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충
얼마 전 동백나무 아래에서 뭔가를 줍고 있는 삼촌(여기는 어르신을 삼촌이라 부른다)을 보았다. 다가가 물었다.
“삼촌, 뭐 하세요?”
“동백 열매 주워!”
“그거 주워서 어디에 쓰는데요?”
“동백기름 내지.”
“동백기름을 어디에 써요?”
“계란 붙이 먹을 때도 쓰고, 몸에도 바르고… 전 구울 때 동백기름 쓰면 눅눅해지질 않아. 모기 물린데도 바르고.. “
”옛날엔 머리에도 발랐잖아요. “
”그렇지. 이거 주워서 씻어서 바짝 말렸다가 기름을 짜야하는데 어제 짜려고 가보니 아직 좀 있다가 오라고 하더라고 “
”아~~~ 동백기름이 좋군요. “
나는 삼촌 옆에 앉아 이야기를 들으며 떨어진 동백나무 열매를 주웠다.
이틀 뒤 허벅지가 이상했다. 마치 마카로 찍어 놓은 듯 한 붉은 점들이 허벅지 위에 난잡하게 퍼져 있었다. 혹여 대상포진인지 걱정스러워 병원을 찾았다. 단순 피부염 진단을 받고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받았다. 다음날 수영장에 갔다가 사람들에게 허벅지를 보여주었더니 일제히 한 마디씩 했다.
“동백충이네. “
”동백충이라고요? “
”동백나무에 작은 충이 있는데 걔들한테 쏘이면 그렇게 돼. 빨리 병원 가서 주사 맞고 약 먹어. 안 그러면 퍼지고 잘 안 낫는다니까.”
나는 다시 병원을 방문했다. 이번엔 의사에게 동백나무 아래에 잠시 있었다고 말했다. 의사는 자세히 보지도 않고 주사와 약을 처방해 주었다.
주사를 맞고 약을 먹은 지 3일이 되었다. 붉은 점은 딱지를 앉은 것처럼 갈색으로 변했고 이전처럼 이상한 느낌이나 간지럽거나 하진 않았다.
대신 나는 동백충이라는 아주 작은 벌레가 내 허벅지를 헤집는 것 같은 상상을 했다.
동백충에 대해 제주 사람들은 잘 알고 있었다. 동백꽃이 떨어지고 난 4월에서 6월까진 동백나무아래에 절대 가지 말라고 한다. 온 나무에 털이 난 아주 작은 벌레들이 조롱조롱 매달려 있다고….
동백열매가 떨어지는 요즘에도 충이 있어서 재수가 나쁘면 충의 공격을 받기도 한다고 한다. 그 재수 없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