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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집의 탐미 : 아주 사적인 북파티의 기록

서울 아차산 자락, "이그조띠끄"에서 열린 이국적인 봄날의 감각들

by 이그조띠끄 김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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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봄날의 감각들,

그리고


"오래된 집의 탐미"



이그조띠에서 열린 아주 사적인 북파티의 기록








의 절정, 내내 퍼붓던 비가 그치자 대기에는 봄비의 잔향이 은밀히 번지고 있었다. 여린 바람에도 명료하게 반짝이는 촛불을 따라 이국적인 청록색 양개도어와 스페인풍 타일이 우리를 환대하는 소담스러운 집. 서울 광진구 아차산 자락, ‘이그조띠끄’라 이름지어진 그 오래된 주택의 문을 여는 순간, 무언가 비일상의 풍경에 발을 들인 듯한 오묘한 감각에 휩싸인다.


입구를 지나자, 샌달우드의 달큰한 향내와 시트러스한 오렌지 가득한 샹그리아, 그리고 타파스의 달콤쌉싸름한 기운이 후각을 간질인다. 박공 지붕 아래, 끊임없이 부유하는 유쾌한 웃음 소리와 감미로운 사운드는 약간의 취기와 함께 공간을 풍요로운 공감각으로, 한동안 잊혀진 오래된 시간의 결로, 지금보다 더 근사한 ‘나다운 삶’을 향한 달뜸으로 유혹하고 있다.




오래된 집의 탐미 : 이그조띠끄에서 열린 아주 사적인 북파티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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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집의 탐미』 북파티는 단지 책을 이야기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마치 책 속 서사를 직접 거닐며 만나는 일종의 감각적 미장센 같았다. 입구에서 거실로, 작업실에서 서재로, 복층을 지나 다락까지 서로 다른 레벨의 공간들이 물리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이 집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하나의 고유한 이야기 구조처럼 느껴졌다.



이국의 어느 살롱에라도 초대된 듯한 저녁, 책을 읽으며 스쳐갔던 풍경들이 공간 위에서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집"이라는 단어에 각인되었던 편견은 이내 허물어지고, 그 자리에 저마다의 ‘이상적인 집’에 대한 상상으로 들썩였다. "아파트처럼 정형화된 공간 대신, 오로지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채운 사적인 세계는 가능할까?"라는 질문이 서서히, 그러나 강렬하게 각자의 마음에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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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집의 탐미』는 빈티지 공간 디렉터 김서윤의 실제 주거 공간을 바탕으로, 예술로 삶을 은유한 리모델링 에세이다. 획일화된 거주 공간에서 벗어나기 위한 사적인 탐색과 오래된 시간 위에 자신만의 취향을 겹겹이 쌓아 올리는 여정. 그녀는 도전과 실패, 기대와 체념, 그리고 그 위에 피어난 철학적 미감을 통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에게 좋은 집이란 과연 어떤 공간일까요?

그리고 그곳에서, 지금보다 더 근사한 '나다운 삶'을 영위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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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표현할 수 있는 집과 나에게 영감을 주는 집.” 작가에게 집이란 장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떤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오롯한 나만의 라이프스타일과 미적 취향을 간직한 집을 만들겠다는 마음. 지난 세월 예리하게 다듬어온 공간미학을 종합해 보여주면서도, 조화롭고 독창적인 정체성이 깃든 나만의 미적 세계를 구축하겠다는 선언. 나를 단단히 지켜주는 것들과 함께 진정한 내 삶 속으로 뛰어들겠다는 다짐.


어디에도 없는 독특하고 유일한 공간을 만들어보겠다는 그 과감하고 무모한 용기를 내어, 작가는 아파트 구입 광풍이 몰아치던 부동산 신앙 절정의 시기에 서울 아차산 자락, 대지 33평의 1979년식 작고 오래된 단독주택을 매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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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진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여행길에서 마주한 수많은 예술작품과 경이로운 이국의 문화, 그간 무수히 작업하며 체화한 모든 유무형의 예술적 감각을 집약적으로 녹여내고 싶었다.


오래된 집을 리모델링하는 일은 단순히 낡은 건물을 고쳐 살기 편하게 만드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스스로 고백하건대, 리모델링 과정은 그 자신을 더 잘 알아가는 심리적 치유의 시간이자 무수히 흔들리고 머뭇거리던 과거와 화해하는 시간이었다. 허위와 가식을 벗어던지고 진실한 나와 대면해야 했던 그 시간의 중심에는 수많은 화가들을 삶의 깊은 절망에서 끌어올린 예술이 있었다. 작가에게 예술은 유일한 쉼이고 치유였다.


집이 조금씩 완성되어갈수록 작가가 마음을 다해 모아온 빈티지 가구와 지난 여행의 회상이 담긴 소품, 그것들이 간직한 역사와 미술에 스며든 철학적 사유가 농밀하게 자리 잡아갔다. 자기만의 집은 곧 자기만의 서사가 깃든 예술의 현장. 강렬한 이국적 미감을 품은 작가의 집 ‘이그조띠끄’는 어느덧 그 자체로 삶을 영위하는 일상의 공간이자 훌륭한 예술적 모티프가 되어 그가 원하는 가치를 오롯이 구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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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뿐만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도 정서적 안식처가 될 만한 그런 곳이라면 얼마나 근사할까요?


이 집에 어울리는 향을 사르고

음악을 틀고 책을 펼쳐내며

조용히 차든 와인 한 잔이든

기꺼이 내어 줄 수 있는

예술적 영감과 철학적 공감의 삶을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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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집의 탐미 : 이그조띠끄에서 열린 아주 사적인 북파티의 기록




나의 친애하는 게스트들에게





당신이 방심하며 이곳에 머무르다 보낸 몇 시간이

여태껏과는 다른 삶의 모습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그런 속삭임.


꿀같은 저의 설득에 넘어가고만

당신의 다음 행보를 기대합니다.


세상 프렌들리 한 애티튜드 장착하고

이그조띠끄에 아름다운 흔적 흩뿌리신

게스트 여러분!

무한히 감사하고 또 애정합니다.


우리를 미혹하는 온갖 찬란하고도 불온한 관능으로 여름에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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