다. 아니 꽤.

작동법이 어렵지도 않았고, 이걸 몰려면 이 일을 해야만 가능한 거라 좀

내가 특별하다는 느낌도 들고. (하여간 남들 안 하는 거 하고 싶어 하는 이 호기심은…)




내가 어떤 구역을 맡을지도 알려주셨다.

나는 신사점의 8 지구.



큰 교회가 있고, 초등학교와 어린이집도 있고, 가로수길 메인 스트릿을 담당하게 될 거고

신사점 영업점과 가장 가까우 지구라 오며 가며 움직이는데 편할 거고 등등

이 구역이 어떤 구역인지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시는데,


지도들만 봐도 알만한 내용들보다 신기했던 건 그 이후에 알려주신 내용이었다.

(이 부분에서 전국에 있는 1만 명 이상의 프레시매니저님들의 정보력이 무시무시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 이 동네는 유독 샘플실이 많고, 주로 반지하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분들은 한번 작업을 시작하면 밖으로 잘 안 나오시고

나오더라고 건물 밖에 잠깐 나와 허리 펴고 공기 쐬고 다시 작업을 하러 들어가시거든요.

그래서 골목을 오며 가며 돌아다니는 코코를 붙잡고 제품들을 많이 사 드시니,

한 군데 코코를 주차시켜놓고 있는 것보다 담당 구역 골목들을 계속 돌아다니는 것도

매출을 올리는데 도움이 될 거예요 “


“어린이집이 한 군데 있는데 거기는 몇 시쯤 되면 차들이 몰려올 거예요.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다 보니 잠깐 정차해서 애기들 어린이집 보내고 급하게 돌아가시기 때문에,

그런 고객들을 노리기보다는, 애기들 손 잡고 걸어오는 어머님들을 공략하는 게 좋은데,

그것도 어떻게 활용하면 될지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실제로 이 정보를 듣고 나는 모아 왔던 띠부씰을 코코 한 면에 붙이기 시작했다.

딱 애기들 눈높이에다가. 어린이집으로 가는 길목에 코코를 세워두면

애기들이 지나가다가 그 띠부씰을 발견하고 잠깐 구경할 때 어머님들은 지갑을 여신다.

그냥 가만히 구경 끝날 때까지 서 있는 게 민망해서일지도.)


“그리고 8 지구 자리가 이 동네에 오래전부터 살고 계시는 분들이 많아요.

사무실보다는 집주인들이 같이 살고 있는 주택이 많다고 보면 되는데,

그런 분들은 일회성으로 피로 회복 제품을 먹거나 가볍게 마시기 좋은 음료들 보다는

하루에 하나씩 매일 먹기 좋은 것들을 주로 찾을 거예요.

그렇다 보니 다른 지구들에 비해 유독 우유들을 엄청 드세요.

고정 배달 가는 개수보다 조금 더 여유 있게 챙기시는 게 좋을 거예요.“


하하 참. 흥미롭다. 나의 이 좁은 구역에도 이런 정보들이 넘쳐나는데,

전국에 퍼져있는 정보들을 모으면.. 와.. 여기서 장사하려는 분들은 그 동네 프레시매니저 분 들하고 미리 친해져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3일 중에 하루는 고정 배달을 가야 할 곳들을 인수인계받기 시작했다.

1 지구, 5 지구 매니저님이 대신 관리 중이어서 따로따로 교육을 받았는데,


1 지구 매니저님은 ‘주소를 외우기보다는 동선대로 순서를 알려줄게 그게 외우기 쉬울 거야’라며

평소에 어느 집부터 시작해서 어떤 순서로 갔는지 외울 수 있게 알려주셨고,

5 지구 매니저님은 ’번지 주소보다 도로명 주소를 한번 익혀두는 게 좋을 거야 ‘라며

도로명 주소를 외우게 하셨다.

(이건 좀 복불복 같다. 어느 분께 인수인계를 받느냐에 따라 처음에 헤매게 될지 수월할지)



인수인계받다가 한 고객님이랑 매니저님이 반갑게 인사를 한 일이 있었는데,

새로 일 시작한다고 열심히 하라며 사 준 엠프로 딸기맛.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비대면 시대에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며 정을 나누는 찐 매력의 직업을 내가 시작한 건가! 싶었던 순간이었다.




5일간의 교육이 끝나고 4월 1일 첫 근무하는 날 소감은

‘어 이거 좀 뭐가 잘못됐다.’


그 이야기는 다음 이 시간에. 총총.

(같은 학습 커뮤니티에 있는 분이 꼭 글을 완벽하게 쓰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고,

글을 쓰다가 마무리가 안 될 것 같으면 이렇게 투비컨티뉴를 작성하고 끝을 내라고 하셨다. 이거 좀 좋은 방법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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