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안일이 제일 싫은 사람이다.
정리해도 어질러지고 밥을 차리고 또 차리고
새로운 경험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딱 질색이라 집안일거리만 생각해도 짜증이 나는 사람이다.
나는 하고 싶은 게 많다.
책도 보고 영화도 보고 나들이도 가고 운동도 하고 싶고 성경공부도 하고 각 잡고 기도도 하고 싶다.
집안일은 딱 질색으로 미뤄두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기도는 집안일을 하면서도 무엇이든 하면서도 할 수 있다는 신부님 강론집 구절을 읽고
하기 싫은 집인일 하면서, 힘들어도 요리하면서
"우리 가족이 이거 먹고 건강하게 해 주세요. 우리 가족이 깨끗한 집에서 건강하게 해 주세요."
하며 기도를 했더랬다. 신기하게도 집안일을 하며 짜증 나는 마음이 사라졌다.
화살기도라는 것은 교회에 다닐 때부터 알았으나 천주교 개종 후 이 묘한 문화의 차이를 세세히 모르겠는 나는 천주교에서도 화살기도를 하는 것인지, 하나님을 무한 사랑 주시는 분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는가 잘 모르겠고, 어디 물어볼 사람도 마땅치 않았다.
때 마침 시아버님이 다니시는 성당 신부님의 강론집을 나에게 주셨고, 그 강론집을 통해 나는 천주교에서 말하는 하느님을 좀 더 이해했고, 기독교의 하나님과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그리고 다시 마음의 고향을 찾은 기분이었다.
다만 교회를 다니던 나와 지금의 나의 차이점은 하느님 앞에서의 겸손한 마음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천주교 교리에서 강조되는 부분인지 아니면 교회에서도 이야기를 들어왔으나 나 잘난 맛에 사는 2-30대 때에는 들리지도 않았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 영화 '바울'을 보았는데 가장 인상에 깊은 대사가 있었다.
'나의 약함이 자랑이다. 내가 약할 때 그분의 능력이 온전히 드러나기 때문에.'
나는 나의 약함, 콤플렉스, 치부를 들키지 않기 위해 꽤나 신경을 써왔고 나의 그런 부분들을 탐탁지 않아 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나의 약함이 드러나는 순간이 부끄럽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나약한 나를 통해 하느님의 능력이 빛날 수 있다는 생각에.
아무튼간에 집안일을 하며 기도했다.
남편을 예수님이라 생각하며 밥상을 대접했다.